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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핵 문제, `미-북 간 핵 신고 이견으로 중대 고비'


북한 핵 문제가 핵 프로그램 신고를 둘러싸고 중대 고비길에 접어들었습니다. 미국의 조지 부시 대통령은 지난 5일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보낸 친서를 통해 ‘완전하고도 정확한 핵 신고’를 촉구했습니다. 그러나 김정일 위원장은 아직 핵 신고서를 제출하지도 않고 있으며, 부시 대통령에게 답신도 하지 않은 상태입니다. 핵 신고를 둘러싼 미국과 북한의 입장은 무엇이고, 앞으로 이 문제가 어떻게 풀려갈지 최원기 기자와 함께 알아봅니다.

문) 북한은 이미 10.3 합의에서 모든 핵 프로그램을 완전하고 정확하게 신고하기로 약속하지 않았습니까. 합의대로 하면 문제가 없을텐데요.

최) 그렇게 단순하지 않습니다. 미국과 북한은 현재 ‘핵 프로그램’이 무엇이며, 이에 따라 신고해야 할 대상은 무엇인지에서부터 첨예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습니다. 우선 미국은 북한이 신고해야 할 대상으로 핵 시설과 핵물질 그리고 핵 프로그램 3가지를 꼽고 있습니다. 현재 불능화가 진행 중인 영변 핵 시설은 물론이고 플루토늄과 농축 우라늄의 분량과 소재, 그리고 핵 프로그램을 빠짐없이 신고하라는 것입니다. 이밖에도 미국은 북한이 외국에 핵을 수출했는지, 그리고 파키스탄으로부터 들여온 우라늄 농축용 원심분리기 문제도 해명할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문) 그렇다면 북한의 입장은 무엇입니까?

최) 아직 핵 신고와 관련해 북한의 입장이 구체적으로 밝혀진 것은 없습니다만,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의 발언과 일본의 `요미우리 신문' 등의 보도 등으로 미뤄볼 때 북한은 미국의 기대에 크게 못미치는 신고를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됩니다. 우선 북한의 김계관 외무성 부상은 이미 만들어 놓은 핵무기는 신고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입니다. 또 50 킬로그램으로 추정되는 플루토늄의 양과 소재, 그리고 우라늄 농축용 원심분리기 신고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요미우리 신문은 13일 북한이 플루토늄의 ‘용도 명시’를 거부하고 있으며 우라늄 농축도 “현재는 하지 않고 있다”고 애매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문) 북한이 말씀하신대로 ‘핵무기는 신고 안하겠다, 플루토늄과 농축 우라늄도 신고 못하겠다, 원심분리기는 모른다’이렇게 나온다면 상당히 불성실한 신고가 될 공산이 큰데요. 북한이 실제로 이런 식으로 핵 신고서를 제출하면 어떻게 됩니까?

최) 전문가들은 미국과 북한이 핵 신고를 놓고 절충을 벌일 공산이 크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미국과 북한 대표가 조용히 만나서 피차 납득할 만한 수준으로 핵 신고서를 조정할 거란 얘기입니다. 이와 관련해 미국의 6자회담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차관보는 12일 “북한과 이달 중에 후속 협상을 벌일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끝내 북한이 미국이 받아들일 수 없는 수준의 핵 신고를 고집할 경우 상황은 상당히 복잡해지고 어려워집니다. 미국이 준비하고 있는 테러지원국 해제가 물건너 가는 것은 물론 국제사회는 지난해 채택된 유엔 결의안 1718호를 발동해 북한을 압박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 경우 한반도가 자칫 다시 위기상황으로 빠질 수도 있습니다.

문) 북한으로서는 핵 신고를 성실하게 해서 미국과 관계를 개선해 안보를 보장받고 경제지원 등 실리를 챙기는 것이 최선일텐데요. 북한은 왜 핵 신고에 부정적일까요?

최)전문가들은 북한 군부가 ‘핵무기 절대주의’를 고수하기 때문에 그런 것 같다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핵무기만 있으면 안보가 1백% 보장될 것이라고 믿기 때문에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으려 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사실 핵무기는 따지고 보면 효용가치가 아주 작은 무기입니다. 제2차 세계대전 종전 무렵인 1945년 8월 일본 히로시마에의 원폭 투하 이래 전쟁에 원폭을 사용한 나라는 아무도 없습니다. 또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은 ‘핵무기를 개발하고 있는 것 같다’는 의혹 때문에 미국의 공격을 받았습니다. 한마디로 핵무기는 안보를 보장하는 게 아니라 안보를 불안하게 만든다는 얘기입니다. 전문가들은 또 북한의 핵실험으로 중국과 러시아 등 북한의 동맹국과 우방들마저 북한에 등을 돌린 사실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문) 중국, 러시아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요, 북한의 핵 신고에 대해서 북한의 동맹국인 중국과 러시아는 어떤 입장입니까?

최) 두 나라 모두 북한에 ‘성실하게 핵 신고를 하라’고 한 목소리로 촉구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다음 주 6자회담 수석대표인 우다웨이 외교부 부부장을 평양에 보내 성실한 핵 신고를 촉구할 예정입니다. 러시아도 같은 입장입니다. 러시아의 그리고리 베르데니코프 국제원자력기구(IAEA) 주재 대사는 지난 11일 북한 측이 연내에 모든 핵 프로그램을 IAEA에 신고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한국, 일본도 마찬가지입니다.

지금까지 최원기 기자와 함께 핵 신고를 둘러싸고 미국과 북한이 갈등을 벌이는 이유과 전망을 살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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