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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대선 이념논쟁 불거질 듯


다음 달 19일 실시되는 한국의 대통령 선거에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가 전격 출마를 선언하면서 대통령 선거전이 이념논쟁으로 번지는 양상입니다. 이 전 총재가 출마의 명분으로 같은 보수파인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의 이른바 ‘불안한 대북관’을 전면에 내세웠기 때문입니다. 이명박 후보 측은 이같은 이념공세에 일정한 거리를 두면서도 보수층 유권자들을 겨냥한 행보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서울의 VOA 김환용 기자가 전합니다.

이회창 연설:정치권에서도 대선에서의 표를 의식해서 또 수구꼴통으로 몰릴까 봐 말조심을 합니다. 핵을 완전히 포기하라고 우리모두 국민의 이름으로 강력하게 촉구합시다.

이회창 전 총재가 대선 출사표를 던지기 직전 열린 한 대중집회에서의 연설내용입니다. 보수파 대표주자인 이명박 후보의 애매한 대북관을 신랄하게 질타한 것입니다. 이런 행보는 자신의 3번째 대권도전이 보수진영의 흔들리는 안보관을 바로 세우려는 것이라는 취지의 출사표로 이어집니다.

이 전 총재는 오늘 오후 경기도 남양주시를 찾아 1999년 서해교전 당시 전사자인 황도현 중사의 유가족을 만나 위로했습니다. 자신이 진정한 보수 적자임을 과시하려는 몸짓으로 보입니다.

이명박 후보 연설: 북한에 경제외교를 한다는 게 무엇이겟습니까. 결국 경제문제를 해결해야 통일된다는 뜻이기 때문에 저는 북한문제에 있어서도 인도적으로 배고픈 사람에게 쌀을 보내주고 의료품을 보내주는 것은 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명박 후보는 실용외교 경제외교를 대북관계에서도 적용하겠다는 다소 유연한 입장을 보여왔습니다. 하지만 이 전총재의 공세가 부담스러운 듯 자신의 안보관이 확고함을 새삼 강조하고 나섰습니다.

이명박 후보는 어제 한국의 대표적 보수단체인 재향군인회 초청 강연회에 참석해 자신의 대북관에 대한 보수층 일각의 의구심을 씻는데 주력했습니다. 이명박 후보는 이 자리에서 “지난 10년간 북한에 끌려가는 대북정책으로 사회내부 갈등이 증폭되고 한.미동맹이 이완됐다”며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바탕으로 제대로 된 남북경제 협력을 추진해야만 진정한 남북경제 공동체의 기초를 닦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또 서해북방한계선 이른바 NLL문제를 언급하는 대목에선 서해교전 당시 사망한 한국측 병사 6명의 이름을 일일이 거명하는 공을 들이기도 했습니다.

이명박 후보측은 그러나 이 전총재가 걸어온 이념논쟁에 결코 휘말리지 않겠다는 입장입니다. 보수와 중도를 아우르려는 대선전략에 달가운 의제가 아니라는 판단입니다. 여기에 2002년 대선 때 이회창 당시 한나라당 후보가 제시한 이른바 ‘신대북정책’과 자신들의 정책에 별반 차이가 없음을 부각시키는 물타기 전술도 펼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외관상 두 후보간의 대북정책에는 차이점이 존재합니다. 이명박 후보는 북핵해결의 단계에 따른 경제협력, 개혁개방 유도에 방점이 있습니다.

이명박 후보 연설:어떤 변화가 북한에 일어날 것인 지 그것이 가능한지 구체적인 청사진을 통해서 보여주고자 하는 것입니다.

반면 이회창 전 총재는 북한의 선 핵포기와 개혁개방을 전제조건으로 못박고 있습니다.

이회창 후보 연설:수령 독재체제의 개혁개방입니다. 이렇게 된다면 우리는 퍼주어도 아깝지 않을 것입니다.

한편 북한의 언론매체들은 이회창 전 총재의 출마를 비난하는 보도를 내 눈길을 끌었습니다. 조선중앙방송은 북한 주요 신문들의 기사를 소개하는 시간에 평양신문이 8일자 3면에 ‘개꿈’이라는 표현의 제목을 단 비난기사를 실었다고 보도했습니다.
또 북한의 내각기관지인 민주조선도 ‘이회창의 대선 출마 동향과 연쇄 반응'이라는 제목으로 이 전 총재의 대선 출마에 관한 기사를 게재했다고 조선중앙TV가 전했습니다.

대권 경쟁과정에서 남한의 보수진영내부에서 촉발된 이념논쟁의소용돌이에 한반도 전체가 휩쓸리는 형국입니다.

서울에서 미국의 소리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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