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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벗들 ‘올들어 북한 내 공개처형 빈번해져’


북한의 인권상황이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습니다. 한국의 한 북한 인권단체는 오늘, 북한의 식량난이 점차 심화되는 가운데, 2000년 들어 공개처형도 빈번해졌다는 내용을 담은 북한인권 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자세한 소식을 서울 VOA 김은지 기자가 보도합니다.

그동안 주춤하던 북한의 공개처형이 다시 빈번해지는 등 북한주민의 인권이 올들어 더욱 악화됐다는 주장이 제기됐습니다.

대북 인권단체인 '좋은벗들'은 오늘, ‘북한 사회변화와 인권보고서’를 통해 "공개처형이 당의 지시를 어긴 사람을 단죄하고, 국가의 방침을 따라야 한다는 ‘대주민 선전용’으로 이용되고 있다"며 이같이 주장했습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 당국은 지난 달 말 주민들을 모아놓고 한국 드라마 CD를 유포시킨 6명을 공개처형한 데 이어, 같은 달 평남 순천에서 15만 명의 주민들이 모인 가운데, 한 명을 향해 90발을 쏘는 공개처형을 집행했습니다.

이에 대해 좋은벗들의 이승룡 평화인권부장은 “최근 북한에선 인신매매나 살인행위에 대해 공개처형이 진행되고 있고, 특히 기업의 대표들 중 검열에서 죄가 드러난 사람들에게는 아주 잔혹한 방식으로 공개처형을 집행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이승룡 평화인권부장

“공개재판이나 공개처형은 형 집행의 한 과정이기도 하지만 북한 정부는 공개처형을 대 주민 선전용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2000년 이후 줄다가 최근 들어 공개처형이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보통 북한의 공개처형은 군인 3명이 각 한 발씩 모두 9발을 쏘는 것이 관행이었는데 올해 들어 그 열 배에 해당하는 90발을 쏘면서 무역회사 사장이나 간부들을 잔혹하게 처형하는 공개처형이 최근 들어서 많이 발견되고 있습니다.”

실제로 현재 북한 당국의 대대적인 검열로 인해, 북한에는 희생자가 속출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특히 생계형 범죄나 경범죄를 저지른 사람까지 모두 수감하려다 보니, 감옥이 죄수들로 넘쳐 더 이상 받지 못하는 일도 생겼다고 이 부장은 주장했습니다.

이 죄수들의 90%는 중국에서 송환된 탈북자로, 북한 당국은 지난해 10월부터 올 1월까지 전국적으로 17만 명을 구금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부장은 탈북 문제를 막기 위해 탈북 예상자 명단을 만들어 감시하는 등 체제 유지를 위해 북한 정부가 더욱 인권을 탄압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북한 정부의 과도한 법 집행으로 북한주민들이 반발하자, 북한 당국은 지난 광복절을 맞아 10 만명을 사면하기도 했지만, 곧 이어 17만명을 다시 수감했다고 이 부장은 전했습니다.

한편 북한의 식량난도 지난해 6월부터 본격적으로 악화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좋은벗들은 보고서에서 북한의 식량난과 관련, “북한의 2천만 인구는 매년 4백50만t 가량의 식량을 균등하게 나눈다 해도, 적절한 영양섭취를 하려면 2백만t 가량의 부족분이 발생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이 보고서는 “실제로 올 6월 중순부터 농촌 동원이 본격화되면서 영양실조에 걸린 주민들이 고된 노동으로 급기야 죽는 사태가 발생했다”면서 “최근에는 함경북도 청진과 어랑, 부령, 명천 등지에서 주민들의 사망소식이 본격적으로 들려왔다”고 밝혔습니다.

또 "이달 현재의 식량 상황은 풀죽으로 연명하는 수준"이라며 "시장에 쌀이 나와도 사는 사람이 없고 돈이 없어 소비 심리가 위축되고 매매행위가 경직되는 등 식량위기 징후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고 보고서는 덧붙였습니다.

오늘 발제자로 나선 노옥재 사무국장은 “북한이 이처럼 식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 ‘배급순위에 따라 식량이 차등 지급되는 북한의 배분체계’는 대다수 북한주민들의 식량난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노옥재 좋은벗들 사무국장

4순위인 6백만 명 중 1백만명은 장사한다고 치고, 토지농사를 짓는 100만명을 제외한다면, 사실상 나머지 4백만 명은 취약계층입니다. 배급도 못받고, 장사도 못하고 농사를 못 짓기 때문에 가장 취약한 계층이므로, 이들이 아사위기에 몰리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충분한 식량이 확보돼야하지만, 한끼 조차도 확보하지 못하는 취약계층은 우선 배분을 해준다거나 이들에 대한 보호 정책이 없는 한, 아사위기에 노출될 수 밖에 없는 상태입니다.

현재 북한의 배급순위를 살펴보면, 당 중앙기관과 평양 중심구역에 사는 주민이 1순위입니다. 이들은 약 1백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4%에 불과합니다.

다음으로 인민무력부와 국가안전보위부 등 군 관련 종사자가 2순위에 속합니다.

이어 군수공장과 특급 기업소 종업원들은 3순위, 일반 기업소 근로자와 의사, 서비스직 노동자 등 6백만 명의 인구는 4순위에 해당합니다.

그 밖에 북한 주민의 40%에 해당하는 8백만 명의 농민들은, 배급순위 최하위에 속합니다.

노 국장은 “1,2 3순위는 사실상 굶어 죽는 일이 없는 계층이지만 4순위 이하 천 사 백만명은 아사 위기에 처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에 대해 함북 무산 출신의 한 새터민은 오늘 토론회에서 대북지원을 많이 한다고 해서 그 쌀이 일반 주민에게 전달되는 것은 아니라며 국제사회의 쌀 지원은 깨진 독에 물 붓기라고 반박했습니다.

또 이 탈북자는 “하나원에서 탈북자 열명에게 쌀을 받은 적이 있는가란 질문에 두 명만이 손을 들었다”며 쌀은 명절 때나 북한주민들에게 지원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토론자로 참석한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김원식 선임연구원은 “북한 경제는 국제사회의 지원이 오히려 독이 되고 있다”며 “북한의 불공평한 식량 배급체계와 연계해서 대북 지원활동을 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인터뷰: 국가안보전략연구소 김원식 선임연구원

다른 한편으로 보면, 요즘 국제원조에 대해 얘기하는 사람 중에 ‘원조의 저주’란 말을 쓰곤 합니다. 원조가 지속된 나라 중에도 오히려 제대로 된 성장이 아닌, 원조에 의존하는 현상이 나타납니다. 북한도 외부원조가 지속되고 있지만, 10여년 이상 식량난을 겪고 있습니다. 내부적인 노력이 진행되고 있느냐는 점에서 보면, 상당히 미흡한 수준이란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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