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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남한 정권 바뀌어도 남북관계 지속 희망


북한 당국은 남한의 대통령 선거일 하루 전인 지난해 12월 18일 평양을 방문한 남한의 김만복 국가정보원장에게 남한에서 정권이 바뀌어도 남북관계가 지속되기를 희망한다는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 지난해 10월에 열린 남북정상회담 직전에는 북한의 김양건 노동당 통일전선부장이 극비리에 서울을 방문해 노무현 대통령을 예방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자세한 소식 서울 VOA의 김은지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북한이 남한 대통령 선거 하루 전날, 평양을 방문한 김만복 국가정보원장에게 남측의 대선 결과와 관계없이 남북관계가 지속되기를 희망한다는 의사를 전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남한의 국정원은 지난 5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대한 업무보고에서, 김만복 원장이 대선 전날 북한을 방문해 김양건 통전부장과 주고받은 대화록을 보고했다고 한국의 ‘중앙일보’가 보도했습니다.

이 신문에 따르면 김 원장은 평양 모란봉 초대소에서 김양건 통전부장을 두 차례 만났으며, 오찬을 겸한 면담에서는 남한의 대선과 남북관계 전망 등을 화제로 약 2시간 30분 가량 대화를 나눈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대화록에서 북측 김 부장은 “남북회담이 지금처럼 많은 적이 없었다”며 “이 같은 남북관계가 대선 뒤에도 유지됐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에 남측 김 원장은 “이명박 후보가 당선되더라도 남북관계에 큰 변화가 없을 것이며, 남한 내 보수층을 잘 설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북측 김부장이 김만복 원장에게 “대선 뒤에도 국정원장직을 계속 맡느냐”고 묻자, 김 원장은 “새 정부가 들어서면 교체되며 이는 남측 사회의 기본 질서”라고 답했습니다.

이에 앞선 지난 3일, 대선을 하루 남겨 놓은 시점에서 남한의 국정원장이 비밀리에 방북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민감한 시기에 남한 정보기관의 총수가 방북한 것을 두고 논란이 제기됐습니다.

당시 국정원 측은 방북 경위에 대해 “10월 남북정상회담 때 노무현 대통령이 기념식수한 소나무의 표지석을 설치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습니다.

대선 전날 방북한 이유에 대해서는 “대선을 며칠 남기고 방북할 경우, 북풍 공작에 대한 의구심을 불러올 수 있고 대선 후에는 사실상 방북이 어려워질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해명한 바 있습니다.

이와 관련, 익명을 요구한 한 대북 전문가는 “사실상 정상회담의 두 주역인 김만복 원장과 북측 김 부장이 대선 직전, 회담을 가진 것은 김대중 정권에 이어 노무현 정부로 이어진 10년 간의 남북관계를 마무리하기 위한 성격”이라며 남북 간에 이뤄지는 비공식 채널의 대표적 사례로 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김만복 원장과 김양건 부장의 대화록이 언론에 유출된 사안을 ‘국가기밀 유출’로 판단하고 엄중 대처하기로 했습니다.

이동관 인수위원회 대변인은 국정원 자료가 언론에 유출된 데 대해 유출경위를 파악하고 있으며, 당선인의 의지대로 일벌백계할 방침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동관 인수위원회 대변인: “우선 오늘 일부 언론에 김만복 국정원장의 지난 12월 18일 방북시 김양건 통전부장과의 대화록이 보도됐습니다. 이와 관련해 이경숙 인수위원장은 대화록이 유출된 경위에 대해 철저한 내부 조사를 벌이는 한편, 인수위 및 국정원 관계자들에 대한 보안 조사를 공식요청하기로 했습니다. 이 위원장은 만에 하나 인수위 내부의 관계자가 개입된 것으로 파악될 때는 이미 당선인이 공개 언명한 것처럼, 일벌백계 차원에서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엄중 조치하겠다고 말했습니다.”

당혹스럽기는 국정원도 마찬가집니다. 인수위원회의 요청에 따라 국정원은 현재 인수위원회 담당자와 국정원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조사에 착수한 상탭니다.

이런 가운데 북한의 김양건 부장이 정상회담 직전에 극비리에 서울을 방문해, 노 대통령을 예방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국정원은 최근 인수위 보고에서, 김양건 통전부장이 지난해 9월 26일, 1박 2일 일정으로 서울에 와, 북측의 공동 선언 초안을 제시하고, 의제를 협의했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김양건 부장의 당시 서울 방문은, 김만복 국정원장이 같은 달 15일에 의제 협의를 위해 방북했을 때 제안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로써 사실상 김양건 부장의 ‘첫 번째 남한방문’이라 알려졌던, 지난 11월 29일 공식 방문은 두 번째 방문인 셈입니다.

11월 당시 두 번째로 서울을 방문한 김 부장은 경제현장을 시찰하고, 노 대통령과 만나, 남북정상회담의 이행을 재확인했습니다.

노무현 남측 대통령: “어서오십시오”

김양건 북한 노동당 통전부장: “건강하셨습니까?”

노무현 대통령 : “조선소도 좋지만 부품 단지가 참 볼만한데...”

김양건 부장: “인천은 아시아에서도 세계적으로 큰 항구 도시입니다.”

김양건 통전부장은 ‘제2의 용순비서’로 불릴 정도로, 김정일 위원장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인물입니다.

노동당 국제부장과 국방위 참사를 거쳐 김용순 노동당 비서가 2003년 사망함에 따라, 지난해 3월 통전부장으로 승격했습니다.

김 부장은 조용하고 꼼꼼하게 업무를 챙기는 스타일로, 1980년대 김정일 위원장이 대남 라인을 대대적으로 정비할 때 김 위원장의 눈에 띄었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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