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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식량난 갈수록 악화


북한에 대한 지원활동을 벌이고 있는 한국의 한 민간단체는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북한주민들의 식량 사정이 더욱 악화됐다고 전했습니다. 지난 해 큰물 피해로 가뜩이나 식량이 부족한데다 춘궁기까지 다가오고 있어 북한에서 고난의 행군이 재현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서울 VOA 김은지 기자가 보도합니다.

대북 인권단체인 ‘좋은벗들’은 최근 북한주민들 사이에서 ‘고난의 행군이 다시 시작됐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식량 사정이 크게 악화됐다고 주장했습니다

좋은벗들은 북한주민들의 말을 인용한 소식지를 통해, 현재 고난의 행군 당시와 비슷한 상황이고 식량 사정은 오히려 그때보다 더 나빠졌다고 전했습니다.

특히 장마당의 높은 쌀값이, 식량난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고 이 소식지는 전했습니다.

추수 직후인 작년 11월, 함경북도 청진의 쌀값은 1킬로그램당 1천250원이었지만, 1월 중순 현재 1천 400원까지 올랐습니다.

이에 따라 일부 주민들은 식량을 아끼기 위해 옥수수를 갈아 죽밥을 해먹거나, 밥을 할 때 부피가 커지는 보리를 감자와 함께 먹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현재 북한의 경우, 국내총생산에서 농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23% 가량입니다.

경제활동 인구중 30% 이상이 농업에 종사하고 있지만, 생산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한국의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북한의 지난해 곡물 생산량은 4백1만t으로 추산됩니다.

북한에 필요한 곡물 최소량이 5백20만t인 점을 감안하면, 약 1백20만t이 부족한 셈입니다.

새해 들어 중국이 곡물 수출을 갑자기 중단하면서, 북한의 곡물 가격도 급등했습니다.

작년 여름 대홍수로 주요 곡물의 생산량이 전년 대비15% 가까이 줄어든 데다, 지금까지 식량 부족분의 대부분을 중국에서 충당하고 있어, 앞으로 식량난은 더욱 악화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실제로 북한과 중국 사이, 교역의 70퍼센트 이상이 이뤄지고 있는 단둥의 압록강 철교에는 곡물 수송 차량이 부쩍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농촌경제연구원의 권태진 선임연구위원은 “북한 주민들이 작년 수확량으로 올해 3∼4월까지는 버틸 수 있겠지만 식량부족 사태를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농촌경제연구원의 권태진 선임연구위원: “작년에는 작황이 굉장히 부진했습니다. 평균보다10%남짓 감소했는데요. 한국의 농촌진흥청에선 연간 생산된 식량을 401만 톤으로 잡고 있습니다. (하지만) 전체 생산량을380만톤으로 저는 보고 있습니다. 지금 현재 140만톤 가량 부족하다면 90년 중반의 대량 아사자가 발생한 상황과 거의 차이가 없는 상황입니다. 다만 외부의 지원에서 어떻게 이뤄질 것인지. 그 중에서 가장 중요한 창구는 남한입니다. “

권 연구위원은 “현재 보유한 식량이 모두 소진되는 2008년 봄부터 기근이 시작될 위험이 있다”며 “북한이 차기 정부가 들어선 직후, 쌀과 비료 지원을 한꺼번에 요청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이에 반해 북한에서 전문직으로 활동했던 탈북자 문성휘 씨는 “올 3~4월경 식량 가격이 급속히 오를 것으로 보이지만, 북한 당국에서 비축해둔 쌀로 극심한 식량난까진 이어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탈북자 문성휘 씨: “3-4월 즘 식량가격이 급속히 오를 것으로 보입니다. 지금은 괜찮은 정도지만 국제사회의 지원이 줄어들 경우 식량가격이 급속히 오를 것으로 생각됩니다. 외국과 한국에서 많이 지원해줬지만 일반 주민들은 한번도 배급을 받지 못했다고 합니다. 저희들 생각엔 북한이 식량 배급을 하지 않은 것은, 지금과 같은 상황을 염두에 둔 것입니다. 앞으로 상태가 악화되고 국제사회의 지원 식량이 들어오지 않을 것을 대비해 북한이 식량을 많이 저축해뒀습니다.”

김운근 통일농수산사업단 정책연구원장은 “고난의 행군 시절과 지금 현재 북한의 상황은 많이 달라졌다”며 “특히 지난 2002년 ‘7.1경제관리 개선조치’ 이후 주민들의 시장 거래가 이뤄진데다, 120만톤 가량의 식량 부족분으로 아사자가 발생할 확률은 적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김운근 통일농수산사업단 정책연구원장: “북한의 식량난 최악의 경우가 1995년부터 1997년이었습니다. 그 당시에는 식량부족량이 적어도 300만 톤 이상이 됐어요. 그런 경우는 현재 나타나지 않고 있고, 설사 작년에 식량이 50만톤 이상 부족했다 하더라도 북한의 능력이라는 것은 북한이 시장경제로 가고 있고 또 농민들이 시장경제로 가면서 주민들이 스스로 식량을 확보할 수 있는 길이 있기 때문에 1995년 같은 경우는 제가 보기에 절대로 나타나지 않을 것입니다. “

‘7.1경제관리 개선조치’란96년 ‘고난의 행군’을 겪으면서 북한 당국이, 주민들의 생존권 보호 차원에서 시장에서의 상행위를 합법화한 조치를 말합니다.

한편 북한의 조선중앙방송은 최근 “현시기에 인민들의 식량문제, 먹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보다 더 절박하고 중요한 과업은 없다”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이 방송은 또 “식량문제 해결을 위해 콩농사를 확대하고,농업부문에 대한 지원 등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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