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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자회담 당사국들, 북한 경제선진화 지도해야,' 러시아 전문가


대외원조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북한경제를 선진화하는 데는 6자회담 참가국들의 역할이 결정적이라고 러시아 외교관 출신 경제 전문가가 주장했습니다. 어제 이 곳 워싱턴에서 열린 북한경제 관련 강연 내용을 조은정 기자가 자세히 전해드립니다.

북한이 선진화된 자본주의 경제체제를 수립하는 데는 미국과 중국 등 6자회담 참가국들의 후원과 지도가 필수적이라고 러시아 외교관 출신의 경제 전문가가 주장했습니다.

미국 브루킹스연구소의 방문연구원인 게오르기 톨로라야 (Georgy Toloraya) 박사는 12일 워싱턴 소재 한미경제연구소에서 열린 강연회에서, 북한 지도층은 체제 안전보장을 확보해야 경제개혁을 결심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점을 먼저 강조했습니다.

톨로라야 박사는 북한은 체제 안전보장이 확보된 이후에는 경제선진화를 위한 외부세계의 원조가 필수적이라며, 이 때도 북 핵 6자회담의 틀 안에서 당사국들이 공동으로 체계적인 방안을 수립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톨로라야 박사는 그러나 대북 원조와 관련해 지금처럼 북한에 끌려다녀서는 안된다고 덧붙였습니다.

톨로라야 박사는 6자회담 당사국들이 북한에 핵 포기의 대가로 중유를 공급하고 있는 것 처럼, 원조물자의 선택권을 북한이 갖게 되면 안된다고 말했습니다. 옛 소련의 경우 지난 1960년대와 '70년대에 북한이 원하는 물자를 지원했지만 정작 북한경제 개선으로 이어지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톨로라야 박사는 지난 1977년 평양주재 러시아대사관에서 외교관으로 근무를 시작한 이래 30년 간 한반도 문제를 다뤄왔습니다.

톨로라야 박사는 북한의 경제선진화를 위한 외부조건이 일단 조성되면, 내부적으로 개혁을 이끌 세력은 권력층과 이들에 유착한 신흥 자산가들이 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톨로라야 박사는 북한에는 이미 군부, 당, 지방 정부기관, 그리고 보위부 산하에 무역회사와 생산공장들이 있다며, 이들 정부 기업과 합작회사의 간부들이 돈과 권력을 모두 가진 신흥 엘리트층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톨로라야 박사는 이어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체제 안전보장을 위해 기득권층에게 경제적인 기회를 주려고 할 것이고, 이는 연고 자본주의(crony capitalism)의 발달을 가져올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또, 북한의 공기업들이 큰 묶음으로 민영화 되면, 한국의 재벌과 같은 구조를 취하며 외부세계와 무역을 하는 수출 동력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톨로라야 박사는 전망했습니다. 톨로라야 박사는 러시아의 경우에도 국영기업의 간부들이 공산권 붕괴 이후 민영화를 주도했다고 설명했습니다.

톨로라야 박사는 북한의 경우 정경유착이 일어나더라도 정부가 주도하는 경제개발이 순수한 시장경제보다 오히려 바람직하다고 주장했습니다.

톨로라야 박사는 북한은 '90년대 배급체계 붕괴 이후 주민들이 시장에서 거래를 하고 있지만 이런 활동만으로 자본주의가 확립되기는 힘들다고 말했습니다. 후기 산업사회가 확립되려면 단순한 시장거래 외에 정부 주도의 거시적인 경제정책 수립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북한경제를 효과적으로 선진화하기 위해서는 전략 산업을 발전시킬 수 있는 정부 주도의 개발정책이 필요하다고 톨로라야 박사는 말했습니다. 톨로라야 박사는 전략산업으로는 값싼 노동력과 풍부한 지하자원을 활용하는 방안을 제시했습니다.

톨로라야 박사는 북한이 경제발전 계획을 세우고 이행하는 데는 6자회담 참가국들의 기술적 지도와 경제지원이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또 단기적으로는, 단순히 에너지나 식량을 원조하기 보다는 북한 권력층에 시장원리를 교육시키는 것이 북한경제를 위해 훨씬 유용한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미국의 소리, 조은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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