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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북한, 수해 지원 물자 배분 역량 한계’


집중폭우로 큰 피해를 입은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지원이 계속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유엔은 지원 물자를 나눠주려는 북한 당국의 의지는 강하지만 각 지역에서 이를 배분할 수 있는 역량은 제한돼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습니다. 유엔은 북한 당국이 이번 수해에 매우 신속하게 대처하고 있다고 평가하면서 이같이 지적했습니다. 서지현 기자가 자세히 전해드립니다.

유엔 인도지원조정국, OCHA은 28일 발표한 북한 수해 종합보고서에서 "북한 당국은 민간기관과 군 병력이 구호작업에 참여하고, 거리를 청소하거나 구호물자를 배분하게 하는 등 이번 수해 피해 복구작업에 매우 신속하게 대처하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OCHA는 현재 북한의 수해 복구는 국가 최고기관인 국방위원회가 주도하고 있어, 이번 수해 피해의 심각성을 반영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습니다.

유엔은 보고서에서 실사단의 조사결과, 일부 군에서는 공공 식량 배급소가 물에 잠겨 저장된 식량을 모두 잃었고, 일부 군은 당국으로부터 2, 3일 간 먹을 수 있는 식량을 지원받았지만 대부분의 군은 지원받지 못했다고 전했습니다.

유엔은 또 지원 식량을 나눠주려는 북한 당국의 의지는 강하지만, 각 지역에서 이를 배분할 수 있는 역량이 제한돼 있는 상황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세계식량계획, WFP아시아 사무소의 폴 리즐리 대변인은 긴급 식량이 지원될 37개 군 가운데 29일 현재까지 WFP 평양 사무소 소속 요원들이 식량배분 감시 등을 위해33개 군을 방문했다고 밝혔습니다.

WFP는 긴급 식량지원에 앞서 북한 당국에 감시지역 확대를 요청, 북한 당국과 합의한 바 있습니다.

리즐리 대변인은 식량배분 감시 결과와 관련해, 배분 자체는 각 군의 지역 관리들이 지역 자체 차량과 운반 설비 등을 이용해 하고 있다면서, 정확한 분배가 이뤄졌는지에 대해 실사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한편, 유엔이 이날 공개한 종합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7일부터 14일까지 북한 지역에 내린 집중호우로 평안북도, 량강도, 자강도, 황해남도 등 9개 도, 149개 군에서 모두 98만명이 피해를 입었습니다. 이 가운데 사망자는 4백54명, 실종자 1백56명, 부상자는 4천3백51명입니다.

유엔은 보고서에서 함경남도와 강원도, 황해북도, 평안남도 등 4개 도에서 가장 많은 이재민이 발생해 이들 지역 주민들은 대부분 천막이나 학교, 직장, 공공건물 등에서 생활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17만명은 가옥이 완파되는 피해를 입었으며, 파괴되거나 손상, 침수된 공공건물도 2천8백71 채에 달한다고, 유엔은 밝혔습니다.

유엔은 그러나 집을 잃은 이재민 숫자가 많지만 북한 정부가 긴급 구호시설에 대한 지원을 요청하지 않아, 이에 대한 유엔의 지원은 일단 없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또 전체 경작지의 10%인 22만3381 ha가 피해를 입었고, 주요 농업시설 4백88곳이 파괴되거나 극심한 피해를 입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유엔은 이에 따라 가장 낙관적으로 추정해봐도 북한의 연간 평균 수확량의 20~30%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습니다.

유엔은 보고서에서 북한주민들이 수해 이전에는 상수도 시설을 이용해 식수를 먹었지만, 이번 수해로 상수도 시설이 침수돼 대부분 강물이나 우물에서 물을 떠 먹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이에 따라 수해 이전보다 이질 증세를 보이는 환자가 20% 늘었으며, 이는 여러 기관의 조사에서도 확인되고 있다고, 유엔은 강조했습니다. 특히 이질 설사 증세는 북한에서 5살 이하 영아들의 가장 큰 사망원인이었다는 점에서 매우 중대한 사안이라고, 유엔은 지적했습니다. 유엔은 또 지역 보건소의 30~40%가 이번 수해로 침수되거나 피해를 입어 기초적인 치료마저 제한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농촌 지역의 학교와 유치원 역시 극심한 피해를 입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유엔은 현재 북한 교육부가 피해를 입은 학교에 대해 실사를 진행 중이며, 각 지역 당국에서는 수해 피해로 교실 수가 줄어든 것과 관련, 새 학기 수업을 하기 위해 오전, 오후 반으로 나눠 수업을 운영하는 등 임시 방편을 마련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유엔아동기금, 유니세프가 유일하게 학교 20곳에 필요한 비품을 준비해 배분할 예정이지만, 이번 수해로 각 학교가 입은 피해의 심각성을 볼 때 더 많은 지원이 필요하다고, 유엔은 지적했습니다.

지난 29일 현재 유엔을 통해 북한에 전달된 구호물자는 1천56만4천여 달러 상당에 달하며, 추가로 5천8백67만7천여 달러 상당의 구호 물자가 전달될 예정입니다. 5백48만 달러의 기금 모금을 호소했던 국제적십자연맹은 이 날까지 목표 금액의 32%를 모금했다고 밝혔습니다.

세계식량계획, WFP의 리즐리 대변인은 특히 그동안 대북 지원을 중단해 온 일본 정부의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 검토 결정이 다른 나라들의 지원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리즐리 대변인은 현재, 바로 지금이 정말 중요한 인도적 지원이 필요한 때라는 것은 명백하다면서, 일본 뿐 아니라 다른 나라들도 정치적 고려를 접어 두고, 오직 인도주의적 필요에 의해서만 집과 이웃을 잃은 북한주민들을 도와주려는 결정을 해야 할 때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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