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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나테 홍 '북한 남편과 헤어진 독일 여성 15~20명, 함께 재회 추진할 것'


북한 유학생 출신 남편과 헤어진 지 반세기. 46년 긴 세월 동안 남편과 다시 만나기 만을 기다려온 독일인 레나테 홍 할머니가 지난 21일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했습니다. 레나테 홍 할머니는 23일 서울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남편과의 만남이 꼭 이뤄질 수 있기를 바란다고 호소했습니다. 홍 할머니는 자신과 같은 처지에 있는 다른 독일인 여성들과 공동 재회를 추진할 계획입니다. 서지현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남편과 다시 만나면 우리는 추억을 말할 것입니다. 안타깝게도, 우리는 미래를 이야기 할 수는 없습니다.

올 해 70살의 독일인 레나테 홍 할머니. 북한에 있는 남편을 그리워하며, 지난 21일 처음으로 한반도 땅을 밟았습니다. 휴전선 저 너머에 살고 있다는 남편과 조금 더 가까워진 것입니다.

레나테 홍 할머니는 무엇보다 남북정상회담 개최 소식에 한껏 부풀어 있습니다. 남북정상회담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자신의 사연을 말해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입니다.

레나테 홍 할머니는 남북정상회담을 앞둔 한국의 노무현 대통령과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 두 정상에게 보내는 탄원서에서 남편을 그리워하는 애끓는 심정을 전했습니다.

"저는 70세 노인이 됐고, 남편을 다시 한 번 보고 싶다는 열망은 더욱 커가고 있습니다. 남편 홍옥근이 그동안 성장한 두 아들을 만나 볼 기회를 갖게 되길 바랍니다"

레나테 홍 할머니는 지난 1955년, 동독 예나의 예나대학 신입생 환영파티에서 남편 홍옥근 씨를 만나 첫 눈에 반한 뒤 열애 끝에 부모의 반대를 무릅 쓰고 1960년 결혼했습니다.

결혼 1년 만인 1961년 4월, 홍옥근 씨는 당시 북한의 동유럽 지역 유학생 대거 소환 조치로 북한으로 돌아갔습니다. 46년 전인 1961년 4월14일 오전 10시, 베를린행 기차 앞에서 열 달 된 첫 아들과 둘째 아이를 임신한 채로 남편과 작별인사를 한 게 홍 할머니가 남편의 얼굴을 본 마지막이었습니다.

이별 후 2년 간은 편지로 간간히 소식을 주고 받았지만 1963년부터는 이마저도 끊어졌습니다. 그 후 반세기가 지난 2007년 오늘까지도, 레나테 홍 할머니의 사부곡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레나테 홍 할머니는 올해 초 독일 적십자사의 도움으로 남편 홍 씨가 생존해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루돌프 자이터스 독일 적십자사 총재가 지난 4월 한완상 대한적십자사 총재에게 보낸 편지에 따르면, 홍옥근 씨는 북한에서 재혼했으며, 학자로 일하다 지금은 은퇴해 함경남도 함흥에서 가족과 함께 살고 있다고 합니다.

레나테 홍 할머니는 또 독일 내 15~20 가구 정도가 자신과 같은 처지에 있다는 사실을 전해 왔다면서, 함께 상봉할 수 있도록 서로 교류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헤어진 남편을 만나려고 하는 가족들과 함께 노력할 것입니다. "

레나테 홍 할머니의 사연은 지난 2006년 11월, 한국 언론의 보도로 처음 알려진 뒤 여러 내외신 보도를 통해 독일 정부와 독일 적십자사는 물론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아왔습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지원을 약속하기도 했습니다.

레나테 홍 할머니는 오는 26일 금강산을 방문하고, 28일에는 지난 5월 독일에서 만난 뒤 홍 할머니의 사연에 큰 지지를 표했던 김대중 전 대통령과 다시 만날 예정입니다.

미국의 소리 서지현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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