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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공동 문학잡지 '통일문학' 창간


분단 이후 최초로 남북한의 문학인들이 함께 만드는 문학잡지인 '통일 문학'이 내년 1월 창간될 예정입니다. 남북한 문인들은 2006년 10월 '6.15 민족문학인협회'를 결성하고 문학 교류를 본격화 하면서, '통일 문학' 창간을 준비해 왔습니다. '통일 문학' 창간호는 남북한의 소설이 각각 3편, 시가 10편씩 실리는 등 모두 원고지 1천2백장 분량으로, 한국과 북한에서 각각 3천부씩 발간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6.15 민족문학인협회' 남한측 집행위원인 소설가 정도상 씨와의 전화 인터뷰 내용을, 서지현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문: '통일문학' 첫 호를 언제 발행하게 되고, 어떤 내용이 들어가게 되나요?

답: 1월 말에 발행하게 되고, 남북한 작가들의 작품을 한 곳에 싣게 됩니다. 남북 작가들이 모여 공식적으로 잡지를 발행하는 것은 분단 이후 이번이 처음입니다.

문: 준비를 언제부터 해오신 건가요?

답: 지난 5월에 1차 편집회의를 했는데, 지난 12월4일에 2차 편집회의를 하면서 본격화되기 시작했습니다.

문: '6.15 민족문학인협회'가 결성된 뒤 시간이 좀 흘렀는데요. 그 결실로도 볼 수 있을까요?

답: 그렇습니다. '6.15 민족문학인협회'라는 남북 양측 문인들의 단일 조직을 만들었는데요. 이는 지난1948년도 남북 문단이 분단된 이후 최초의 일이고, 이를 통해 남쪽은 북쪽 및 세계로 뻗어나가는 문학의 영토를 확장하게 됐고, 북쪽은 북쪽 나름대로 앞으로 남한의 독자를 향해 글을 쓰게 되는 일이 될 것 같습니다.

문: 이 잡지는 1년에 두 번씩 나오게 되는 건가요?

답: 예 그렇습니다. 1년에 두번씩 나오게 되지만 정세의 영향을 상당히 많이 받습니다. 이를테면 북-미 수교가 제대로 안되면 당연히 남북 당국 간 관계가 나빠질 것이고, 민간은 당국 간의 관계가 나빠지더라도 꾸준해야 하는데 북한 측이 그렇게 못하더라구요. 이 문제가 차후에도 가장 관심있는 사항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문: 북한 당국이 북한 측 작가들이 이번 잡지에 참가하도록 협조를 했다는 것인데, 상당한 의미가 있는 것 같습니다.

답: 그렇죠. 특히 이번에 우리가 채택하는 남한 작품들이 기존에 남쪽에서 발표됐던 저항적이고 반체제적인 작품이 아니고 이청준의 '눈길'이나 은희경의 '빈처'같은 작품으로, 남쪽의 생활을 엿보게 하는 작품들입니다. 더구나 은희경의 '빈처' 같은 경우, 부부관계에서 서로의 소통 부재의 문제를 담고 있거든요. 남쪽 사람들의 생활을 북측 독자들이 서로 엿볼 수 있게 한다는 측면에서 재미있는 일이 있을 것 같습니다.

문: 북한 쪽 문학작품은 어떤 게 실리게 되나요?

답: 첫 호이니 만큼, 더군다나 남북관계가 새로운 정부의 출범에 따라 상당히 불확실성으로 들어가게 됐는데 이에 대해 부담을 가지면 안된다는 얘기를 북한에 상당히 많이 했습니다. 북한에서도 정치성이 상당히 결여된 작품을 싣지 않을까 싶습니다.

문: 여러 다양한 문화 교류 가운데 문학으로 교류를 하는 의미가 깊은 것 같은데요. 남북 간 문학적 교류를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답: 사실 공연, 음악, 미술 같은 경우는 일회성 이벤트 행사가 많거든요. 하지만 문학은 내면을 통해 교류한다는 측면에서, 또 문자를 통한 성찰이 가능하다는 측면에서 다른 문화 교류와는 차별성이 있는 것 같습니다.

문: 분단 반세기를 지나 그간 남북의 언어도 많이 달라졌는데, 각자의 독자들의 이해도가 떨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데요. 별첨으로 설명하는 게 있나요?

답: 그대로 싣는데 페이지 하단에 주석을, 그러니까 낱말 풀이를 달아주기로 했습니다. 우리가 도저히 알 수 없는 북쪽 어휘나 단어들을, 이 단어만큼은 주석을 달아달라고 요청할 것이고, 북쪽도 똑같은 이유로 남쪽에 요청을 할 것입니다, 주석을 달아달라고.

문: 첫 결실을 내면서 뿌듯하시고 의미가 깊었을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선생님께서도 작품활동을 하시는 소설가로서의 소회를 좀 말씀해 주시면...

답: 뿌듯하고 의미도 있지만 사실은 걱정도 많이 됩니다. 남쪽 작가들이 북쪽 작품을 읽어보고 너무도 다르기 때문에 어떤 반응을 보일지 걱정이 되기도 하고, 또 너무나 오랫동안 체제가 나눠져 왔기 때문에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는데 상당한 시간과 진통이 따르게 됩니다. 앞으로 2호, 3호 내가는 동안 얼마나 많은 진통을 겪어야 할까 하는 걱정이 상당히 많이 들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분단 이후 첫 남북 문인들이 함께 만드는 문학잡지 '통일문학'의 창간 집행위원, 소설가 정도상 씨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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