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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핵 포기 전략적 결단 아직 못내린 듯'


북한 핵 문제가 교착 국면에 접어들고 있습니다. 북한은 불과 10여일 앞으로 다가온 핵 신고 마감시한을 앞두고도 여전히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아직 핵 포기에 대한 전략적 결단을 내리지 못한 것 같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최원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미국의 조지 부시 대통령이 최근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시도한 ‘친서 외교’가 김이 빠지는 분위기입니다. 부시 대통령은 지난 5일 평양을 방문한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 편에 김정일 위원장에게 친서를 전달했습니다. 부시 대통령은 이 친서에서 북한이 완전하고 정확하게 핵 신고를 하면 북한과 관계를 개선할 의사를 밝혔습니다.

친서를 받은 김정일 위원장은 지난 14일 부시 대통령에게 답신을 보냈습니다. 김 위원장은 친서가 아닌 구두 메시지를 통해 ‘북한이 의무를 다하는 만큼 미국도 해야 할 일을 충실히 해주기를 기대한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김정일 위원장이 부시 대통령의 당초 기대에 못미치는 구두 메시지를 보내온 것에 대해 전문가들은 다양한 해석을 내놓고 있습니다.

미국 다트머스대학교의 한반도 전문가인 데이비드 강 교수는 지금처럼 미국과 북한이 상대편을 주시하고 있는 상황에서 김 위원장이 핵 신고와 관련된 입장을 밝히기는 곤란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핵 신고 문제는 미국과 북한이 주고받기를 통해 해결할 사안이기 때문에 김 위원장이 핵 신고에 대한 구체적 입장을 미리 밝히는 것은 적절치 않았을 것이란 분석입니다.

“데이비드 강 교수는 미국과 북한은 상대편이 과연 약속을 지킬 것인지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김정일 위원장이 북한주민들과 군부를 의식해 어중간한 내용의 구두 메시지를 보냈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습니다. 워싱턴의 민간연구소인 우드로 윌슨센터의 이영종 연구원은 김정일 위원장이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 포기를 확신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부시 대통령으로부터 편지 한 통을 받았다고 해서 당장 미국에 유화적인 자세를 보이기는 곤란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김정일 위원장이 보낸 구두 메시지는 북한이 과연 핵 포기라는 전략적 결단을 내렸느냐는 질문에 맞닿아 있습니다. 서울 경기대학교의 남주홍 교수는 김정일 위원장이 핵무기 포기라는 전략적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에게 핵무기는 단순한 무기가 아니라 김정일 위원장과 군부가 지난 반세기 동안 온갖 어려움을 겪은 끝에 만든 국력의 총체로서 도저히 포기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다트머스 대학의 데이비드 강 교수는 이와 다른 견해를 보이고 있습니다. 한반도 전문가인 데이비드 강 교수는 6자회담 자체가 ‘네가 이것을 하면 나도 이것을 한다’는 식의 주고받기식 협상 과정이기 때문에 김정일 위원장이 이미 핵을 포기하기로 전략적 결정을 했는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데이비드 강 교수는 누구도 김정일 위원장이 핵을 포기하는 전략적 결단을 내렸는지 알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한국 외교통상부 국제안보 대사인 연세대학교의 문정인 교수는 최근 언론기고문을 통해 김정일 위원장은 이미 비핵화에 대한 전략적 결단을 내렸으나 다만 그 이행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습니다.

김정일 위원장이 핵을 포기하기로 전략적 결정을 내렸는지 여부는 분명치 않습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북한이 만일 핵 신고를 불성실하게 할 경우 ‘핵을 숨기려 한다’는 의구심이 점차 커질 것이라고 지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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