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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이야기] 부시 대통령 삶, 영화로


지난 한주간 미국 영화계의 화제와 관심거리를 전해드리는 '영화이야기' 시간입니다. 오늘도 김근삼 기자가 스튜디오에 나와있습니다.

문: 설레는 마음으로 2008년을 시작한 게 엇그제 같은데, 어느새 1월도 닷새밖에 남지 않았어요.

답: 네. 10대에는 세월이 시속 10킬로미터로 가고, 20대에는 20킬로미터, 30대에는 30킬로미터로 간다는 말이 있는데요, 맞는 말인것 같습니다. 요즘에는 정말 한 달을 돌아보면 눈깜짝할 사이에 지나간 것 같아요.

문: 저도 공감합니다. 확실히 나이를 먹을 수록 시간이 빨리간다는 말이 맞는 것 같습니다. 자∼ '영화이야기' 시간도 한 주만에 다시 돌아왔는데, 오늘은 어떤 소식을 가지고 오셨습니까?

답: 네. 지난주 미국 할리우드에서 가장 주목을 끌었던 화제 중 하나는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의 삶이 영화로 만들어진다는 소식입니다.

문: 부시 대통령의 삶을 영화로 만든다구요?

답: 그렇습니다. 지금까지 미국에서도 대통령 직에서 물러났다거나 아니면 세상을 떠난 대통령의 삶이 영화로 만들어진 적은 많지만, 현직 대통령을 소재로 영화로 만들어지는 것은 상당히 이례입니다. 베트남을 소재로 한 영화 '플래툰'과 '7월4일생'을 만들었던 올리버 스톤 감독이 메가폰을 잡을 예정입니다.

문: 현직 대통령을 소재로 영화를 만들면서 과연 어떤 내용을 담게 될지 궁금하네요.

답: 네. 사실 이 방송을 듣고 계신 북한 청취자 분들은 부시 대통령을 소재로 영화를 만든다는 게 별로 놀랍지 않을겁니다. 북한에서는 김일성 전 주석이나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소재로 한 소설이나 영화가 수도 없이 많이 나왔고 또 나오고 있으니까요. 또 영화 내용이 모두 천편일률적으로 두 부자의 삶을 미화하고 또 찬양하는 내용을 담고 있으니까, 지도자를 소재로 영화를 만든다는게 오히려 진부하게 느껴질 수도 있을겁니다.

문: 그렇죠.

답: 하지만 미국에서는 다릅니다. 미국에서는 아무리 대통령이라고 해도 견해가 다르다면 얼마든지 신랄한 비판을 가하거든요. 특히 새 영화를 만들 올리버 스톤 감독은 그동안 공공연하게 부시 대통령의 정책을 비난했던 인물입니다. 미국의 이라크전 개전이 근본적으로 잘못됐다는 발언도 여러차례 구설수에 올랐었구요. 또 앞서 말씀드린 ‘플래툰’이나 ‘7월4일생’같은 영화에서도 제도나 권력에 저항적인 메시지를 많이 담았었구요. 이런 스톤 감독이 영화를 만든다니까, 과연 어떤 시각으로 부시 대통령의 삶을 바라볼지 더욱 큰 관심이 모아질 수밖에 없죠.

문: 스톤 감독의 입장은 어떻습니까?

답: 최대한 객관적으로 부시 대통령의 인간적인 면에 초점을 맞추겠다는 입장입니다. 스톤 감독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은 운동경기의 심판처럼 공정하게 부시 대통령의 초상화를 그려보겠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그 다음에 한 말이 더 의미심장합니다.

문: 어떤 말이죠?

답: 스톤 감독은 “술에 쩔어서 빈둥거리며 살던 청년 조시 부시가 어떻게 세계에서 가장 막강한 인물이 됐는지를 담아내겠다”고 했는데요, 부시 대통령의 사생활에서 보여진 악한 모습들, 또 아버지 부시 대통령과의 갈등같은 부분도 영화에 담겠다고 했습니다.

문: 말씀하신 걸 들어보면 대통령으로서의 위상 보다는, 인간 조지 부시의 여러가지 면모를 한 번 조명해보겠다는 각오로 들리는군요.

답: 그렇습니다. 사실 북한에 계신 청취자들은 일개 감독이 국가 지도자의 사생활을 그려보겠다. 또 악한 모습을 담아내겠다고 말을 하고도 무사할까 싶으실텐데요. 미국이나 다른 많은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얼마든지 가능한 일입니다. 부시 대통령도 인간이고, 또 대통령이 되기까지는 여러가지 일들이 있었겠죠. 세계에서 가장 막강한 위치에 오른 인물의 삶을 솔직하게 들여다보는 것은, 영화감독에게 분명히 매력적인 소재일겁니다.

문: 언제 쯤 영화가 나오나요?

답: 네, 제작사에서는 제작을 서두르는 분위기인데요. 우선 대본은 이미 나와있구요, 부시 대통령 역을 맡을 주연배우도 선정된 상태입니다. 스톤 감독은 투자자가 모아지는대로 4월부터는 촬영에 들어가구요, 올해말이나 내년초에 개봉한다는 계획입니다.

문: 올 해 말이면 미국 대통령 선거 시기와 겹칠 수도 있겠는데요?

답: 그렇습니다. 사실 이 영화의 개봉 시기는 정치적으로도 민감하게 받아들여질 여지가 있는데요. 지난 미국 대선에서도 선거를 앞두고 부시 대통령의 대 테러 정책을 신랄하게 비판한 다큐멘터리 ‘화씨 9.11’이논란을 불러일으킨 적이 있습니다. 이번 영화도 내용 여부에 따라 달라지기는 하겠지만, 현직 대통령을 소재로 했다는 점에서 개봉 시기와 선거가 맞물린다면 정치적으로도 민감한 이슈가 될겁니다.

과연 부시 대통령이 어떤 모습으로 그려질지 궁금하네요. 김근삼 기자 오늘도 흥미로운 소식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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