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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올들어 관영매체 등 통해 내부 단속 부쩍 강조


북한 당국이 올해 초부터 내부기강을 부쩍 강조하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북한은 신년 공동사설에 이어 노동신문 등 관영매체들을 통해 계속해서 주민들의 단합과 외세배격을 촉구하는 형식으로 내부의 결속을 다지려 하고 있습니다. 김영권 기자와 함께 자세한 내용 알아보겠습니다.

문: 북한 정부가 근래들어 내부 기강을 무척 강조하고 있다지요. 어떤 형태로 이뤄지고 있습니까?

답: 북한 정부는 올들어 새해 첫 날인 지난 1일 발표한 신년 공동사설에서 “적들의 반동적인 사상문화적 침투와 심리모략전을 단호히 짓뭉개 버리며 우리의 제도, 사회, 도덕과 문화, 생활양식을 좀먹는 그 어떤 요소도 허용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다음 날인 2일 당 기관지인 `노동신문'은 미국의 대북 방송을 가리켜 “부르주아 사상문화와 생활양식을 퍼뜨려 내부를 와해 변질시키려는 비열한 심리모략 공세가 더욱 강화되고 있다” 며 이는 악랄한 책동의 일환이라고 비난했습니다. 그 밖에 다른 관영매체들도 하루가 머다고 북한식 단합을 강조하는 한편 외세 배격을 주장하는 글을 싣고 있습니다.

문: 북한 정부가 외부정보 유입을 심리모략전이라고 선전하는 것은 체제유지 차원에서 오래 전부터 계속돼 온 일이 아닌가요?

답: 그렇습니다. 북한 정부는 지난해 신년 공동사설에서도 자신들을 "내부로부터 녹여내려는 원수들의 심리모략전과 사상문화적 침투책동을 무자비하게 짓뭉개버려야 한다”고 강조하는 등 늘 외세 문화의 유입을 비난해 왔습니다. 하지만 올해 초부터 내부단속을 부쩍 더 강조하는 배경에는 최근의 북한 내부 변화에 대한 우려가 실려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습니다. 미국 뉴욕에 본부를 둔 국제 인권단체 `휴먼 라이츠 워치'의 케이석 북한 담당 연구원의 말입니다.

“ 여기저기서 예전과 같은 주민들에 대한 통제를 회복하려는 움직임들이 보이고 있습니다. 북한 사회는 이미 주민들의 주도로 많이 변화돼 있는데, 정부는 주민들을 다시 다잡아서 예전으로 돌아가려는 거죠. 과연 이런 노력이 얼마나 성공을 거둘지는 상당히 의문스럽습니다.”

문: 그러고 보니 지난해 북한 정부가 체제단속의 고삐를 죄고 있는 것을 입증하는 사례들이 있었죠?

답: 그렇습니다. 지난 9월 북한의 국가안전보위부는 평양 인민문화궁전에서 이례적으로 내외신 기자회견을 갖고 외부 정보기관의 정보요원과 이들의 조종을 받던 북한주민 첩자들을 체포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이에 대해 북한 정부가 체포한 사람들은 정보요원이 아니라 외부로부터 자금을 지원받는 지하 기독교인들이라고 미국의 기독교 선교단체 ‘순교자의 소리’(VOM) 가 밝힌 바 있습니다.

북한 정부는 또 지난해 9월 병사와 사관용으로 제작, 배포한 인민군대 교육자료인 이른바 ‘학습제강’에서 인민군 안에 종교를 접하는 군인들이 늘고 있다며 사상적 교양을 촉구했던 것으로 한국 내 탈북자 단체인 북한민주화위원회가 북한 측 자료를 인용해 전했습니다. 북한 지하교회를 돕는 기독교 선교 단체들은 북한에서 지하 기독교인들이 꾸준히 늘고 있다며 적어도 10만~20만명 이상의 기독교인들이 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문: 종교 유입이 급속히 늘자 북한 정부가 이를 우려해 통제를 강화하고 있다는 얘기군요?

답: 종교 뿐 아니라 한국의 텔레비전 드라마와 영화 DVD , 음악 CD, 음란 영상물, 다양한 제품들이 북한시장에 유입되면서 북한주민들이 이제 돈에 대한 가치와 바깥세상에 눈을 뜨고 있다는 데 북한 당국이 큰 우려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대북 지원단체들과 전문가들은 이미 여러 차례에 걸쳐 북한 당국의 단속에 대해 자세히 전한 바 있습니다. 예를 들어 장마당에서 40대 이하의 여성은 장사를 할 수 없도록 한다든가, 한때 단속이 다소 느슨해지는 듯 했던 외부의 녹화물에 대해 다시 단속을 강화하면서 처벌 역시 강화하고 있는 것 등을 들 수 있습니다.

문: 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에 대해 어떻게 해석하고 있나요?

답: 북한 정부가 겉으로는 경제발전을 강조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시계를 거꾸로 돌리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입니다. 워싱턴에 있는 피터슨 연구소의 북한경제전문가 마커스 놀랜드 수석연구원의 말을 잠시 들어보시죠

놀랜드 연구원은 북한 정부가 지난해 핵 문제 개선과 외부 지원 증가로 숨을 돌릴 여유가 생겼는데, 이를 경제개혁을 위한 지렛대로 사용하지 않고 내부통제를 다시 강화하는 데 이용했다고 말합니다. 북한 정부의 진정한 개혁의지를 읽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휴먼 라이츠 워치의 케이 석 연구원은 북한이 더 이상 고난의 행군 이전 시절로 돌아갈 수 없다고 말합니다.

“기아를 통해서 많은 통제가 무너졌고, 또 장마당이 생겨서 식량배급 대신에 주민들이 실제로 거기서 정부에 의존하지 않고 생계를 해결하고 있구요. (주민들이 과거보다 자유로운 것은) 이런데 따른 결과거든요. 이젠 더 이상 기아 이전 상황으로 돌아갈 수 없습니다. 그런데 북한 정부는 나름대로 다시 돌아가려고 노력하고 있는 것이죠.”

케이 석 연구원은 과거처럼 통제를 강화하려는 북한 정부와 장마당 경제 등 자립에 눈을 뜬 북한주민들 사이에 보이지 않는 갈등이 계속 야기될 것이라며, 이 와중에 북한 정부의 인권탄압이 더 강화될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습니다.

김영권 기자와 함께 최근 내부단속을 더욱 강화하고 있는 북한 내 상황과 전문가들의 견해를 들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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