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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심분리기, 대북 테러지원국 해제에 핵심 변수 가능성


미국 정부가 올해 안에 북한을 테러지원국에서 해제하는 데는 북한이 파키스탄에서 구입한 것으로 알려진 우라늄 농축용 원심분리기 문제가 또 하나의 핵심 변수가 될 전망입니다. 원심분리기가 왜 문제인지, 그리고 테러지원국 해제와 원심분리기 문제가 어떤 함수관계에 있는지 최원기 기자가 자세히 전해드립니다.

미국의 6자회담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지난 14일 우라늄 농축용 원심분리기 문제와 관련, 북한이 아직 이에 대해 인정하지 않고 있다며 분명히 해명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힐 차관보는 이날 `미국의 소리'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은 파키스탄 외에도 “다른 곳에서 나온 정보가 있다”며 연말까지 서로 만족하는 선에서 해결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힐 차관보는 북한이 지금까지 원심분리기의 존재를 인정한 적이 없지만 이 문제는 분명히 해명돼야 할 사안이라고 말했습니다.

원심분리기 문제가 중요한 것은 이것이 테러지원국 해제와 연계돼 있기 때문입니다. 북한이 지난해 10월 핵실험을 강행하자 미국과 북한을 포함한 6개국은 지난 2월 베이징에서 북한 핵 문제 해결 방안을 마련했습니다. 이것이 2.13합의입니다.

2.13 합의 따르면 북한은 올해 안에 영변의 3개 핵 시설을 불능화 하고, 모든 핵 프로그램을 빠짐없이 신고해야 합니다. 미국은 북한이 핵 신고와 불능화를 하는 것에 발맞춰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해제하고 적성국 교역법 적용도 중단하기로 했습니다.

문제는 미국과 북한이 핵 신고의 대상인 우라늄 농축용 원심분리기 문제를 놓고 큰 시각차를 보이고 있다는 것입니다. 미국은 북한이 파키스탄으로부터 원심분리기 20여기를 들여와 우라늄 농축을 시도했다고 의심하고 있습니다. 미국이 북한의 우라늄 농축을 의심하는 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미국의 동맹국인 파키스탄의 페르베즈 무샤라프 대통령은 지난해 자서전에서 북한이 파키스탄의 핵과학자 압둘 카디르 칸 박사를 통해 원심분리기 20여기를 반입했다고 밝혔습니다. 미국은 이밖에도 다른 정보채널을 통해 북한이 유럽 등지에서 우라늄 농축에 필요한 장비와 물자를 반입했다는 증거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반면 북한은 원심분리기 반입은 물론 그 존재 자체를 부인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워싱턴포스트' 신문에 따르면 북한은 최근 이 문제와 관련해 러시아에서 수입한 1백50t 상당의 알루미늄 관과 문서를 미국에 공개했습니다. 반면 원심분리기 문제는 아직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클린턴 행정부 시절 국무부 차관보를 역임한 로버트 아인혼 씨는 파키스탄의 설명이 북한 측 주장보다 신빙성이 높다고 말합니다. 핵 확산을 했다는 것은 파키스탄의 체면을 손상시키는 발언인데 파키스탄의 무샤라프 대통령이 그렇게 말했다면 신빙성이 높다는 얘기입니다.

로버트 아인혼 전 차관보는 원심분리기를 북한에 넘겨줬다는 것은 파키스탄으로서는 상당히 수치스런 일이라며, 파키스탄이 이 문제에 대해 거짓말을 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북한이 원심분리기를 둘러싼 의혹을 제대로 해명하지 못할 경우 미국도 북한을 테러지원국에서 해제하기 힘들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습니다. 미국 캘리포니아 몬트레이연구소의 핵 전문가인 신성택 박사는 북한이 우라늄 농축 문제를 어물쩍 넘어가려 할 경우 미국 내 대북 강경파가 가만있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로버트 아인혼 전 차관보도 북한이 농축 우라늄 의혹을 분명하게 풀지 않을 경우 미국은 북한을 테러지원국에서 해제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농축 우라늄 문제가 확실하게 규명돼야 북한을 테러지원국에서 해제할 수 있을 것이란 지적입니다.

우라늄 농축용 원심분리기 문제는 미국과 북한이 2.13 합의 2단계 조치를 연내에 마무리하고 내년부터 핵무기 폐기 등 실질적인 비핵화로 이행하는 데서 최대 변수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미국과 북한은 올해 말까지 남은 한달 반 정도 기간 중 원심분리기 의혹을 놓고 상당한 줄다리기를 벌일 것으로 전망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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