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결 가능 링크

일본산 중고 자전거 대북 수출 올해 사상 최대


일본의 경제제재에도 불구하고 일본산 중고 자전거의 대 북한 수출 규모가 올해 사상 최대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북한에 살고 있는 복수의 소식통은 ‘미국의 소리’ 방송과의 전화통화에서, 일본산 중고 자전거는 모란봉자전거 등 북한산 신제품보다 인기가 훨씬 더 높다고 말했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일본의 ‘요미우리 신문’은 지난 25일 일본산 중고 자전거의 대 북한 수출이 올해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 신문은 경제산업성의 세관 보고서를 인용해, 올 1월부터 8월 말까지 북한으로 수출한 중고 자전거 수가 8만 1천 2백68대로 지난해 북한으로 간 모든 자전거 수 보다 5배나 많았다고 전했습니다.

일본 중고 자전거의 대북 수출 규모가 늘어난 가장 큰 이유는 자전거를 운반하는 선박의 크기가 바꼈기 때문입니다. 과거에는 북한의 소규모 선박이 자전거를 운반했지만 일본 당국의 대북 제재 조치 이후 북한은 상대적으로 규모가 큰 중국과 캄보디아 등 제 3국의 화물선을 전세내 물품을 수입하고 있습니다.

일본은 지난해 10월 북한이 핵실험을 실시한 이후 북한과의 무역과 북한주민의 일본 입국을 전면 중단하는 내용의 제재 조치를 발표했습니다. 일본 정부는 지난달 이 제재 조치를 6개월 더 연장했습니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그러나, 제 3국 선박은 제재대상에 포함돼 있지 않기 때문에 법적 조치를 취할 수 없다고 ‘요미우리 신문’에 밝혔습니다.

북한으로 들어가는 중고 자전거는 대부분 일본 지방의 기차정거장 앞에 주인 없이 방치돼 있는 것들로, 지방 당국이 이를 고철업자들에게 판 뒤 다시 거래를 통해 북한으로 들어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렇게 북한으로 들어간 일본산 중고 자전거는 고가에 판매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북한 국경지역의 한 도시에 거주하는 장철 씨는 ‘미국의 소리’ 방송과의 전화통화에서 상태가 좋은 일본산 중고 자전거를 구입하려면 미화 1백50 달러, 북한돈 45만원 이상을 지불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 1백50 달러 정도 주면 좋은 것 살 수 있어요. 우리나라에서 월급으로 따지면 엄청나지요 뭐. 그러나 괜찮게 잘사는 사람들은 다 그런 것 타고 다니죠. 일본 중고 자전거가 괜찮으니까요. 우리나라에서는”

미국에서 자전거는 교통수단이라기 보다 취미활동이나 레저, 스포츠 용으로 많이 애용되며 북한주민들이 흔히 사용하는 덩치 큰 짐자전거 역시 자취를 감춘 지 오래입니다.

그러나 심각한 에너지난을 겪고 있는 북한에서 자전거는 매우 중요한 교통수단 입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2005년 10월 북-중 합영 자전거공장을 방문해 “자전거는 환경보호에 좋고 기름을 절약하며 신체를 단련하는 좋은 교통수단” 이라고 말했다고 북한의 `노동신문'은 보도한 바 있습니다.

북한 당국은 지난 2005년 중국 천진자전거와 20년 독점 계약을 체결하고 국내 합영공장 설립과 판매를 허가했습니다.

북한에서 ‘모란봉자전거’로 불리는 천진자전거는 2년 전부터 북한 전역에서 판매되고 있지만 북한 주민 장철 씨는 모란봉 자전거의 성능과 가격이 일본산 자전거를 아직 따라가지 못한다고 말합니다.

“ 그건(모란봉 자전거) 좀 값이 떨어지거든요. 아무래도. (새 것 인데도 일본 중고 자전거보다 값이 떨어집니까?) 예 예. 모란봉 자전거는 그저 25만원 그러니까 80달러 정도 해요.”

북한 지방도시의 상류층으로 직접 일본산 중고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장 씨는 일본 자전거의 수입 규모가 늘었지만 선호하는 사람이 많아 가격은 떨어지지 않았다고 말합니다.

“ 아니요. 가격은 떨어진 것은 없어요. 그 만큼 수요자가 많고 그 만큼 자전거가 이전에 들어온 것은 낡았으니까! 낡은 것 탄 사람은 또 새 것 탈려고 하거든요. 그러니까 값은 고저 여전해요.”

한국의 기독교 단체인 YMCA는 자전거 없이 먼 거리를 걸어다니는 북한주민들을 위해 지난 2005년부터 북한에 ‘통일 자전거 보내기’ 운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이 단체는 매년 2천대씩 2009년까지 북한에 통일 자전거 1만대를 보낼 계획입니다. 한국의 한 진보단체는 통일 자전거 보내기 운동의 일환으로 지난해 평양에서 자전거 경주대회를 열기도 했습니다.

북한의 장철씨는 그러나, 북한에서 잘 사는 사람은 더 잘 살고 못사는 사람은 형편이 더욱 어려워지는 부익부빈익빈 현상이 만연하고 있다며, 자전거가 없어 10여 킬로미터를 매일 걸어다니는 주민들이 아직도 상당수에 달한다고 말합니다.

XS
SM
MD
L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