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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금융실무회의 대표단 통해 국제금융 배우기 본격화


미국과의 금융실무회의를 위해 뉴욕을 방문 중인 북한 정부 대표단은 이번 방문 중 국제금융 배우기에 본격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북한 대표단은 지난 16일 뉴욕에 도착한 이래 세계 경제의 중심지인 월가에서의 세미나 참석과 미국 측 전문가들과의 면담 등을 통해 국제 금융계의 움직임 파악에 분주한 모습입니다. 북한이 국제 금융 배우기에 나선 배경과 전망을 최원기 기자가 살펴봤습니다.

미국을 방문한 북한 대표단이 미국 정부 측과의 공식 금융실무회의와는 별도로 뉴욕에서의 국제금융 배우기에 적극적이어서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북한의 기광호 재무성 대외금융 국장을 단장으로 한 6명의 북측 대표단은 지난 16일 뉴욕에서 한-미 우호단체인 코리아 소사이어티가 개최한 세미나에 참석했습니다.

북한 대표단은 이 자리에서 북한의 국제금융기구 가입에 큰 관심을 보였습니다. 도널드 그레그 코리아 소사이어티 이사장은 세미나가 끝난 뒤 “북한 대표단은 자신들이 어떻게 해야 국제 금융기구에 접근할 수 있는지를 알기 위해 왔다고 말했다”면서 “특히 세계은행 같은 국제 금융기구에 들어가려면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확인하려고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북한이 국제금융에 관심을 보이는 것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국정방향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의 언론매체들은 최근들어 경제발전을 부쩍 강조하고 있습니다. 북한 관영 `노동신문'은 지난 13일 국제정세가 북한에 유리하게 돌아가고 있다며, 몇 년 안에 경제건설에서 변혁을 이뤄 강성대국을 건설하자고 촉구했습니다. 또 북한의 김영일 내각 총리는 지난 달 26일 임경만 무역상 등 32명의 대표단을 이끌고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4개국을 순방해, 북한이 개방에 나서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일기도 했습니다.

북한 전문가인 한국 국민대학교의 정창현 교수는 북한 당국이 경제가 가장 좋았던 1989년 수준으로 경제를 끌어올리려 노력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지난해 10월 핵실험으로 군사력 측면에서는 많은 것을 달성했다고 보고 이제부터는 경제발전에 주력할 것이라는 얘기입니다.

서방의 경제 전문가들은 북한이 국제금융에 관심을 보이는 것에 반가움을 표하면서도 그 성공 가능성에 회의적인 분위기입니다. 경제발전을 이루려면 무엇보다 일관된 경제정책과 이를 추진할 경제 관료가 있어야 하는데 북한은 이 두 가지가 모두 결여된 실정이라는 것입니다.

세계은행의 북한 담당 수석 자문관인 브래들리 밥슨 씨는 최근 서울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북한 경제 관료들의 경제지식에 실망했다"며 전문성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밥슨 씨에 따르면 북한의 은행 관계자를 포함해 대부분의 경제 관료들은 인플레와 금리, 환율 같은 기초적인 금융지식에 대해서도 잘 모르고 있었습니다.

게다가 북한의 경제 관료들은 새로운 정책을 건의하거나 추진하다가 좌천되거나 지방으로 쫒겨나기 일쑤입니다. 한 예로 1990년대 초 정무원 부총리와 대외경제위원장을 겸하면서 북한경제를 이끌었던 경제통인 김달현은 지난 1993년 해임돼 함경남도 함흥의 2.8 비날론 연합기업소 지배인으로 쫒겨났습니다. 또 90년대 초 나진-선봉 경제특구 사업을 총괄했던 김정우 대외경제협력 추진 위원장도 '98년부터 종적을 감추었습니다. 이밖에 지난 2003년부터 북한 경제를 이끌어왔던 박봉주 전 총리도 순천 비날론 연합기업소 지배인으로 좌천됐다고 최근 한국의 `연합뉴스'가 보도한 바 있습니다.

북한이 경제발전을 하려면 국제 금융계의 지원이 절실한 상황에서, 북한 경제 관료들이 뉴욕에서 국제 금융계의 흐름을 파악하려 노력하는 것은 고무적인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한국 역시 경제가 어렵던 지난 1960-'70년대 세계은행을 비롯한 국제 금융계의 도움을 받아 지금은 세계 10대 수출국이 됐습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국제 금융계의 도움을 받으려면 그에 앞서 합리적인 경제정책과 전문적인 지식을 갖춘 경제 관료가 필요하다면서, 북한 측 금융 관계자들의 이번 뉴욕 방문이 이를 위한 사전준비인지 여부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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