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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전문가 ‘북 핵 불능화, 제한적 수준에 그칠듯’


미국의 핵 전문가들은 북한이 6자회담에서 합의된 대로 영변의 핵 시설에 대한 불능화를 올해 안에 이행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이들은 하지만 미국이 이끌어 낼 불능화의 정도에 대해서는 다소 회의적인 전망을 하고 있습니다. 김근삼 기자가 좀 더 자세한 내용을 전해드립니다.

다음 달 1일 북한에 들어갈 예정인 미국의 전문가 팀은 에너지부 소속의 핵 전문가들이 주축이 돼, 영변의 핵 시설에 대한 실질적인 불능화 작업을 벌일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미국 정부는 지난 11일부터 성 김 국무부 한국과장을 대표로 하는 1차 실무팀을 북한에 파견한 데 이어 현재 지난 주말부터 2차 실무팀이 북한을 방문하고 있습니다.

앞서 북 핵 6자회담 당사국들은 이달 초 영변의5메가와트 원자로와 핵연료봉 공장, 재처리 시설인 방사화학실험실 등을 불능화 대상으로 합의한 바 있습니다.

미국 외교협회(CFR) 의 핵 전문가인 찰스 퍼거슨(Charles Ferguson) 박사는 최근 미-북 간의 분위기를 볼 때, 북한이 불능화를 이행할 전망은 긍정적이라고 말했습니다.

퍼거슨 박사는 "북한을 방문한 성 김 국무부 한국과장이 '유익한 대화를 가졌다'고 했고, 국무부가 '3주 안에 불능화 시작'을 언급한 점은 매우 긍정적인 신호"라면서 "곧 기술진이 북한을 재방문한다는 점도 고무적"이라고 말했습니다.

퍼거슨 박사는 하지만 불능화 방법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을 갖게 된다고 덧붙였습니다.

퍼거슨 박사는 "올해 말까지는 두 달 여밖에 남지 않았다"면서 "기술적인 측면을 고려하면 불능화 과정이 내년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습니다. 퍼거슨 박사는 두 달 안에 의미있는 불능화 조치를 하려면, 핵 시설의 핵심부품을 제거하거나 재가동이 쉽지 않도록 기술적 장애를 만드는 방법이 있지만 안전 등을 고려할 때 북한과의 협상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미국 몬터레이대학의 신성택 교수는 연내 불능화 가능성을 높게 예측하면서도, 그 수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라고 말했습니다.

"핵 불능화는 범위와 수준이 중요한데, 불능화하기로 한 3가지 시설에 대해서는 미-북 간에 범위와 수준에 대해 합의가 된 것 같구요. 또 올해 안에 얼마든지 이행도 가능합니다.”

신 교수는 하지만 두 달이라는 짧은 기간을 고려할 때 불능화의 수준은 생색내기용의 제한적인 방법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습니다.

신 교수는 "원자로의 경우 연료봉을 제거하고 콘크리트를 부어넣는다면 3년 안에 재가동이 불가능하지만, 연료봉 제거에만 3개월 정도 걸리기 때문에 두 달 안에 이런 방법을 적용할 수는 없다"고 말했습니다. 신 교수는 이어 "최근 연료제어봉 모터의 기어를 망가뜨리는 방법이 사용될 것이라는 보도가 있다"면서 "그런 방법은 한 달이면 원상복귀가 가능한 제한적 불능화"라고 말했습니다.

따라서 임기 말을 맞고 있는 부시 행정부가 성급하게 낮은 수준의 불능화만을 추진한다면, 오히려 대북한 정책의 짐만 될 수 있다는 것이 신 교수의 주장입니다.

곧 있을 미국 기술팀의 방북과 관련해 찰스 퍼거슨 박사는 방사화학실험실에 대한 협의가 가장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퍼거슨 박사는 "재처리시설을 조사하면 북한의 플루토늄 생산량에 대해 가늠할 수 있다"면서 "불능화를 한 후에 플루토늄 등 핵 신고를 한다는 순서이기 때문에 북한은 재처리 시설에 대한 접근을 제한할 것이고, 이는 불능화 단계에서도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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