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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전문가 ‘북한, 추가 유인책 위해 핵 신고 미뤄’


미국 내 일부 한반도 전문가들은 북한이 핵 프로그램 신고를 계속 미루고 있는 것은 미국으로부터 더 많은 유인책을 끌어내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들은 또 북한이 결국 핵 신고를 할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충분한 신고가 이뤄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습니다. 손지흔 기자가 좀더 자세한 내용 전해드립니다.

북한이 지난 12월 31일의 핵 프로그램 신고 마감시한을 어겼어도 부시 행정부로서는 대북 협상을 계속하는 것 외에 뾰족한 대안이 없다고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워싱턴 소재 우드로윌슨 센터 (Woodrow Wilson International Center for Scholars)의 로버트 해더웨이 (Robert Hathaway) 아시아 프로그램 국장은 2일 ‘미국의 소리’ 방송과의 전화인터뷰에서, 부시 행정부는 임기를 1년 여 남긴 시점에서 “새로운 위기에 직면하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에 북한에 조금 더 시간을 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인내심이 한계에 부딪히면 부시 행정부는 북한이 합의사항을 이행하도록 중국 등 나머지 6자회담 참가국들이 압력을 가할 것을 촉구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워싱턴 소재 맨스필드재단 (The Mansfield Foundation)의 고든 플레이크 (Gordon Flake) 소장도 핵 신고가 계속 지연되면 지금까지 유명무실했던 유엔의 대북 제재결의안 1718호에 따른 제재 조치들이 다시 이행되고, 북 핵 문제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넘겨질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플레이크 소장은 아직은 시기상조라며, 미국은 계속 유연성을 보이고 협상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플레이크 소장은 “핵 신고는 어떤 형식으로든 이뤄지겠지만 결코 충분한 핵 신고는 되지 않을 것”이라며 이 문제를 둘러싼 협상이 부시 행정부 임기 안에 끝나지 않을 공산이 크다고 말했습니다.

워싱턴의 대표적인 보수성향 연구소인 미국 기업연구소 (American Enterprise Institute)의 선임 연구원인 존 볼튼 (John Bolton) 전 유엔주재 미국 대사는 북한이 합의사항을 이행하지 않은 데 따라 북 핵 2.13 합의가 위기에 놓였을 가능성을 제기했습니다.

볼튼 전 대사는 “한국과 일본, 미국 정부는 어느 시점에서 2.13 합의를 다시 고려해야 할 것”이라며 세 나라가 그렇게 할 가능성은 다음 달 한국의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가 취임하면서 분명히 드러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볼튼 전 대사는 미국 국무부는 북 핵 “합의를 살리는데만 급급한 나머지 어떤 시간표 (timeline)도 정해놓지 않은 상황인 것 같아 걱정된다”고 말했습니다. 볼튼 전 대사는 또 미국은 북한이 핵 신고를 안하는 등, 합의를 위반해도 내버려두고 있다며 그런 면에서 한국의 정권교체가 매우 중요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볼튼 전 대사는 “이명박 당선자는 북한에 일방적으로 경제지원을 제공하는 게 아니라 북한의 성과 (performance)를 요구하는 좋은 시각 (perspective)을 갖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이 당선자가 북 핵 뿐아니라 인권과 주민들의 억압 문제에 까지 주안점을 두는 것은 매우 중요한 변화라는 것입니다.

하지만,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enter for Strategic and International Studies)의 조엘 위트 (Joel Wit) 선임 연구원은 한국에 새 정부가 들어서도 북 핵 협상에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위트 연구원은 북 핵 “협상은 본질적으로 미국과 북한 간의 협상”이라며, “한국은 협상의 진행 여부에 있어서 주도적인 요인(leading factor)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미국과 북한 사이에 일어나는 일들이지 한국의 차기 대통령의 말과 행동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위트 연구원은 특히 부시 행정부가 지금까지 북한에 인내심을 보여왔다는 일부의 견해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그보다는 부시 행정부는 임기가 끝나기 전에 최대한 많은 진전을 이루기 위해 서두르는 인상을 줬고, 그로 인해 불리한 입장을 스스로 초래했으며, 북한은 이 점을 이용하려 하고 있다는 주장입니다.

위트 연구원은 북한은 “지금이 미국을 비롯한 다른 6자회담 참가국들로부터 더 많은 유인책을 끌어낼 수 있는 기회 (bargaining opportunity)”인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또 북한은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자국을 삭제하겠다는 확실한 약속을 미국 측으로부터 받아내기 위해 핵 신고를 미루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맨스필드재단의 플레이크 소장은 북한은 미국이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해주기로 약속했다는 주장인 반면

미국은 북한이 합의를 이행할 것이라는 신호를 보내오기 전까지는 명단에서 삭제할 수 없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따라서 플레이크 소장은 미국이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없는 상황에서 앞으로 미-북 간 밀고 당기기가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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