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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검찰, 김만복 국가정보원장 수사 착수


한국의 대통령 선거 전날인 지난 달 18일 북한을 방문했던 김만복 국가정보원장에 대해 검찰이 사실상 수사에 들어갔습니다. 방북 배경과 김양건 북한 노동당 통일전선부장과의 대화록 유출 경위 등에 초점이 맞춰질 이번 수사는 그 결과에 따라 앞으로 남북관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입니다. 서울 VOA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검찰은 언론을 통해 공개된 김만복 국정원장의 방북 당시 대화내용과 방북 경위가 담긴 문건이 공무상 비밀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고 오늘부터 정식 내사에 들어갔습니다.

김 국정원장은 한국의 대통령 선거일 바로 전날인 지난달 18일 북한을 방문했습니다. 방북 사실은 언론을 통해 지난 3일 처음 알려졌고 이어 방북중 북측 김양건 통일전선부장과의 이른바 ‘평양 대화록’도 한 신문사를 통해 공개됐습니다. 대화록은 하루 앞둔 한국의 대선판세에 대한 김 국정원장의 소개와 새 정부가 들어선 이후의 남북관계 전망 등이 주된 내용이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김 국정원장은 지난 15일 기자회견을 통해 자신이 대화내용과 방북경위를 담은 문건을 언론에 직접 유출했다고 밝혀 일파만파의 사태로 번졌습니다.

“국정원장인 저와 북한 김양건 통전부장과의 면담록이 보도돼 물의를 야기한 데 대해 국가 최고 정보기관의 장으로서 책임을 통감하고 사의를 표명함과 아울러 국민께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

검찰은 이번 수사가 언론 유출문건의 국가기밀 여부와기밀 누설 혐의 여부를 규명하는 게 초점이라고 밝혔습니다. 신종대 서울중앙지검 2차장 검사는 “문건의 내용이 공무상 비밀에 해당하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이번 수사는 문건 작성 경위와 유출 동기 등을 밝히는 데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방북 목적을 수사대상으로 언급하진 않았지만 정작 이에 대한 의문이 증폭되고 있는 양상입니다. 김 국정원장은 지난해 10월 2차 남북정상회담을 위해 방북했던 노무현 대통령이 기념 식수한 소나무에 표지석을 설치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방북 이유를 밝혀왔습니다. 하지만 상식적으로 수긍하기 어렵다는 의견들이 많습니다.

이 때문에 ‘대선을 겨냥한 북풍 공작용’ 이라든가 ‘이명박 당선인에게 잘 보이기 위한 행동’이라는 온갖 추측들이 나돌았습니다. 그러나 대선을 하루 앞둔 시점이었다는 점에서 북풍 공작용 방북이라는 가설은 설득력이 없다는 지적이 많고, 노 대통령의 허락 하에 이뤄진 방북이 이 당선인에게 잘 보이려는 목적을 갖고 있다는 것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일각에서 ‘정상회담 대가 제공설’도 흘러나왔지만 청와대는 “근거없이 정상회담 대가 제공설을 제기하는 것이야말로 국가기강을 문란케 하는 일”이라고 강하게 부인했습니다.

김양건 통전부장이 2차 남북정상회담 직전 남한을 비밀리에 방문한 사실과 이어 지난 해 11월 29일의 공식 방남 그리고 20일 뒤의 김 국정원장의 방북 사이에 모종의 연관성이 있을 것이라는 추측도 나오고 있는 상황입니다.

검찰이 김 국정원장의 방문 목적을 수사대상으로 언급하진 않았지만 수사 과정에서 이에 대한 새로운 사실이 드러날 경우 향후 남북관계에도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킬 전망입니다.

국정원은 이번 사태에 직면해 위기감마저 감돌고 있습니다. 전직이 아닌 현직 국정원장이 수사대상에 오른 전례가 없기 때문에 충격은 더 커 보입니다. 이번 사건을 빌미로 인적 쇄신을 비롯한 국정원 대수술의 필요성이 제기될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분위깁니다.

이 사건은 또 신.구권력간 갈등으로도 비화하고 있습니다. 청와대는 검찰의 내사 착수와는 별개로 이미 김 국정원장이 제출한 사표수리에 신중한 모습입니다. 천호선 홍보수석은 유출 문건내용이 공무상 비밀에 해당한다고 밝힌 검찰측 견해에 대해 “검찰의 최종적인 입장이 아니”라며 “보다 신중하고 종합적으로 판단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천 수석은 또 “기밀성과 위법성 여부는 검찰이 나름대로 판단해 나가겠지만 사표수리 여부를 결정하는 인사권자의 판단은 그것과는 차원이 다른 종합적인 판단으로 봐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에 대해 이명박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측은 철저한 수사와 함께 국민여론을 직시해 청와대가 김 국정원장의 사표를 수리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인수위 이동관 대변인입니다.

“김만복 국정원장의 사표수리 문제에 대해 청와대는 유출된 문건이 국가 기밀에 해당하는지 신중히 가려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하지만 이 사안이 국기문란행위이며 유야무야 넘어가선 안되는 일이라는 인수위 입장은 단호합니다. 인수위는 이 사안이 정상적 법 절차에 따라 처리되길 기대하며 그에 앞서 청와대 측이 국민여론을 직시할 것을 촉구합니다”

검찰은 내사착수에도 불구 김 국정원장에 대한 직접 소환조사는 국가 최고 정보기관의 권위 추락이나 명예실추 등을 고려해 신중하게 대처할 방침입니다. 청와대의 김 국정원장에 대한 사표수리 뒤로 미뤄질 수도 있는 상황이어서 이럴 경우 수사가 새 정부 출범 이후까지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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