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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총리회담 합의서 국회비준 동의 논란


지난 16일 끝난 남북 총리회담 최종 합의문에는 굵직굵직한 경제협력 합의들이 담겨 있습니다. 때문에 그에 따른 천문학적인 재원을 어떻게 마련하느냐가 사업의 주된 관건이 되고 있는데요, 재원의 상당부분을 국가예산으로 부담해야 하는 한국에서는 이번 총리회담 합의서에 대한 국회비준 여부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서울에 있는 VOA 김환용 기자의 보도입니다.

기자: 이번 남북 총리회담 합의서의 국회비준 동의 여부를 놓고 한국 정부 안팎에서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번 총리회담이 낳은 경제협력 합의들을 이행하는 데 필요한 예산 문제 때문입니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이번 합의서가 국회비준 동의를 필요로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6월 시행된 남북관계 발전법에는 국민에게 중대한 재정적 부담을 지우는 남북합의서의 체결과 비준에 대해선 국회의 동의를 받도록 돼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와는 다른 해석도 있습니다. 한국 정부 당국자는 “합의서가 구체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고는 하지만 얼마의 비용이 들어갈지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당장 국회 동의를 받을 필요는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재정 통일부 장관도 지난 16일 남북총리회담 합의문 발표자리에서 국회에서 심의중인 남북협력기금이 통과되면 당장 필요한 재원은 확보된 셈이고 상당수 사업들은 이행 전에 현지 실사 등으로 많은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재원과 관련해서 그리 급할 것은 없다고 말했습니다.

사실 이번 남북 간 합의는 그 내용이 워낙 많고 복잡해 국회비준 동의가 필요하다 혹은 그렇지 않다고 일률적으로 말하기 힘든 측면이 있습니다. 최근 현대경제연구원은 10.4 남북 정상선언에서 합의된 경협사업에 들어갈 비용을 112억 달러 한국돈으론 10조2천억원 정도가 될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그러나 이 돈이 한꺼번에 들어가는 것은 물론 아닙니다.

이번 총리회담에서 합의된 내용을 보면 당장 돈이 들어가는 사업도 있지만 장기적으로 추진될 수 밖에 없는 사업도 있습니다. 단기간에 시행되는 사업으로는 당장 연내 착공하는 개성공단 통신센터과 개성공단 2단계 개발 그리고 내년에 착공키로 한 개성-평양 철도와 개성-신의주 고속도로 개보수 사업 등입니다.

정부는 개성-평양 철도 개보수에 최대 2900억원, 개성-평양 고속도로 재포장에 최대 4400억원이 들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반면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사업 등 아직 밑그림도 그리지 못하고 있는 장기사업들도 있습니다. 이 때문에 국회 비준동의를 사업별로 받아야 하는 게 아니냐는 견해도 있습니다. 삼성경제연구소 동용승 경제안보팀장의 얘깁니다.

동용승 팀장: 이번에 합의된 내용을 보면 실질적으로 도로건설이라든가 개성공단 통신센터 설립은 바로 착공하게 돼 있으니까 승인을 받아야 되는 면이 있고 아직 사업성 판단이 안되는 것도 여전히 존재하고 있는데 서해 평화협력 특별지대라든가 이런 것은 아직 판단이 안서니까 이것에 대해 승인을 받게 될 경우 사업성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추진할 수 밖에 없는 이런 모호한 상황이 있죠.

기자: 합의서의 국회비준 동의가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은 그간 남북의 여러 합의사항들이 국회의 동의를 얻지 못해 실행되지 못한채 흐지부지된 경우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번 10.4 남북정상선언의 경우엔 국회의 동의 없이 국무회의 의결과 대통령 비준만으로 발효됐었습니다.

이번 총리회담 합의서가 국회 비준동의를 필요로 한다는 견해가 지배적이긴 하지만 문제는 그 시기입니다. 현 정부가 벌인 일인 만큼 차기 정부가 들어서기 전에 국회비준 동의라는 마무리도 직접 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또 정부 스스로도 내심 이번 합의문이 국회동의를 거쳐 발효되기를 기대하는 분위기가 있는 것 같습니다.

다음 정부가 어떤 성격의 정부가 되더라도 이번 합의 이행에 일정한 구속력을 주려면 국회비준동의를 빨리 받는 게 나쁘지 않다는 판단으로 보입니다. 정부는 이번 합의문이 정상선언에 비해 훨씬 구체화됐기 때문에 국회 동의를 받아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는 판단 아래 조만간 법제처의 자문을 구할 방침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제1야당인 한나라당의 반발이 거셉니다. 아직 북한의 비핵화 문제가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천문학적인 규모의 국가예산을 함부로 쓸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한나라당 박태우 부대변인의 얘깁니다.

박태우 부대변인: 아니 더군다나 국민의 세금이 10조원에서 많게는 훨씬 많은 돈이 들어간다고 민간연구소에서 급하게 분석이 나오는 상황인데 이런 엄청난 국민의 예산이 들어가는 데 더군다나 북핵6자회담이 진행중이고 남북한 비핵화에 대한 북한의 확실한 검증이나 확약이 없는 상황에서 그렇게 급하게 남북경협을 이끌고 갈 이유는 없는 겁니다. 차분하게 국민의 세금이 어떻게 쓰이는지 국민들의 이해를 구하는 차원에서 시간을 갖고 천천해도 늦지 않다는 생각입니다.

풍성한 결실로 일단락한 남북 총리회담 합의가 실행에 옮겨지는 데 국회비준동의라는 걸림돌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 우려의 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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