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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의춘 북한 외무상, 핵 불능화 전제조건 거듭 확인


남북한의 외교장관들이 2일 필리핀의 마닐라에서 열린 동남아시아국가연합, 아세안 지역안보포럼 참석 도중 만났습니다. 두 장관은 이날 만남에서 북한 핵 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을 계속 진전시켜 나가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 했습니다. 하지만 북한의 박의춘 외무상은 이를 위해서는 미국이 먼저 대북 적대시 정책을 포기해야 한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습니다. 윤국한 기자가 좀더 자세한 소식 전해드립니다.

필리핀의 마닐라에서 열린 동남아시아국가연합, 아세안 지역안보포럼 참석 중 이뤄진 남북한 외교장관 간 회담은 약 45분 동안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진행됐습니다.

한국의 송민순 외교통상부 장관과 북한의 박의춘 외무상은 회담에서 남북한이 앞으로도 계속 관계를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 했습니다.

두 장관은 또 북한 핵 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을 성공적으로 진전시켜 나가야 한다는 데 대해서도 공감대를 이룬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하지만 북한의 핵 문제 해결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서는 양측이 서로 다른 접근방식을 다시 한번 확인했습니다.

송민순 장관은 박의춘 외무상과 만난 뒤 열린 한국 `연합뉴스'와의 회견에서, 박 외무상이 북 핵 2.13 합의의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한 요구로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의 포기를 거론했다고 밝혔습니다.

박 외무상은 앞서 지역안보포럼에 참석한 각국 외교장관 전체회의에서도 이같은 북한측의 입장을 분명히 밝힌 바 있습니다.

박 외무상이 요구하는 것은 미국이 북한에 대한 테러지원국 지정을 해제하고 아울러 적성국교역법 적용도 종료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 두 가지는 북한이 다른 나라들로부터 지원을 받고, 세계은행 등 각종 국제기구에 가입해 국제사회의 정상적인 일원으로 활동하는 데 매우 중요합니다.

박 외무상을 비롯한 북한측 대표들은 필리핀에서 가진 언론과의 몇 차례 회견에서 줄곧 `행동 대 행동'의 원칙을 거론하면서, 2.13 합의 이행의 다음 단계인 핵 시설 불능화와 핵 프로그램 목록신고에 앞서 자신들의 요구에 대한 미국의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송민순 장관에 따르면 박 외무상은 "핵 시설 폐쇄와 국제원자력기구 IAEA 검증단 수용 등은 북-미 관계가 잘 발전됐기 때문에 하기로 한 것"이라면서 "앞으로도 그런 취지를 갖고 비핵화와 관계정상화 과정을 이행해나가겠다"고 말했습니다.

박 외무상은 좀더 구체적으로"우리가 원하는 것을 받았을 때 우리가 해야 할 일들을 할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미국의 `AP통신' 이 보도했습니다.

한국의 송민순 외교통상부 장관은 이에 대해 북한이 비핵화 이행을 늦추지 말도록 당부하면서 `그렇게 할 경우 아무 것도 얻을 수 없다'고 말했다고 AP통신은 전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6자회담의 미국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2일 북한의 완전한 핵 프로그램 목록신고와 이후 핵 시설 불능화가 올해 안에 이뤄지기를 바란다고 거듭 밝혔습니다.

힐 차관보는 이날 마닐라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또 연내에 불능화를 달성하고 내년에는 북한이 보유한 핵무기를 폐기하는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미국 정부가 제시한 이같은 일정에 대해 북한측은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습니다.

아세안 지역안보포럼에 참석한 북한 외무성의 정성일 부국장은 핵 시설 불능화에 대해 "1개월이나 2개월이 아닌 장기적인 조치로 합의할 필요가 있다"며 "올해 안에 이행해야 한다는 것은 지나치게 이른 감이 있다"고 말한 것으로 일본의 `요미우리 신문'이 보도했습니다.

미국과 북한 양측은 이처럼 핵 시설 불능화의 전제조건과 일정 등에 대해 견해차를 분명히 하고 있어 이달 중 열릴 예정인 미-북 관계정상회 실무그룹 회의에서의 의견조율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한편 미국 국무부의 톰 케이시 부대변인은 2일 기자간담회에서 북한이 요구하는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에 대해, "비핵화를 한다면 모든 것이 가능하지만, 그렇지 않고는 가능한 게 별로 없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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