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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남북 비공식접촉 시인 - 정치권 논란 확산


청와대가 남북한 간 비공식 접촉 사실을 시인하면서 한국 정치권에 논란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한나라당 등 야당들은 실정법과 국민적 합의를 무시하고 비밀리에 남북정상회담을 추진하는 것은 정략적 발상이라며 정부의 사과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정부는 북한의 의도 파악을 위한 탐색차원의 접촉이었을 뿐 남북정상회담과는 무관하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에 관한 자세한 소식입니다.

이호철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은 28일 노무현 대통령의 측근 안희정 씨가 지난해 10월 20일 중국 베이징에서 북한 이호남 참사를 비밀리에 접촉했다고 공식 확인했습니다. 이호철 실장은 남한측과 접촉하고 싶다는 북한측의 진의를 확인해 보라는 노무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이 접촉이 이뤄졌다고 설명했습니다.

남북 비공식 접촉설은 한국의 `동아일보'가 이 접촉을 주선한 것으로 알려진 권모 씨의 증언을 토대로 이를 처음 보도하면서 불거졌습니다. 특히 이 접촉에서 남북정상회담이 논의됐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파장은 더욱 확산되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가 북한과의 비공식 접촉을 공식 확인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청와대는 그동안 이를 부인하거나 정부가 관여하지 않았다고 말해왔습니다. 논란의 주인공인 안희정 씨 역시 접촉설은 사실무근이며 자신은 남북관계와 관련해 어떤 역할도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었습니다.

청와대가 28일 북한과의 비공식 접촉 사실을 확인하자 야당과 언론은 정부의 행태를 강력히 비판하고 나섰습니다.

제 1 야당인 한나라당의 강재섭 대표는 이번 접촉을 대통령 선거용이라고 지적하며, “안 씨는 직책이 없는 민간인 신분으로, 이런 사람을 통해 국가 중대사를 추진하는 것은 가족정치, 동네정치”라고 비난했습니다.

강재섭 대표: “북한의 핵이 폐기되기 전에 밀사를 보내 남북정상회담을 구걸하는 구태가 반복돼서는 안된다”

한나라당 나경원 대변인은 “한반도 비핵화에 도움이 되는 남북정상회담은 찬성하지만 국내정치용, 대통령 선거용 남북정상회담은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민주당도 정부의 사과와 재발방지를 요구했으며, 진보정당인 민주노동당의 김형탁 대변인은 대북 접촉의 투명성을 촉구했습니다.

김형탁 대변인: “그간 남북정상회담이 비선접촉이 아니라 투명하고 공개된 방식으로 추진하겠다고 한 말들이 거짓으로 일관한 것이다."

그러나 집권 열린우리당의 최재성 대변인은 남북관계의 특수성을 지적하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습니다.

최재성 대변인: “남북 문제가 워낙 예민하고 중요하기 때문에 신뢰관계가 중요하다. 일측면 이해가 가는 면이 없지 않습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안희정 씨와 열린우리당 이화영 의원의 북한 비공식 접촉은 남북관계발전기본법과 남북교류협력법 등 실정법을 정면으로 위반한 것이라며 필요시 국정조사도 검토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

남북교류협력법은 남측 주민이 북측 주민과 접촉할 경우 통일부 장관에게 사전 신고해야 하며, 부득이한 경우라도 접촉 후 7일 안에 정부에 신고토록 명시하고 있습니다. 이 법을 어긴 사람은 경고나 주의가 아닌 1백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내야 합니다. 또 남북관계발전법 제 17조는 이 법에 의하지 않고는 누구도 정부를 대표하는 행위를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대북교섭시 특사임명 절차를 밟도록 명시돼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이재정 통일부 장관이 오늘(29일) 이번 논란이 “남북교류협력법에 크게 문제되는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해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이 장관은 기자간담회에서 남북 간에는 여러 형태의 대화가 필요하다며, 남북관계가 어려운 상태에서 북측의 진의를 알기 위해 접촉한 만큼 문제삼고 싶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접촉신고가 중범죄는 아니지만 엄연히 실정법을 위반했기 때문에 처벌돼야 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한편 열린우리당의 정동영 전 의장이 어제(28일) “8월 말 이전에 개성공단에서 남북정상회담을 개최하자”고 제의해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정동영 전 의장은 이날 개성공단을 방문해 민족 문제는 스스로 신념을 갖고 열어가야 한다면서, 한국에서 올해 대통령 선거가 있는 만큼 늦어도 8월 말까지는 정상회담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정 전 의장은 남북정상회담이 개성에서 이뤄지면, 개성은 세계 속의 개성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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