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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 차관보, 북 핵 논의 위해 평양 도착


북 핵 6자회담의 미국 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가 오늘 서울을 출발해 평양에 도착했습니다. 힐 차관보의 이번 방북은 6자회담 합의에 따라 올해 안에 마무리돼야 할 북한의 핵 프로그램 신고 시한을 목전에 둔 시점에 이뤄진 것이어서 주목을 끌고 있습니다. 힐 차관보의 이번 방북의 의미와 전망을 서울의 VOA 김환용 기자를 연결해 알아보겠습니다.

앵커: 힐 차관보가 이미 평양에서의 일정을 시작했지요?

기자: 네, 힐 차관보는 오늘 오전 10시 30분 경기도 오산 미군기지에서 군용기를 타고 평양으로 출발, 사흘간의 방북 일정에 돌입했습니다. 방북길에는 성 김 미 국무부 한국과장과 통역 등이 동행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사흘간 일정을 요약하면 5 메가와트 원자로와 핵 재처리시설, 핵 연료공장 등 영변 3개 핵 시설 불능화 현장을 시찰하는 한편 북측 협상 파트너인 김계관 외무성 부상과 만나 연내 불능화와 핵 프로그램 신고 문제를 매듭짓기 위한 ’10.3 합의 이행방안’에 대해 협의할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앵커: 핵시설 불능화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힐 차관보가 이번 방북기간에는 주로 북한의 핵 프로그램 신고 문제에 대해 논의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는데요. 어떻습니까?

기자: 네, 아시다시피 북 핵 문제는 지난 2.13 합의에서 명시된 비핵화 단계들 가운데 핵 시설 불능화 단계까지 사실상 마무리작업에 들어간 상황입니다. 6자회담 참가국들이 핵 시설 불능화에 대해 북 측에 ‘행동 대 행동의 원칙’에 따라 합의했던 중유 지원 제공도 관련국들이 무리없이 이행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북 핵 문제는 이제부터가 진짜 고비라는 게 외교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판단입니다. 바로 북 핵 프로그램 신고가 그것인데요. 북 핵 프로그램 신고가 중요한 이유는 현재 불능화가 진행 중인 핵 시설이 이미 외부에 공개된 하드웨어라면 핵 프로그램 신고에서 다룰 부분은 은밀한 형태의 핵 제조기술, 말하자면 핵 무장 소프트웨어에 해당하기 때문입니다. 덩치 큰 핵무기 제조시설 제거보다 사실상 핵을 만들 수 있는 기술이 미국 등 주변국에겐 더 큰 우려의 대상인 것입니다.

힐 차관보의 이번 방북은 북 핵 문제의 뇌관이랄 수 있는 핵 프로그램 신고 문제를 사실상 매듭 짓는 자리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핵 프로그램 신고 문제! 그렇게 쉽게 풀리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한데요. 어떻습니까?

기자: 네, 그렇습니다. 미국 측이 핵 프로그램 신고에 포함돼야 할 내용 중 첫 손가락으로 꼽는 것은 북한이 은밀하게 추진해 온 것으로 알려진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입니다. 이와 함께 미국 언론보도로 불거진 핵 기술 시리아 이전설과 그간 북한이 추출한 플루토늄의 총량도 확인해야 할 사안으로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은 지금까지 “없는 것을 있다고 할 수는 없다”며 존재 자체를 부인해 왔기 때문에 현재로선 북-미 간 접점을 찾기가 꽤 어려워 보입니다.

앵커: 힐 차관보가 이번 방북에서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한다면 미북 관계에 빨간불이 들어올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기자: 네 바로 그런 이유로 이번 힐 차관보의 방북을 북 핵 해결의 분수령으로 보는 것입니다. 6자 간 합의대로라면 북한은 핵 프로그램 신고를 올해 안에 마쳐야 합니다. 미국은 이 신고서에 앞서 말씀드린 의혹들에 대한 ‘만족할만한 해명’이 전제돼야 10.3 합의에서 약속한 테러지원국 명단 삭제 조치로 나갈 수 있다는 입장입니다.

힐 차관보는 오늘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해 다시 한번 이 점을 강조했습니다. 힐 차관보는 “지금 직면한 문제들을 풀어나가면 미국의 입장도 개선돼 나갈 것”이라며 “비핵화 과정이 이뤄지면 외교관계 설정 문제에서도 진전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거꾸로 말하면 이번 방북이 성과없이 끝날 경우 북-미 관계 진전에 심각한 상황을 빚을 수도 있다는 경고로도 풀이됩니다. 또 이번 방북의 성과 여부에 따라 6일에서 8일사이 열릴 것으로 알려진 6자 수석대표 회담도 불발로 끝날 수 있는 상황입니다.

이번 방북의 중요성 때문인지 힐 차관보의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의 전격적인 면담 가능성도 꾸준히 흘러 나오고 있습니다. 또 서울 방문 중 밝힌 것 처럼 힐 차관보가 북한 군부 인사를 포함한 강경파 실세들을 만나 직접 설득 작업을 벌일 수 있을지도 주목됩니다.

앵커: 한국 청와대의 백종천 안보실장이 오늘 미국으로 떠났습니다. 힐 차관보의 방북 일정과 겹치는데다 김양건 북한 노동당 통일전선부장의 한국 방문 직후의 일이어서 주목되는데요?

기자: 네, 청와대 천호선 대변인은 오늘 브리핑을 갖고 백 실장이 스티븐 해들리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 미 행정부 고위 당국자들을 만나 한미동맹과 북 핵 불능화 진전과정, 6자회담 전망, 한반도 평화구축 등을 비롯한 폭넓은 대화를 나눌 예정이라고 전했습니다.

천호선 대변인: “이번 방문도 이런 협의의 일환으로 보시면 됩니다. 물론 남북관계, 한미동맹, 6자회담 등 양국 간 주요 관심사에 대해서 폭넓게 대화하는 자리입니다. 성과도 정리합니다. 물론 최근 이런 속도가 빨리 진행되기 때문에 더 많은 대화들이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기자: 일각에선 백 실장이 미국 측과 한반도 종전을 위한 4자 정상선언 문제에 대해서도 논의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습니다. 특히 김양건 통전부장이 노무현 대통령을 예방한 자리에서 북미 관계의 보다 적극적인 진행을 희망한다는 뜻을 밝힌 점을 미국 측에 설명할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이번 백 실장의 방미는 힐 차관보의 방북 성과에 따라 의미가 퇴색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비핵화에 주력해야 할 미국으로부터 종전 선언을 위한 4자 정상회담 등 대북 관계개선에 있어서 눈에 띄는 조치를 기대하기 힘들다는 분석입니다. 다만 북한이 불능화는 물론 성실한 신고서 제출에도 적극적으로 나서 미국 조야를 만족시킬 수준이 될 경우 상황이 바뀔 가능성은 있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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