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결 가능 링크

미 전문가 ‘3자만으로는 한반도 종전 선언 불가능’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남북한 정상이 합의한 한반도 종전 선언 추진과 관련, 3개국 정상만이 참여하는 회담으로는 종전 선언이 불가능할 것이라는 견해를 밝히고 있습니다. 김근삼 기자가 좀 더 자세한 내용을 전해드립니다.

남북한 정상은 지난 주 역사적인 정상회담을 갖고 공동 선언문을 발표했습니다. 선언문을 읽어내려가다 보면 4번째 항에서 고개를 갸우뚱 거리게 됩니다.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서 중요한 문제인 종전 선언의 주체가 정확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두 정상은 ‘3자 또는 4자 정상이 종전을 선언한다’고 했지만 도대체 어떤 나라가 여기에 포함되는지는 담지 않았습니다. 국가 간 외교문서에서 쉽게 볼 수 없는 애매한 표현입니다.

한국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이 표현을 제안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남북한과 미국은 반드시 들어가고, 중국은 빠질 수도 있기 때문에 3자 또는 4자라는 표현을 썼다”는 해석을 달았습니다.

하지만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여전히 의문을 제기합니다.

워싱턴 소재 헤리티지 재단(Heritage Foundation)의 브루스 클링너(Bruce Klingner) 선임연구원은 과연 김정일 국방위원장도 한국 정부의 해석과 같은 의도를 갖고 있는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클링너 연구원은 "청와대 발표에도 불구하고, 김정일 위원장이 말한 3자는 '북한과 중국, 미국'일 것이라는 해석이 여전히 존재한다"고 말했습니다. 중국은 정전협정의 주체지만 한국은 아니라는 것이 북한의 오랜 입장이었기 때문입니다.

클링너 연구원은 “중국은 물론이고 미국의 입장에서도 중국이 빠진 종전 선언을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4자가 아닌 3자 간 종전 선언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했습니다.

워싱턴 정가 소식지 ‘넬슨 리포트(Nelson Report)’는 “한국 정부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중국을 배제하려고 그런 표현을 썼다’고 말하지만 워싱턴에서는 아무도 믿지 않는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미국 국방부 관계자를 인용해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의도는 한국을 배제하려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워싱턴 소재 국제관계센터(IRC)의 존 페퍼(John Feffer) 국제관계 담당 국장은 청와대 발표가 맞다면, 김정일 위원장의 의도는 중국으로부터의 주체성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페퍼 국장은 “북한은 한국전쟁에서 중국의 기여를 축소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북한은 주체사상을 중시하고 사대주의를 경멸하면서도 최근들어 중국에 대한 식량, 에너지 의존도가 계속 높아지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페퍼 국장은 “따라서 이런 현실에도 불구하고 중국으로부터 보다 독립적인 입장을 취하려는 것이 김정일 위원장의 의도인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페퍼 국장은 이어 3자만으로는 종전 선언이 불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한편 종전 선언과 관련한 미국의 입장은 북한의 비핵화는 물론이고 재래식 무기 감축이 이뤄진 후에야 가능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입니다.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부시 대통령은 노무현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 북한의 군사적 위협이 사라져야만 항구적인 평화협정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며 “이는 북한의 완전한 핵 포기 뿐만 아니라 한국이나 일본을 겨냥한 재래식 무기의 위협도 사라지는 것이 평화협정의 선결조건임을 의미한다”고 말했습니다.

XS
SM
MD
L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