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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 '북핵 폐기 초기에 HEU 계획 추궁할 것'


미국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차관보는 북한의 핵을 폐기하기 위한 초기 조치 이행 과정에서 북한의 고농축 우라늄 개발 계획에 관해 철저히 추궁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미국은 북한이 그같은 계획을 갖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북한은 이를 부인하고 있습니다. 이에 관해 좀 더 자세히 전해드립니다.

미국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지난주 베이징에서 이뤄진 합의에 따라 초기단계 이행조치를 실천하는 과정에서 북한의 고농축 우라늄 (HEU) 계획을 철저히 다룰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힐 차관보는 20일 미국 `ABC 방송’과의 회견에서

2.13 합의에 따라 설치되는 다섯개 실무그룹들 가운데 비핵화 실무그룹에서 이 문제를 다룰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힐 차관보는 또 최근 베이징 6자회담에서 북한과 HEU 문제를 논의했다고 덧붙였습니다. 힐 차관보는 북한이 HEU 계획을 갖고 있지 않다고 부인했으나, 앞으로 서로가 만족스런 방식으로 이 문제를 다룬다는 데 동의했다고 말했습니다.

일부 관측통들은 이번 2.13 합의에 우라늄 농축 문제가 포함되지 않았다며 비판해 왔습니다. 이른바 제2차 북 핵 위기를 가져온 HEU 문제는 지난 2002년 10월 북한을 방문한 제임스 켈리 당시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가 강석주 북한 외무성 제1부상으로부터 이 계획의 존재를 확인했다고 말하면서 시작됐습니다. 그러나 북한은 그 후 HEU 계획이 없다고 계속 주장해 왔습니다.

당시 제임스 켈리 차관보의 통역으로 북한 방문에 동행했던 김동현 고려대학교 일민국제관계연구원 교수는 당시를 이렇게 회고합니다.

“미국측에서 얘기할 때는 이렇게 얘기를 했습니다. ‘우리는 북한이 비밀리에 고농축 우라늄 핵 개발계획을 추구하고있다는 확실하고 부인할 수 없는 증거를 갖고있다’, 이렇게 얘기를 했습니다. 그 얘기를 했을 때 첫 날은 부인을 하다가 다음 날에 외무성의 강석주 제1 부상이 ‘우리는 그보다 더한 것도 만들 수 있게 돼있다’ 이렇게 얘길 했고 그밖에 그 회의에 참석했던 미국측 대표들은 북한이 미국이 주장한 내용을 인정한 것으로 해석을 했습니다.”

김동현 교수는 북한이 HEU 계획 개발 외에는 사용되지 않는 장비를 구입했다면서, 그러나 당시 미국 대표단은 정보사항을 공개하지 않는다는 원칙에 따라 구체적인 증거를 제시하지는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김 교수는 북한이 이 문제를 계속 거부하면 부시 행정부의 대북정책이 또다시 바뀔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국 정부는 북한이 고농축 우라늄 계획을 갖고 있는지 여부에 관해 확실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한국의 정보기관인 국가정보원은 20일 국회에서 북한에 HEU 계획이 있다고 시인했습니다. 송민순 외교통상부 장관 또한 21일 “프로그램이란 개념만 있어도 프로그램이고 결과를 만들어내도 프로그램”이라고 말해 북한이 HEU 계획을 갖고 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발언을 했습니다. 북한이 HEU 계획만 세웠어도 이 계획을 갖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재정 통일부장관은 21일 국회에서 북한에 HEU 가 있다는 정보는 없으며, 구체적으로 그같은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는 어떤 정보도 없다고 말했습니다. 한국언론은 이 장관의 발언은 HEU 존재를 부인했다기 보다는, 실제로 관련 정보가 없다는 데 무게를 둔 것이라고 통일부 당국자의 말을 빌어 전했습니다.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과학국제안보연구소 (ISIS) 소장을 비롯한 일부 핵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북한의 HEU 존재 가능성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올브라이트 소장은 최근 기자회견에서 북한에 비밀 HEU가 존재한다는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자료가 아직 나오지 않았다며,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 보유설과 같이 부정확한 증거에 따른 주장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미 국무부는 존 네그로폰테 국무부 부장관의 북한 방문 가능성을 일축했습니다.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즈’ 신문은 21일 네그로폰테 부장관이 다음주 아시아를 방문하는 도중 북한에 들릴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그러나 톰 케이시 국무부 부대변인은 21일 정례브리핑에서 고위급 관리들 간의 접촉은 북한이 합의사항을 이행한 다음에야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케이시 부대변인은 초기단계 이행기간인 60일이 지난 뒤 6자회담 참가국들 간의 각료급 회담을 갖는다는 내용이 2.13 합의문에 명시돼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개별적인 외교적 접촉이 이뤄진다면 이상한 일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케이시 부대변인은 취임후 첫 해외순방에 나서는 네그로폰테 국무부 부장관이 오는 3월 1일부터 6일까지 일본과, 중국, 한국을 차례로 방문하고 북한 핵 문제 등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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