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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사면위원회, 한국전쟁 납북자 문제 조사 착수


한국전쟁 납북자 문제 해결을 위한 일부 단체들의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습니다. 지난 7월 워싱턴을 방문해 도움을 요청했던 한국의 전쟁납북인사가족협의회는 최근 한국전쟁의 21개 유엔 참전국과 의료지원국에 서한을 보내 전시납북자 문제 해결을 위한 적극적인 협력을 요청했습니다. 국제 인권단체인 앰네스티 인터내셔널 (국제사면위원회)도 최근 전시납북자 문제 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국군포로와 납북자, 북한 인권 문제 가운데 전시납북자 문제는 그동안 한국 뿐아니라 국제사회에서도 제대로 주목을 받지 못했습니다.

한국 정부는 남북화해와 협력 정책 때문에 껄끄러운 납북자 문제를 차후에 다루길 원하고 있고, 북한은 아예 전시납북자 자체를 인정하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 정부가 과거 작성한 문건에 따르면 6.25 전쟁 당시 북한에 납치된 인사는 8만 2천명 이상인 것으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남북한은 2002년 9월 이후 몇 차례 전시납북자를 ‘전쟁 중 소식을 알 수 없게 된 자’로 고쳐 불러 생사와 소재 확인을 하기로 합의했지만, 지금까지 아무런 진전을 이루지 못하고 있습니다.

50년 이상 기다려온 기대와 희망이 번번히 좌절되자 전시납북자 가족들은 최근 들어 직접 국제사회의 문을 두드리며 도움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한국전쟁납북인사가족협의회(KWAFU)는 지난 13일 21개 한국전쟁 참전국과 의료지원국에 서한을 보내 전시납북자 문제 해결에 적극 협조해 줄 것을 요청했습니다.

이 단체의 이미일 이사장은 14일 ‘미국의 소리’ 방송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한반도의 진정한 평화를 위해서는 전시납북자 문제가 반드시 의제로 채택돼야 한다는 사실을 알리기 위해 서한을 보냈다고 말했습니다.

“민간인 납치 문제를 알리고 앞으로 한국전쟁 종전이나 평화체제를 선언하는 협상이 시작되면 저희의 문제를 반드시 의제로 채택하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서는 유엔 참전국들 간의 연대가 이어져서 의견들을 모아주셨으면 좋겠다는 차원에서 서한을 보냈습니다.”

이 단체는 서한에서 “북한은 명백한 증거자료에도 불구하고 8만명이 넘는 남한의 민간인들을 강제로 납치한 사실을 시인하지 않고 있다”며, “이런 상태에서 종전이나 평화를 말로만 해결하려 하는 것은 결코 올바르지 않다”고 밝혔습니다.

서한은 또 한반도의 평화를 지키기 위해 유엔의 깃발 아래 참전한 국가들이 이 문제의 시급성을 인식하고 납북자들의 생사 확인과 유해송환, 서신교환, 나아가 생존자 송환까지 이뤄질 수 있도록 적극 동참해 달라고 호소했습니다.

한국전쟁납북인사가족협의회는 지난 7월에는 워싱턴의 내셔널 프레스 클럽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전시납북자 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도움을 요청했으며, 에드 로이스 의원 등 미국 의회 일부 의원들을 만나 전시납북자 관련 결의안 상정에 대해 협의한 바 있습니다.

북한의 조국통일위원회 산하 대남선전웹사이트인 ‘우리민족끼리’ 는 이와 관련해 지난 2일 논평을 내고 납북자 가족들을 가리켜 “민족을 등진 인간 쓰레기이며 극우 반통일세력” 이라고 비난했습니다.

그러나 한국전쟁납북인사가족협의회의 이미일 이사장은 북한의 반응이 오히려 반갑다며, 이는 진실에 대한 북한당국의 두려움을 입증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인간 쓰레기라는 말이 있어서…제가 정말 인간쓰레기라면 기분이 굉장이 나쁘겠죠. 그러나 그렇지 않기 때문에 이제 정말 (북한이) 우리 문제와 활동에 관심을 가져줘서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앞으로 더 열심히 활동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한편 국제 인권단체인 앰네스티 인터내셔널(국제사면위원회) 은 최근 전시납북자 문제를 다루기로 결정하고 이미 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미일 이사장은 지난 6일 이 단체 관계자를 만나 관련 사안에 관해 대화를 나눴다며, 특히 인권 차원에서 이 문제에 접근한다고 들어 매우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 그 분도 저희 의견과 동의했어요. 비록 과거에 발생했지만, 아직 끝나지 않았기 때문에 현재의 문제로 보시더라구요. 그래서 열심히 자기네도 노력을 하겠다고 해서 너무너무 감사했어요.”

앰네스티 인터내셔널은 내년 2월 북한 관련 인권보고서를 발표할 예정이며 그 가운데 전시납북자 문제도 함께 다룰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국의 국책기관인 통일연구원은 지난 6월 펴낸 2007년 인권백서에서 전시납북자 문제를 처음으로 언급했으며, 남북정상회담에서 납북자 문제를 의제로 채택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한국 사회에서 점차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미일 이사장은 납북자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는 진정한 평화가 깃들 수 없다며, 북한 정부가 말 뿐만이 아니라 진정으로 민족의 아픔을 해결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 모두가 자유와 평화를 누릴 수 있는 그런 좋은 날들이 올 것이라고 굳게 믿습니다. 우리 (북한의) 가족들도 그 날을 기다리며 열심히 소망을 갖고 살아주시길 바라고, 북한 정부는 정말 우리 민족끼리 진실하고 참된 자유와 평화와 번영을 누리기 위해서 이 문제를 진실되게 해결해 주길 정말로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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