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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경협 지속적 확대 위해 시장원리 충실해야


남북한이 경제협력을 처음 시작한 지난 1980년대 말 이래 20년만에 양측의 경협 규모가 무려 70배 성장했다고 한국의 민간 연구기구인 삼성경제연구소가 발표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미국의 경제전문가들은 앞으로 남북 경협이 지속적으로 성장하려면 시장의 법칙에 보다 충실한 방향으로 추진돼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조은정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한국의 삼성경제연구소는 7일 발표한 ‘정상회담 이후 남북 경협의 방향’이라는 보고서에서, 남북 경협의 규모가 지난 1989년 2천만 달러에서 지난해 13억 5천만 달러로 70배 성장했다고 보고했습니다.

남북한은 냉전 해체와 맞물려 지난 1988년 이른바 `7.7 선언'으로 불리는 ‘민족자존과 통일.번영을 위한 특별선언’을 발표하고 교류의 첫 물꼬를 텄습니다.

초기 남북 경협은 위탁가공 등 민간교역 위주로 진행됐는데, 2000년 제 1차 남북정상회담 이후 금강산 관광, 개성공단, 철도와 도로 연결 등이 추진되면서 경협의 규모가 급격히 확대됐습니다. 이 시기에 북한에 대한 한국의 지원과 원조도 크게 늘었습니다.

남북 간 교역 규모 확대에는 지난 2004년부터 시범사업을 시작한 개성공단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는데, 한국 통일부에 따르면 지난해 대북 지원을 제외한 상업적 거래 중 개성공단의 비율은 22%에 달했습니다.

미국 내 전문가들은 남북 경협 중 개성공단의 비중이 높은 점에 주목하면서, 남북 경협이 지속적으로 확대되려면 제한된 지역에서 당국의 주도로 이뤄지는 사업 형태에서 탈피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스콧 스나이더 아시아재단 선임 연구원은 남북 경협의 장기적 목표는 한국의 기업들이 북한에서 자유롭게 거래와 투자를 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스나이더 연구원은 북한과의 경제협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북한에서의 사업을 통해 이익을 낼 수 있다는 증거를 외부세계에 보여주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북한이 외부세계와 협력하는 데 따른 대가만 챙기고 정작 사업을 하는 기업들이 돈을 벌지 못한다면, 이런 사업 구조는 오래 갈 수 없다는 것입니다.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의 마커스 놀랜드 선임 연구원도 남북 경협이 시장의 원리를 따라야 앞으로 보다 확대될 수 있다면서, 특히 한국 정부가 개성공단을 운영하는 행태는 반드시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놀랜드 연구원은 한국 정부는 기업들에 여러 가지 혜택을 주면서 개성공단을 유지하려 하고 있다며, 이같은 정책이 계속되면 우수한 기업보다는 다른 곳에서는 사업을 할 능력이 없는 기업들만 유치하게 되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미국 평화연구소에서 한반도 문제 자문단을 이끌고 있는 존 박 박사도 경직된 정부 주도 경협의 문제점을 지적했습니다.

박 박사는 한국 정부가 세금 혜택 등을 통해 개성공단에 한국의 중소기업을 유치했지만 성과는 좋지 않았고, 전반적인 북한경제에 대한 영향력을 생각할 때도, 북한에서 자발적으로 활동하는 중국 기업들의 영향력이 훨씬 크다고 설명했습니다.

한편, 미국 전문가들은 제2차 남북정상회담이 남북한 간 경협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높게 평가하지 않았습니다. 놀랜드 연구원은 남북정상회담의 선언에는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좋은 경제계획은 다 포함돼 있다며, 과거에도 남북 합의가 지켜지지 않은 적이 많았던 사실을 지적했습니다.

스나이더 연구원은 정상 선언에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경제 협력 계획이 포함된 점을 평가하면서도, 정작 중요한 것은 이같은 계획에 소요되는 비용과 시간이 불명확하다는 점이라고 말했습니다.

남북 교역은 최근에도 급증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통일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에서 10월까지 남북 간 전체 교역액은 전년 동기 11억 7천만 달러에서 23% 늘어난 14억 4천만 달러로 집계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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