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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부 남북관계 독점론 공방


한국사회에서 통일부 통폐합 논란이 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이재정 통일부 장관이,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측이 제기한 통일부의 남북관계 독점론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고 나서 새로운 논란을 불러 일으켰습니다. 하지만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소속된 한나라당은 통일부 통폐합안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원안대로 오는 21일쯤 국회에 발의키로 해 이를 반대하고 있는 대통합 민주신당 등과의 격돌이 예상됩니다.

서울 VOA 김환용기자가 보도합니다.

‘통일부의 남북관계 독점론’은 인수위측이 통일부를 통폐합하는 게 불가피하다는 조직개편안의 논리적 근거였습니다. 인수위는 이에 따라 경제협력은 지식경제부, 대북 정보분석은 국정원 등으로 이관하고 핵심기능은 외교부로 흡수시킨다는 방안을 내놓았습니다.

하지만 2차 남북정상회담과 총리회담을 주도했던 이재정 통일부 장관이 오늘 작심한 듯 이에 대한 반론을 펴 새로운 논란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이 장관은 오늘 서울 정부중앙청사에서 열린 통일정책 평가회의에 앞서 기자들에게 “작년에 모든 부처가 참여해서 정상회담과 총리회담을 했다”며 “특정부처가 남북관계를 독점한다거나 전유해왔다는 주장은 납득할 수 없다”고 항변했습니다.

이장관은 이어 회의 인사말에서도 “통일부의 역할은 전 부처가 대북사업을 해 나갈 수 있도록 조정과 지원 협력을 하는 일”이라며 “특히 남북관계 관련 전문성을 바탕으로 남북간 교량역할을 했고 그간 상당히 발전돼 왔다”고 강조했습니다.

통일부 독점론에 대한 이장관의 반박이 나오면서 이에대한 상반된 의견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통일부 독점론을 비판하는 측은 현재 남북 정상회담 합의 이행을 위해 설치된 각 분야별 분과위원회에는 소관 부처 당국자들이 수석대표 등으로 참여하고 있다는 사실을 부각시키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부 일각에선 대북사업을 추진하려다 통일부의 제동에 걸린 각 부처 또는 지방자치단체사이에서 통일부가 대북사업을 좌우한다는 소외감이 적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인수위가 통일부 독점의 대안이라며 채택한 기능분산 방안의 효과를 두고도 전망이 엇갈립니다.

한 정부 관계자는 “남북간 회담과 대화가 있어야 존재가치를 유지할 수 있는 통일부의 속성상 ‘회담을 위한 회담’이 열리는 경우가 많고 그러다 보니 북한에 끌려가는 경향이 있었다고 본다”며 인수위 방침을 지지했습니다. 반면 총괄 조율기능을 담당했던 통일부가 축소 또는 폐지될 경우 대북사업이 중구난방으로 진행돼 그간 추진해 온 각종 대북정책을 더 이상 수행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옵니다.

한편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속한 한나라당은 오늘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열고 인수위의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당론으로 채택하고 오는 21일 안상수 원내대표의 대표 발의로 국회에 제출키로 했습니다.

한나라당은 대통합 민주신당과의 협상을 거쳐 오는 28일 임시국회에서 개정안을 최대한 원안대로 통과시키기로 방침을 정했습니다.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푭니다.

“그러나 정부조직을 개편하기 위해선 우선적으로 국회의 동의가 필요하기 때문에 여야의원들의 초당적 협력을 이끌어내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정부 조직개편안은 오는 21일경 국회에 제출될 예정인데 우리 한나라당안으로 제출될 겁니다. 국무총리 및 국무위원 인사청문회 일정을 감안하면 1월28일까지 통과될 수 있도록 저희들은 최선을 다하려고 합니다”

반면 대통합 민주신당은 통일부 존치를 사실상 당론으로 정해 정부조직법 개정안 국회처리 시도에 대한 격렬한 저항을 예고했습니다. 통합신당 손학규 대표는 오늘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통일부 존치의 당위성을 역설했습니다.

“우리쪽의 국정원장 또 북쪽의 통일전선부 부장 이런 사람들이 이제 공개적으로 만드는 상황 아닙니까? 공개적으로 협의하고 협조하고 이런 상황을 오히려 대표적인 기구를 만들어놓는 것이…외교부에 간다고 해서 모든 것이 효율적으로 지휘가 되겠습니까? 통일부 존치는 지금 현재로서 당론이라고 얘기할 수 있습니다”

통합신당 오영식 정책위 수석부의장은 “한나라당의 28일 국회처리 방침은 일방적으로 자신들의 입장을 주장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며 “임시국회 개원 첫날인 28일 처리하자는 것은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일축했습니다.

통합신당은 오늘 국회식당에서 정부조직법 개편안에 대한 긴급 토론회를 개최해 여론몰이에 나서기도 했습니다.

토론자로 나선 김근식 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명박 당선인은 남북관계와 통일문제에 대한 무지와 무관심, 한미동맹에 경도된 불균형 의식을 드러냈다”며 “통일부 폐지에는 이명박 새 정부의 잃어버린 10년 주장에 대한 강박증과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피해의식 등이 담겨있다”고 주장했습니다.

한나라당도 차츰 인수위 지원사격에 나서는 모습입니다. 안상수 원내대표는 오늘 오전 주요 당직자회의에서 “인수위의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대해 국민이 환영하고 있는데도 특정부처를 둘러싸고 정치권에서만 반대의견을 내고 있다”며 반격했습니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자문위원인 백승주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도 한 토론회에서 통일부 통폐합안으로 더 불거진 차기 정부 대북정책에 대한 일부의 비난이 너무 조급한 행태이라고 일침을 놓았습니다.

백 연구위원은 “이명박 당선인이나 참모들이 통일에 대한 비전이 없다고 극단적으로 생각할 것이 아니라 달성방법에 차이가 있다는 차원에서 지켜봐야 한다”며 “태어나지도 않은 애한테 뭐가 되고 싶냐고 묻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반박했습니다.

정치권의 갈등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외교부는 외교부대로 통일부 통합을 위한 직제 개편안을 마련중입니다. 외교부 조희용 대변인은 “직제 개편 등 필요한 후속조치를 관계부처와 함께 진행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통합이후의 외교통일부에 1차관,2차관 그리고 통상교섭본부장까지 세 개의 차관자리 가운데 한 자리를 통일부 몫으로 할당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미국의소리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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