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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대통령 후보 정책평가 II-대미정책


한국의 대통령 선거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저희 ‘미국의 소리’ 방송은 어제부터 정동영, 이명박, 이회창 등 세 유력 후보의 대 북한, 대 미국 정책 공약을 상세하게 분석, 평가하는 특집기획을 보내드리고 있습니다. 오늘은 그 두 번째로 세 후보의 대미정책을 살펴봅니다. 현 노무현 대통령 정부에서 갈등이 빚어졌던 한-미 관계에 대해 세 후보들은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서울의 VOA 김은지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대선 후보들이 각각 내세우고 있는 한미정책은, 세 후보의 이념적 성향이 가장 극명하게 드러나는 분야입니다.

한미 동맹에 대한 후보들의 입장을 살펴보면, 정동영 후보가 왼쪽에 있고, 이명박 후보는 중간, 이회창 후보는 가장 오른쪽에 위치합니다.

먼저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는 ‘대북 억지 동맹’으로 기능해 온 과거의 한미동맹에서 탈피한, ‘미래지향적인 한미동맹’을 강조합니다.

"군사동맹, 억지력으로서의 동맹으로부터 포괄적 동맹으로, 미래동맹으로 이제 전환돼야 할 시점이고, 또 미국도 준비돼 있고, 우리도 준비돼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위해 정 후보는, 전시작전 통제권을 환수하고, 방위비 분담금 지원방식의 투명성을 제고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또 임기 내 주한미군 기지 이전을 완료하고, 주한미군 지위협정 개선 등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입니다.

이라크 파병연장에 대해서도 정 후보는 “국군의 목적은 자국의 안전과 국토방위이지, 전쟁터에 청년들을 보내, 잘 살면 된다는 식의 발상은 위험하다”며 강하게 반대합니다.

하지만 주한미군 주둔에는 조건부로 찬성하는 입장입니다. 북한의 직접적 위협이 소멸한다 하더라도 잠재적 위험은 존재하므로, 한반도 평화정착이 완료되는 일정 시점까지는 미군이 주둔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에 비해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는 전통적 한미우호관계를 바탕으로, 양국의 ‘파이’를 함께 키우는 새로운 한미 동맹을 주장합니다.

한미동맹을 강화하면서도 필요에 따라선, 유연하게 대처하겠단 얘깁니다. 때문에 이 후보의 ‘경제 대통령’이라는 캐치 프레이즈는 대미 정책에도 고스란히 녹아 있습니다.

이 후보의 이 같은 실용주의적 대미관은 이라크 파병연장에 대한 입장에서 잘 드러납니다.

지난 10월, 이라크 파병 연장안을 둘러싸고 정치권 공방이 벌어질 당시 이 후보는, 한미 관계 증진뿐 아니라 이라크의 자원 확보와 경제 협력을 위해서라도 파병 연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미래 자원 외교를 위해서, 경제 외교를 위해서 전후 복구사업에 참여할 한국 기업들을 이를 모두 종합적으로 생각해서 자이툰 부대 주둔을 1년 연장하는 것이 좋겠다는..."

이 후보는 전작권 환수와 한미연합사 해체에 모두 부정적입니다. 특히 주한미군 주둔에 찬성입장을 밝힌 이 후보는 “주한 미군 주둔은 한국정부의 막대한 국방비 지출을 줄여주므로 선진국으로 진입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설명합니다.

이와 관련, 한국국방연구원의 차두현 박사는 “이 후보의 실용적 대미관은 과거의 군사적이고 정치적인 한미 동맹에서 벗어나, 경제적인 한미 동맹의 틀을 제시하는 데 역점을 뒀다”고 분석합니다.

한미는 단순히 군사적이고 정치적인 유대관계 뿐 아니라, 경제적인 분야에서까지 밀접한 이해관계가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양측의 공동이익이 존재하는 한, 양측의 결속은 계속돼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이명박 후보와 이념적 친화성을 지니고 있지만, 보다 보수적 성향이 강한, 무소속 이회창 후보는 강력한 한미 동맹의 복원을 주장합니다.

존폐의 기로에 선 한미동맹을 일으키고, 건전하고 미래 지향적인 동맹으로 발전시키겠다는 구상입니다.

하지만 이 회창 후보의 경우, FOTA 즉, 미래한미동맹 정책구상회의와 SPI, 한미안보정책구상 등에서 지난 10년간 진행해왔던 한미간 협정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하겠다는 입장이어서, 논란이 예상됩니다.

