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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전문가 ‘북 핵 불능화 여러 방법으로 지연 가능’


북한은 현재 진행 중인 영변 핵 시설 불능화의 속도를 다양한 방법으로 늦출 수 있을 것이라고 미국의 핵 과학자가 말했습니다. 워싱턴에 소재한 민간단체인 과학국제안보연구소 (The Institute for Science and International Security)의 핵 전문가인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David Albright) 소장은 27일 ‘미국의 소리’ 방송과의 전화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히고, 아울러 북한이 미국 측에 넘긴 알루미늄 관에서 농축 우라늄의 흔적이 발견된 데 대해서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습니다. 손지흔 기자가 인터뷰 했습니다.

문1: 북한은 에너지 지원이 늦어지고 있다는 것을 이유로 영변 핵 시설 불능화의 속도를 늦출 수밖에 없다고 밝혔는데요. 불능화 작업은 실제로 어떻게 지연될 수 있습니까?

답1:“불능화 작업의 속도를 늦추는 데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우선 한 가지 핵심적인 불능화 조치는 영변의5 메가와트 핵 원자로에서 핵 연료 (nuclear fuel) 를 빼내는 것입니다.

이 조치는 일반적으로 길게는 1백일이 걸리는 데, 북한 측 핵 작업요원들이 가령 일주일 간 일을 중단함으로써 진전을 지연시킬 수 있습니다. 또 북한이 쉽게 지연시킬 수 있는 조치는 폐 연료봉 처리와 관련해 시간을 끄는 것입니다.

가령 폐 연료봉을 한국 등 외부로 반출하려면 일주일 이상이 소요될 것이고, 북한 내에서 사용 불가능하게 만들려면 원자로에서 다시 사용할 수 없도록 파손시켜야 하는데 연료봉은 수천개에 달하는 만큼 이 작업 역시 어떻게 진행하느냐에 따라 소요 시간이 다를 수 있습니다. "

문2: 북한은 불능화 과정 11개 조치 가운데 4개를 완료하고 3개를 거의 마친 것으로 최근 보도됐는데요. 현재 어디까지 진행된 상황입니까?

답2: “현재 불능화 작업은 잘 진행되고 있습니다. 영변 핵 원자로의 폐연료 (spent fuel) 를 근처의 냉각조 (cooling pond)로 옮기는 작업은 조금 시간이 걸리는데 북한은 2주 전부터 핵 연료봉을 인출하기 시작했습니다. 인출 작업은 일반적으로 2~3개월 걸릴 것입니다.

북한은 불능화 작업 초기에 일을 더 빨리 진행하기 위해 핵 작업요원들을 하루 3교대로 24시간, 주 7일을 근무하게 하는 방안을 제안했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되면 북한 요원들이 더 많은 양의 방사능에 노출됩니다. 그래서 미국은 작업을 며칠 내지 몇 주 더 빨리 끝내기 위해 요원들의 생명을 위험에 빠뜨리고 암에 걸릴 위험을 높일 필요가 없다며 이를 말렸습니다.”

문3: 얼마 전 북한이 미국에 넘긴 알루미늄 관에서 농축 우라늄 흔적이 발견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이 흔적은 북한의 고농축 우라늄 활동의 증거가 될 수 있습니까?

답3: “전혀 증거가 되지 않습니다. 사람들은 고농축 우라늄과 농축 우라늄 개념을 잘못 사용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고농축 우라늄 계획은 북한이 고농축 우라늄을 만들기 위해 수백, 수천개의 가스 원심분리기 (gas centrifuges)를 작동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렇지만 이번에 발견된 것은 농축 우라늄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만일 고농축 우라늄이었다면 북한이 파키스탄으로부터 수년 전 사들인 장비에서 흔적이 묻어왔을 가능성이 더 높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파키스탄의 장비들이 고농축 우라늄에 오염돼 있다는 사실은 이란과의 경험을 통해서 이미 잘 알려져 있습니다.

우라늄은 핵 작업 요원이 파키스탄에서 사들인 장비의 부품 (component) 한 개만 들어도 묻어올 수 있습니다. 특히, 이런 샘플을 해석하는 데 있어 처음의 측량은 큰 의미가 없습니다. 지금까지 샘플검사에서 많은 실수가 있었기 때문에 검사는 여러 번 반복해야 하고 더 많은 정보를 캐야 합니다. 이번에 발견된 흔적은 우라늄 농축 계획과 아예 무관할 수도 있습니다.

환경 표본추출 (environmental sampling) 작업은 매우 어렵기 때문에 신중을 기해야 합니다. 그래서 당초 우라늄 농축 흔적에 관한 정보는 조사가 좀 더 진행되기 전까지 공개할 의도가 전혀 없었는데 핵 협상을 깨려는 사람이 일부러 언론에 흘린 것입니다.”

문4: 그렇다면, 소장님께서는 북한이 우라늄 농축 계획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답4: “전혀 알 방법이 없습니다. 북한은 우라늄 농축 계획을 위한 물질과 장비를 구입했는데 중간에 중단(stalled) 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미국 중앙정보국 CIA는 지난 2002년 북한이 대규모 원심분리기 공장을 짓고 있다는 평가를 내놓았습니다.

CIA는 이 공장이 2005년에 완공될 수 있으며 매년 2개의 핵폭탄을 만드는데 충분한 양의 고농축 우라늄을 생산할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그 평가는 잘못됐고 사실이 아닙니다. 저는 북한이 비밀리에 가스 원심분리기 공장을 가동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다만, 북한은 어떤 연구개발 계획을 추진하고 있었고 이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파키스탄의 핵 과학자인 압둘 카디르 칸 박사가 체포됨에 따라 북한의 원심분리기 계획을 위한 지원체계는 2003년 말에 사라졌습니다. 이 때문에 북한은 당시 외부지원이 끊기자 계획을 중단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계획이 어디까지 진행됐는지 알 수 없습니다.”

문5: 끝으로, 미국 정부는 북한의 우라늄 농축 의혹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습니까?

답5: “많은 미국 정부 관리들은 북한의 우라늄 농축 계획을 실로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downplay)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북한이 상당한 우라늄 농축 계획을 갖고 있다는 증거가 없다는 것입니다. 미국 관리들은 다만 북한이 과거에 우라늄 농축 활동을 했다는 것에 대한 시인을 받아내고 싶은 것입니다.

그 이유는 파키스탄 대통령이 여러 성명을 통해 칸 박사가 북한에 원심분리기 20여 개를 팔았다고 밝혔고 북한은 이를 부인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20개의 원심분리기로는 불과 2 그램의 농축 우라늄을 만들 수는 있지만 고농축 우라늄은 절대 만들 수 없습니다.

이 때문에 북한이 우라늄을 20개의 원심분리기에만 농축했으면 그 계획은 그다지 심각하게 받아들일 만한 게 못됩니다. 그런데 북한은 이상하게 시인하려 하지 않고 있고 플루토늄 문제를 먼저 다루길 원합니다. 사실 가장 중요한 것은 북한의 플루토늄과 보유하고 있는 핵무기의 수입니다.”

지금까지 과학국제안보연구소의 핵 전문가인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소장과 함께 북 핵 불능화 작업과 북한의 우라늄 농축 활동 의혹에 관해 알아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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