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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문제 전문가 '북 인권상황 개선에 대북방송 중요'


북한은 더 이상 과거의 전체주의 국가가 아니며 러시아의 스탈린 시대 정도의 자유가 파고들었다고 저명한 러시아 출신의 북한문제 전문가 안드레이 란코브 교수가 말했습니다. 란코브 교수는 이곳 워싱턴에서 열린 한 학술토론회에서 이처럼 변화된 시대의 북한에서 인권 정책의 변화는 북한 정권에 대한 압력이 아니라, 북한주민들에게 이 문제를 알림으로써 북한사회 변화를 유도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밖에도 회의 참가자들은 미국은 현재 북한에 대한 어떠한 지렛대도 가지고 있지 못한 상황이며, 현 시점에서 대북한 포용정책이 최선의 정책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유미정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러시아 출신의 북한 전문가 안드레이 란코브 (ANDREI LANKOV) 현 국민대 교수는 18일 ‘민주주의를 위한 국가 기금(National Endowment for Democracy)’이 주최한 북한 인권 문제 관련 토론회에서 북한에는 현재 자신이 사는 마을 외부를 자유롭게 여행할 수 있는 등 과거에는 상상하지 못했던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란코브 교수는 그 가운데서도 가장 주목할 변화는 북한과 중국 간의 국경 통제가 무너진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김일성 대학을 졸업하고 레닌그라드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바 있는 란코브 교수는 현재 북한을 탈출해 중국에 숨어있는 탈북자는‘현실적’으로 약 3만에서 5만명 정도로 추산되지만, 중국에서 돈을 벌어 다시 북한으로 돌아가는 사람들을 도합하면 50만명에 이르는 이들이 외부 사회와 접촉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이렇게 중국을 방문한 사람들에 의해 외부 정보가 유입되고 중국으로부터 비디오와 DVD 등이 들어와 현재 북한은 스탈린 시대 러시아 정도의 자유가 있는 상태라고 란코브 교수는 말했습니다.

란코프 교수는 따라서 세계 최악의 인권 탄압국 가운데 하나로 알려진 북한의 인권상황 개선은 북한 정권에 대한 압력이 아니라 바로 북한사회 변화의 원동력이 되고 있는 이들 북한주민들을 통해서 이뤄질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이어 북한주민들을 통한 인권상황 개선의 구체적인 방안으로 대북방송의 중요성을 역설하고, 또 미국이 북한과 외부 세계의 공식 교환 프로그램을 재정지원하는 전향적인 의견을 제시했습니다.

란코브 교수는 구 소련과 동유럽의 붕괴는 단파라디오에 의한 것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말하고, 북한에서도 고학력 엘리트층과 중산층은 라디오 수신기를 널리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이들을 대상으로 한 라디오 프로그램은 공급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태이며, 특히 이들의 관심사를 제대로 전달하는 특별 프로그램의 방송이 절실하다고 란코브 교수는 지적했습니다.

또한 란코브 교수는 미국이 북한이 외부 세계와의 문화교류나 학문교환프로그램을 추진하는데 재정을 지원할 것을 제안했습니다. 캐나다나 호주, 뉴질랜드와 같은 나라들과 북한과의 공식적인 교류 프로그램을 통해 역시 외부세계의 정보가 북한에 효과적으로 전파될 수 있다는 주장입니다. 그는 물론 일부에서는 이러한 프로그램의 혜택은 결국 북한의 소수 지도층 자녀들에게 돌아간다고 비판하지만, 이러한 노력은 결국 북한의 고립 탈피를 도울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한국 정부의 미온적인 탈북자 지원 정책 역시 북한 인권 상황 개선에 도움이 되지 않는 것으로 지적됐습니다. 과거 구소련과 동유럽 사회의 경우 이탈민들이 자국의 인권 상황을 전세계에 알리고 또 외부사회의 정보를 퍼뜨리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반면, 현재 탈북자들의 대부분은 중국 국경 부근의 농부들로 교육 수준이 높지 않아 이러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한국 정부는 현재 탈북자들에게 학부과정 이상은 지원하지 않는 정책에서 더 나아가 이들에 대한 장학금을 늘리고, 탈북자 단체들을 적극 지원해야 한다고 란코브 교수는 지적했습니다.

이날 역시 토론회에 참석한 ‘휴먼라이츠워치’의 탐 말리노우스키 워싱턴 국장도 외부로부터의 압력만으로는 북한 체제가 붕괴할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말리노우스키 국장은 경제적 난관은 북한 정권에 본질적인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말하고, 북한의 체제 변화는 궁극적으로 북한 주민들의 선택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따라서 현 시점에서 바른 전략은 북한 주민들에게 변화의 가능성을 크게 알려 궁극적으로 북한을 고립된 상황에서 벗어나도록 하는 것으로, 그것은 상자에 생긴 조그만 틈을 점차 크게 넓히는 작업에 비유할 수 있다고 말리노우스키 국장은 말했습니다.

한편 북한의 인권 상황을 간과하고 북한에 대한 지원이 옳지않다는 비판에 대해 회의 참석자들은 미국은 현재 북한과의 협상에서 어떠한 지렛대도 가지고 있지 않은 상황이며, 대북포용정책은 현재로서는 최선의 정책이라는데 의견을 같이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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