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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북, 몇 주 내 위폐 문제 다룰 금융실무회의 개최


미국과 북한은 앞으로 몇 주일 안에 금융실무회의를 열고 북한의 달러화 위조지폐 제조 의혹 문제 등을 논의할 예정입니다. 이번 회의는 미국 내 보수파들 사이에서 부시 행정부가 북한과의 핵 협상을 위해 북한의 불법활동을 외면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열리는 것입니다. 이연철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 핵 6자회담의 미국 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지난 주 열린 미 하원 외교위원회 소위 청문회에서 달러화 위조지폐 제조 의혹 문제 등을 다룰 미국과 북한 간 금융실무회의가 앞으로 몇 주일 안에 열릴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미국과 북한 간 금융실무회의는 미국 내 보수파 일각에서 부시 행정부가 북한과의 핵 협상 진전을 위해 위조지폐 제조 등 북한의 불법활동 의혹에 소홀히 대처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이뤄지는 것입니다.

힐 차관보는 화폐 위조 문제는 근본적인 문제로, 미국을 비롯한 그 어떤 나라도 이를 소홀히 다룰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힐 차관보는 특히 북한은 위폐 문제 등과 관련한 마카오 방코델타아시아 BDA 은행에 대한 제재 사례로부터 교훈을 얻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힐 차관보는 북한이 BDA 문제를 통해, 좋든 싫든 간에 국제적 금융체제의 규칙에 따라 행동해야 한다는 점을 배웠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북한의 위조지폐 제조 의혹은 미국 재무부가 지난 2005년 9월15일, 북한이 마카오 소재 BDA 은행을 통해 위조 달러화를 유통시키고 마약 등 불법대금을 세탁해 왔다고 발표하면서 정식으로 부각됐습니다. 미 재무부는 이어 9월20일에는 애국법 311조에 따라 BDA 은행을 우선적 돈세탁 우려대상으로 지목하고, 미국 은행들에게 BDA 은행과 거래하지 말도록 권고했습니다. 이후 BDA 은행에 있던 북한 자금 2천5백만 달러가 동결됐습니다.

미국은 여러 정황으로 볼 때 북한이 정권 차원에서 위조 달러화를 제조한 것이 확실하다면서, BDA에 대한 조치는 불법활동에 대한 정당한 법 집행 활동일 뿐 6자회담과는 무관하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북한은 위폐를 제조한 적이 없다며 BDA에 동결된 자금을 해제하지 않으면 6자회담에 나갈 수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2005년 11월, 9.19 공동성명 이행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6자회담이 열렸지만, 북한이 미국의 의혹 제기에 반발하면서 교착상태에 빠졌습니다.

이듬 해인 2006년 3월, 미국 뉴욕에서 북-미 간 금융 문제 실무접촉이 열렸습니다. 북한은 위폐 문제 해결을 위한 정보 교류와 합동협의기구 설치 등을 제안했지만, 미국은 불법행위는 협상대상이 아니라며 거부했습니다. 이에 북한은 7월의 미사일 시험발사와 10월의 지하 핵실험으로 맞서면서 상황은 점점 더 악화됐습니다.

북한은 마침내 10월 말, 금융제재 문제를 논의한다는 전제 아래 6자회담 복귀를 선언했습니다. 북한과 미국은 2006년 12월19일부터 20일까지 중국 베이징에서 6자회담과 별도로 1차 금융제재 실무회의를 가졌지만, 양측의 견해차가 커 성과없이 끝났습니다. 이어 1월30일과 31일 이틀 간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2차 북-미 금융제재 실무회의에서도 양측은 북한의 돈세탁과 달러화 위조 등 불법행위 의혹을 놓고 치열한 공방을 벌였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런 가운데, 2월8일부터 13일까지 베이징에서 열린 5차 6자회담 3단계 회의에서 2.13 합의가 이뤄졌습니다. 여기에 BDA 문제가 공식적으로 포함되지는 않았지만, 미국은 30일 이내에 BDA 문제를 해결할 것을 북한에 약속했습니다. 이후 송금 문제 등 예기치 않았던 여러 문제점들이 나타났지만, 결국 지난 6월25일 북한 외무성이 BDA 동결자금이 북한 계좌로 송금됐음을 확인하면서 BDA 문제를 둘러싼 장기간의 논란도 일단 종지부를 찍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당초 문제가 됐던 북한의 위폐 문제가 분명하게 해결되지 않음으로써 논란의 불씨가 여전히 남았습니다.

북한이 국제금융기구에 가입하거나 이들 기구로부터 지원을 받으려면 어차피 불법 금융활동을 청산하고 국제기준에 따른 행동을 해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는 가운데, 앞으로 열릴 금융실무그룹 회의에서 어떤 결과가 나올지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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