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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정부 '탈북자 북송 않겠다' 기존 입장 재확인


태국 정부가 탈북자를 인도주의 원칙에 따라 처우할 것이라는 기존의 방침을 재확인했다고 방콕주재 한국대사관이 오늘(9일) 밝혔습니다. 탈북자를 불법 밀입국자로 간주하되 강제 북송하지 않고 제 3국행을 지원하겠다는 것입니다. 태국 정부는 그러나 최근 급증하는 탈북자 처리와 관련해 적지 않은 우려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좀더 자세한 내용을 전해드립니다.

태국 방콕주재 한국대사관은 오늘(9일) 태국 정부가 기존의 탈북자 처리 방침을 계속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말했습니다. 태국 정부는 그동안 탈북자를 불법 밀입국자로 간주하되 중국처럼 강제 북송하지 않고 제 3국행을 허가해 왔습니다. 한국의 `연합뉴스'는 한국대사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태국 정부가 이같은 탈북자 처리 기본방침에 변함이 없음을 확인했다고 보도했습니다.

태국 정부는 지난해부터 탈북자들에 대한 방침을 강화해 탈북자 지원단체와 인권단체들 사이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돼 왔습니다.

태국 정부는 지난해 8월과 10월, 2백66명의 탈북자들을 체포해 이민국 수용소로 보낸 데 이어, 지난 2월부터는 제 3국행을 원하는 탈북자는 반드시 당국에 신고한 뒤 난민 수용소를 거쳐야 한다는 새 지침을 내렸습니다. 이런 배경에 대해 미국주재 태국대사관의 송삭 사이체우아(Songsak Saicheua) 공사참사관은 최근 `미국의 소리' 방송과의 회견에서 태국 정부가 탈북자들의 대량 입국으로 인한 혼란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태국 이민국에 따르면2000년대 초반에는 10명 안팎에 불과했던 탈북자 수가 2005년에는 1백여명으로 늘었고 지난해에는 거의 4배에 달하는 3백67명으로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올해 역시 지난 4월 말 현재 2백73명의 탈북자가 밀입국한 상황이어서 태국 내 탈북자 수는 올해 사상 최대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탈북자들이 태국 입국 통로로 자주 이용하고 있는 북부 ‘골든트라이앵글’ 지역에서는 지난 7일에도 탈북 여성 5명이 태국 해군과 해경에 체포됐습니다. 동남아 최대의 마약 밀매지역으로 알려진 골든트라이앵클 지역의 치앙사엔을 통해 올해 태국에 밀입국한 탈북자는 지난 7일 현재1백36명으로 전체 밀입국 탈북자의 거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치앙사엔의 수라치아이 타인차이 경찰서장은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지난해 1백57명, 2005년에는94명이 치앙사엔을 통해 밀입국했다며 이 지역을 통한 탈북자들의 유입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7일 체포된 탈북여성들은 불법 입국자에 대한 태국 당국의 방침에 따라 2천 바트, 즉 미화 70 달러 또는 10일 간의 구류처분을 받은 뒤 이민국 수용소에 보내질 예정입니다.

한편 태국 정부의 탈북자 처우 강화 분위기에 우려를 나타내던 한국 내 북한 인권단체들은 이번 태국당국의 기본방침 확인 소식에 안도의 숨을 쉬고 있습니다. 최근 태국을 방문했던 북한인권시민연합의 김영자 사무국장은 그러나 탈북자들이 수용된 이민국 수용소의 열악한 환경 개선과 지원에 태국 뿐아니라 한국 정부도 보다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 1백20 여명이 갇혀있을 수 있는 공간 속에서 지금 340 명 정도가 있는 것이죠. 그러다 보니 여러 가지로 열악합니다. 화장실 시설도 그렇고 냉방시설은 그저 위에 팬이 하나 돌아가고 있구요. 또 하나는 생필품 같은 것이 상당히 모자라죠. 또 한국말 통역 지원도 필요하죠. (한국) 정부에서 지원이 필요하지 않나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민국 수용소를 거쳐 한국에 입국한 탈북자 김은성 씨는 수용소 환경에 대해 이렇게 설명합니다.

“ 한 사람이 누워서 옆으로 돌아 누으면 다른 사람과 부딪히고 말싸움 나고 그런 정도로 열악한 상황이었고 주위에 철창이 있어서 동물원의 동물들 구경하는 것처럼 돼 있어서 많이 불편했었습니다. 그리고 샤워 시설 같은 것이 제대로 설치돼 있지 않았어요. 물을 많은 사람들이 함께 쓰니까 오염이 되고 식수에도 이물질들이 둥둥 떠다니는 등 문제가 많았습니다. 특히 날씨가 덥기 때문에 밤에 큰 선풍기를 틀어 주는데 계속 돌아가니까 오히려 건강에 해롭고 좋지 않았습니다.”

김 씨는 24시간 밝은 형광등을 켜 상당히 불편했고 위생 시설이 전혀 안돼 있어 결핵 등 질병에 걸리는 사람도 적지 않다고 말합니다. 탈북자들은 다른 나라 출신 밀입국들과 함께 수용소에서 수 개월을 보낸 뒤 한국행을 밟고 있습니다.

지난달에는 4백여명의 탈북자들이 이런 열악한 수용소 환경의 개선과 조속한 한국행을 요구하며 사흘 간 단식 농성을 벌이기도 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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