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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통일 필요하다' 의견 감소    


남북한의 통일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한국인의 비율이 10여년 전에 비해 크게 줄어든 것으로 최근 한 설문조사 결과 나타났습니다. 이 조사에서는 또 과거 미국보다 북한을 선호했던 20대의 미국 선호도가 크게 높아진 것으로 나타나, 젊은이들의 친미 성향이 강해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한국 서울대학교 통일연구소의 설문조사 결과를, 서지현 기자와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문: 서지현 기자. 지난 1994년의 설문조사 결과와 올해 조사 결과를 비교해 보니, 한국인의 통일관이 10 여 년만에 상당히 많이 변한 것으로 보입니다. 어떻습니까.

답: 네. 서울대학교 통일연구소의 김병로 교수가 통일연구원의 지난 1994년 이후 국민 대상 여론조사 결과와 올해 자체 조사한 내용을 비교한 결과, 통일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1994년에는 91.6%에 달했었는데 올해는 63.8%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통일이 필요 없다'는 의견은 거꾸로 1994년 8.4%에서 올해 15.1%로 2배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서울대 통일연구소의 이번 조사는 지난 7월, 전국 19살 이상 성인 남녀 1천2백명을 무작위로 추출해 개별면접을 실시하는 방식으로 이뤄졌습니다.

비교 대상이 된 국책연구기관, 통일연구원의 조사는 한국 국민 1천명을 대상으로 1994년부터 1년에서 3년 주기로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습니다.

문: '10명 중 6명만 통일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것... 13년만에 통일의 당위성에 대한 한국인들의 인식이 얼마나 옅어졌는지 구체적인 수치로 확인된 것 같아 굉장히 놀라운데요. 세대별 조사 결과는 어떻습니까.

답: 네. 이번 조사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이 바로 20대의 통일관입니다. 20대의 경우 '통일이 필요하다'는 응답자는 지난 1994년 88.8%에서 올해 53.3%로, 35.5%포인트나 줄었습니다.

'통일이 필요 없다'는 20대 응답자도 19.5%에 달했는데요. 이번 연구를 주도한 김병로 교수는 통일의 필요성을 체감하지 못하는 20대의 설문조사 결과는 '대한민국은 독립국가'라는 국가 정체성에 대한 인식에서 비롯됐다고 설명했습니다.

(20대는) 분단된 남북한의 한 쪽에서 자란 게 아니라 독립국가인 대한민국에서 자랐다고 보니까, '대한민국이 이미 독립국가다', '북한도 독립국가다', '통일을 하면 좋겠지만 굳이 통일을 하려고 부담스럽게 노력할 필요가 있겠느냐' 이렇게 생각해 통일 문제에 대해 부정적인 태도들이 점차 강해지고 있는 거죠. 연령이 낮아질수록.

올해 조사에서 '통일이 필요하다'고 본 60대 이상 응답자는 78.8%로 전 세대 가운데 가장 높았고, 50대 67.5%, 40대 65.9%, 30대 65.6%, 20대 53.3%로 차츰 낮아졌습니다.

문: 과거 대학가에서 학생운동이 활발했던 1990년대만 해도 한국에는 반미, 친북의 이념을 지닌 20대가 훨씬 많았던 것 같은데, 이번 조사결과는 굉장히 놀랍군요.

답: 네. 그러나 김병로 교수는 20대의 이러한 성향은 기존 한국 사회에서의 진보와 보수라는 전형적인 이념 구분과는 큰 차이를 보인다고 밝혔습니다. 북한 문제나 통일, 정치 전반에 대해 크게 관심이 없고 실용적인 면에 치중하는 젊은이들의 요즘 성향을 반영한 결과라는 설명입니다.

전형적으로 가지고 있던 정치적 보수의 의견들, 그러니까 북한을 부정하면서 '대한민국'이란 민족의식을 가지고 성장한 세대이기 때문에 보수층의 이념적 지향과 가깝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20, 30대가 정치적으로 이념적인 것을 지향하고 있다는 뜻은 아니고, 탈이념적이면서 실용적인 측면으로 접근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한편, 20대의 이런 성향은 국가별 선호도에서도 확연히 드러납니다.

지난 2005년 북한을 선호한다는 20대 응답자는 38.3%로 미국 33.5%보다 더 많았는데요, 올해 조사에서는 미국 선호도가 46.7%, 북한은 21.5%였습니다.

2년 전과 비교해 20대의 미국에 대한 선호도는 13.2%포인트 높아지고, 북한에 대한 선호도는 16.8%포인트 낮아진 것입니다.

김병로 교수: 분단된 '남한'에서 태어난 것이 아니라 완전한 독립국가로서의 '대한민국', 경제대국이고 2002년 월드컵 4강을 이뤄낸 '대한민국'의 자부심을 갖고 태어난 세대라서 민족주의가 강한데, 북한과 함께 통일을 하거나 함께 한다는 '남북' 민족주의가 아니라 '대한민국'이란 국가의 정체성을 가진 민족주의가 굉장히 강하게 나타났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문: 북한을 '적'으로 여기는 20대도 상당히 늘었다면서요?

답: 그렇습니다. 20대의 66.6%가 북한의 도발 가능성이 있다고 응답했습니다.

북한이 군사적으로 도발할 가능성이 있다는 응답은 50대에서는 56.2%, 한국전쟁을 겪은 60대 이상에서는 61.2% 에 그쳤는데, 20대가 66.6%나 그렇다고 답한 것은 북한에 대한 20대의 적대감이 어느 정도 수준인지 짐작케 합니다.

문: 그렇다면 북한에 대한 전반적인 한국인들의 인식이 궁금한데요. 어떻게 조사됐습니까?

답: 올해 조사에서 북한을 '협력 대상'으로 생각한다는 답은 56.6%, '지원 대상'으로 생각한다는 의견은 21.8%로 나타났습니다. 조사 대상의 78.4%가 북한에 대해 긍정적인 인식을 가진 것으로 조사된 셈인데요. '경계 대상'이란 응답은 11.8%, '적대 대상'이라고 답한 응답자는 6.6%에 그쳤습니다.

'협력 대상'이란 인식은 지난 1994년 통일연구원 조사 때 20.4%, 1999년 32.5%, 2005년 41.8%, 또 올해 56.6%로 해마다 지속적으로 높아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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