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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베트남 정상회담, 한반도 안정에 기여


한국과 베트남 수교 15주년을 맞아 2박 3일 일정으로 한국을 공식 방문했던 농 득 마잉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이 오늘 오후 일정을 모두 마치고 떠났습니다. 마잉 서기장은 이번 한국 방문 중 한반도 안정과 경제협력에 적극 기여할 뜻을 밝혔습니다. 마잉 서기장은 한국 방문에 앞서 지난 달 16일부터 사흘 간 평양을 방문한 바 있습니다. 서울에서 김은지 기자의 보도입니다.

남북 총리회담이 열렸던 지난 14일, 청와대에선 한국과 베트남의 두 정상이 만났습니다. 베트남의 최고 지도자인 농 득 마잉 서기장은 노무현 대통령 초청으로 사흘 간 한국을 공식 방문했습니다.

마잉 서기장은 첫 날, 노 대통령이 주최하는 공식만찬에 참석한 데 이어, 경제 단체장 주최 행사와 산업현장을 방문하는 등 2박3일 간 빡빡한 일정을 소화했습니다.

12년 만에 처음 이뤄진 이번 한국과 베트남 간 정상회담은 양국의 발전을 도모하고, 경제적 협력을 다지기 위한 다목적 포석으로 해석됩니다.

이에 앞서 지난 달, 평양을 방문한 마잉 서기장은 노무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남북정상회담의 성과에 대해 높이 평가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이에 노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를 위한 베트남 정부의 건설적 역할에 감사의 뜻을 전했습니다. 마잉 서기장도 한반도 안정과 남북한 관계의 진전을 위해 적극 기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은 14일 정례브리핑에서 “마잉 서기장과 김영일 내각 총리가 동시에 서울을 방문한 것은 상징적 의미가 있다”라며 “북한과 베트남의 교류는 남북관계 발전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 : "베트남과 북한 간의 교류는 남북관계 발전과 더불어 북한의 경제개발 및 발전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연평균 8%’의 초고속 성장을 자랑하는 베트남의 지도자를 모시기 위한, 국내 재계의 경쟁도 치열했습니다.

최태원 SK 회장은 어제 오전, 경기도 분당 SK텔레콤 기술연구원에서 마잉 서기장과 면담한 뒤, 에너지, 정보통신, 건설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업협력 방안을 논의했습니다.

SK텔레콤의 3세대 영상통화에 각별한 관심을 나타낸 마잉 서기장은 `3G 마이 페이스’'라는 서비스를 시연하면서, 자신의 얼굴이 영화배우 장동건으로 바뀌자 신기해하며 웃음을 터뜨리기도 했습니다.

대우인터내셔널 강영원 사장도 마잉 당서기장을 만나 베트남 사업에 대해 소개했고,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은 마잉 서기장과 오찬을 함께 했습니다.

박삼구 회장은 환영사 말미에 호찌민 베트남 초대 주석이 남긴 옥중일기의 한 대목을 읊어, 베트남 대표단을 감동시키기도 했습니다.

LG전자 남용 부회장은 오늘 오전, 마잉 당서기장을 평택 공장으로 초청해, 휴대전화 생산라인을 참관한 뒤 협력 방안에 대해 논의했습니다.

롯데호텔에서 열린 환영만찬에는, 조석래 전경련 회장을 포함해 한국 측 경제인이 무려 1백여 명이나 참석했습니다.

마잉 서기장은 “앞으로도 더 많은 한국의 선진기업들이 베트남에 큰 규모로 투자해줄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현재 베트남에 진출한 한국기업은 천여 개로, 지난 해 한국은 베트남의 최대 투자국으로 부상했습니다.

1992년 수교 당시만 해도, 5억 달러를 밑돌던 양국 간 교역량이, 지금은 10배 이상 늘어났습니다.

지난해 약 43만 명의 한국인이 베트남을 다녀갔고, 현지 교민도 4만 명이 넘었습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노무현 대통령과 마잉 서기장은 향후 5년에서 7년 내에, 양국간 교역량을 100억 달러까지 확대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습니다.

농 득 마잉 서기장은 베트남 공산당에 자본주의 개념을 도입하는 등 당의 체질을 개선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마잉 서기장이 지난달 평양을 방문했을 때 김정일 위원장은 공항에 직접 나와 영접해서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이어진 정상회담에서, 베트남식 개혁개방 노선인 ‘도이모이’를 배우겠다며 적극적인 자세를 보였습니다.
열흘 뒤에는 김영일 내각 총리를 베트남으로 보내 ‘베트남식 개혁 개방’을 배우게 했습니다.
베트남식 개혁 개방은 공산당 체제를 유지하면서도, 미국과의 관계 정상화를 성공시켰다는 점에서 북한에 유리하게 비친 것으로 풀이됩니다.

이와 관련, 삼성경제연구소 동용승 연구위원은 “현재 북한은 외부동력이 필요한 상황에서 베트남식 외자유치나 활용법을 배우려 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습니다.

삼성경제연구소 동용승 수석연구원: “베트남의 경우 86년에 도이모이 정책을 했지만 실제적으로 효과를 거두지 못했고, 91년 이후 미국과의 관계 개선으로 베트남의 개혁개방이 성과를 거두기 시작했습니다. 이와같이 베트남이 미국과의 관계개선과 개혁개방정책이 서로 맞물려 돌아갔기 때문에 북한의 입장에선 베트남에 주목하는 것이 아닌가 판단됩니다. 이 외국자본을 어떻게 유치했는가가 중점적인 사안이 될 것입니다. 또 이를 어떻게 베트남 경제에 어떻게 활용했는가가 관건이 될 것입니다.”

한편, 서울시는 방한한 마잉 서기장을 ‘명예 서울시민’으로 위촉했습니다.

서울시는 지난 96년부터, 베트남의 수도 하노이와 자매도시를 맺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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