차두현 박사는 “이 회창 후보가 제시한 한미 정책들은, 이미 두 정부간에 상당부분 합의된 사항을 부정하는 내용이어서 얼마나 현실성이 있을지 검증이 필요하다”고 지적합니다.

이회창 후보의 정책은 지난 10년 이상 진행돼온 대내외 안보환경의 추동력에 대해 너무 피상적으로 이해를 하고 있다는 비판이 있습니다. 실제로 전작권 이양 문제에 대해서 기본원칙과 틀을 바꾸는 것은 미국 정부 입장에서도 여러 루트를 통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입장을 표명해왔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이회창 후보가 제시한 한미정책들이 얼마나 실효성을 거둘 수 있는지는 실질적으로 보다 검증을 받아야 하는 문제입니다.

대미 정책을 ‘한미동맹’과 ‘남북관계’라는 두 축으로 나눠볼 때, 어느 축으로 더 기울였느냐에 따라 세 후보의 입장도 갈립니다.

정동영 후보가 한미동맹보다 남북관계에 더 무게중심을 뒀다면, 이회창 후보는 한미동맹에 방점을 두고 있습니다. 이명박 후보는 중도적 입장을 견지하고 있습니다.

정 후보는 ‘한반도 평화’라는 큰 테두리 안에서 한미동맹과 남북 신뢰를 동시에 추진하겠다는 입장입니다. 당선이 될 경우, 내년 중 평화선언과 북미 수교를 지원하겠다는 공약을 펴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이화여대 국제학부 박인휘 교수는 “정 후보는 한미 동맹보다 남북 관계에 더 무게를 싣는 입장이어서, 남북관계에 저해되는 한미동맹은 지양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합니다.

“대북이나 한미관계에 있어서 정 후보는 통상적인 정책들보단 진보적인 성향을 보이고 있습니다. 한미관계가 중요한 외교관계이긴 하지만 지금 형성된 남북간의 경제적 교류라던가 안정적인 사회교류 협력이 한미동맹 때문에 위협을 받아선 안 된다는 생각을 확고히 한 것으로 보여집니다. “

차두현 박사는 “참여 정부 시절 통일부 장관을 역임했던 정 후보의 이력상, 참여정부의 한미동맹과 상당히 유사한 정책을 펼칠 것”이라며 “정 후보가 한반도 평화정착에 한미동맹이 기여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정 후보가 당선되면 비핵화 과정에서 미국측에 더 많은 양보를 요구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반면, 이명박 후보는 한미동맹을 우선시하되, 북핵 문제를 두고 미국과 갈등을 빚는 일은 최소화할 것이란 분석입니다.

이화여대 박인휘 교수는 “이 후보의 실용주의에 입각한 한미관으로 볼 때, 첨예한 갈등을 유발할 수 있는 사안에서, 북한과의 관계 보다는 한미 동맹을 더욱 우선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합니다.

"한미관계와 남북관계가 상호갈등적이어선 안되고 상호의존적인 관계에서 선순환구조를 이뤄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한미 동맹에 있어서 첨예한 갈등의 어젠다였던 전작권 환수문제나 전략적 유연성과 관련해선, 보통의 보수층보단 조금 유연한 입장입니다. 전작권 전환문제에서 한미간에 완료된 문제이기 때문에 다시 거론한다는 것은 별로 염두에 두지 않을 것 같고.."

이회창 후보는 기본적으론 한미동맹의 공고한 기반을 활용해, 북핵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방침입니다. 철저한 상호주의로 강경한 대북 정책을 고수하는 이 후보는 그러나 미국의 대북정책 기조 변화와 맞서는 부분에 대해선 구체적인 정책이 부족하다는 지적입니다.

또 한미간에 이미 매듭된 문제를 다시 거론하겠다는 것도 미국과 갈등을 유발할 소지가 있습니다.

지난 참여 정부에서 첨예한 갈등을 빚었던 ‘대미 정책’. 하지만 세 후보 모두 구체적 방안이 없는 이념적 차원에만 머물러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번 대선에서, 한미정책 공약이 미치는 영향력은 미미할 것으로 전망합니다.

선거양상이 대외정책과 같은 공약검증보단, 인물 중심으로 흐르고 있기 때문입니다.

서울에서 미국의 소리 김은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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