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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미국내 탈북자들에 관한 ABC


저희 미국의 소리 방송에서는 지난 15일부터 나흘에 걸쳐지난해 7월 중국 선양주재 미국영사관을 통해 미국에 처음 입국한 탈북자 3명 가운데 20대 청년 찰리씨와 브라이언씨의 생활을 전해드리는 특집방송 ‘켄터키주의 탈북자’들을 보내드렸습니다.

이 시간에는 미국내 탈북자 현황과 탈북자들이 미국정부로부터 지원받는 실질적인 지원금의 규모, 그리고 탈북자들의 미국 입국이 장기간 지연되는 이유 등을 김영권 기자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문: 지난 2004년 북한인권법이 발효된 이후 정확히 몇 명의 탈북자가 미국에 입국했습니까?

답: 비공식 집계 결과 지난 2월 9일 기준으로 총 12명의 탈북자가 미국에 입국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국무부에 확인한 결과 2006년 회계연도, 그러니까 지난해 9월말까지 9명이 입국했구요. 지난 9일이죠.

탈북자 3명이 태국에서 조용히 미국에 입국해서 탈북자수가 총12명으로 늘었습니다.

이미 여러번 전해드렸듯이 1호 탈북자들은 태국에서 지난해 5월에 입국한 6명(여 4, 남2), 두번째는 두 달여 뒤인 7월 23일 중국 선양주재 미국영사관을 통해 직접 미국에 입국한 탈북자 3명(여1, 남 2), 그리고 올해 2월 9일 태국에서 3명의 여성 탈북자들이 미국에 입국해 남부의 한 도시에 정착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미국의 대북인권단체인 Link의 도움으로 중국 선양주재 미국 영사관에 진입한 10대 탈북 청소년 3명의 미국 입국 여부가 아직 확인되지 않았고 일부에서는 미국 서부의 한 도시에 탈북자들이 추가로 입국했다는 소문도 나돌고 있어서 좀 더 확인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문: “미국은 탈북자를 받아들이는 데 있어 할당제도 없고 인원의 제한도 없다!” “탈북자들에게 언제나 문이 열려있다!” 미국 국무부의 제이 레프코위츠 북한인권특사 등 여러 당국자들이 그동안 이런 말을 해오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북한인권법이 발효된지 2년이 훨씬 넘었는데도 탈북자들의 미국 입국 규모가 거의 제자리 걸음이고 수속도 매우 더딘데 그 이유가 뭔지 궁금합니다.

답: 전문가들의 분석을 정리해 보면 크게 3가지, 즉 정부간의 민감한 외교적 협의 문제와 탈북자 수용에 대한 미국 정부의 본질적인 의지 여부, 그리고 미국 정부내 부처간의 까다로운 절차 (안보 분야를 최우선 순위로 과거보다 더욱 강조하고 있는 미국의 정책 흐름) 등 3가지 배경을 들 수 있습니다.

이 가운데 실질적으로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치는 것은 미국 정부의 의지라고 볼 수 있습니다. 워싱턴에 있는 한국경제연구소(KEI)의 스캇 렘브란트 국장은 최근 열린 한 토론회에서 부시 행정부는 북한인권에 대해 수사만 요란할 뿐 실질적인 정책을 갖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습니다. 북한인권 개선에 진심으로 관심이 있다면 북한인권특사직도 임시직(Part time)이 아니라 정규직(Full Time)으로 해야 하고 탈북자 보호를 위한 조처도 더욱 폭넓게 취했어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문: 그렇다면 미국정부가 겉으로 표방하는 것과 달리 탈북자를 받아들일 의지가 없다는 얘기인가요?

답: 받아들이겠다는 의지는 있으나 여러 외교적 걸림돌들이 많이 놓여있기 때문에 적극 나서기가 힘들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입니다. 탈북자들은 다른 많은 국제난민들과 달리 한국이란 최적의 피난처가 있고 한국은 미국의 우방이기 때문입니다.

한국이 탈북자들을 전향적으로 수용하는 상황에서 미국이 지나치게 개입하는 것은 우방에 대한 예의가 아니며 9.11 테러 이후 미국이 안보를 강화하는 상황에서 배경이 불확실한 탈북자들을 대거 받아들이는 것은 적지 않은 부담이란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입니다.

또 다른 이유는 가장 중요한 탈북자들의 정착 성공 여부에 있어서 한국이 미국보다 훨씬 좋은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는 미국내 난민 전문가들의 제언을 미국 정부가 묵시적으로 인정한 게 아니냐는 지적입니다.

저희 방송이 이미 여러차례 인터뷰했던 난민 전문가들, 예를 들어 ‘국제 난민’ “Refugee Internationl’ 의 조엘 챠니 부회장이나 국제인권법률단체인 쥬빌리 캠페인의 앤 브왈다 미국법인 대표 변호사는 이구동성으로 언어와 문화 등 정착환경에 관한 한국의 비교 우위를 강조하며 미국에 입국하기를 원하는 탈북자들은 보다 특수한 환경에 처한 사람들 또는 미국으로 와야만 하는 뚜렷한 소신이 있는 사람들이 되야 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문: 다시 미국에 살고 있는 탈북자들 얘기로 돌아가 보죠. 지난 나흘동안 켄터키주에 살고 있는 3명의 탈북자중 2명의 생활을 들어봤는데요. 나머지 한 분의 생활은 어떤지 궁금하군요.

답: 나머지 한 명은 40대 중반의 여성 조하나씨 입니다. 조씨는 미국에서 제대로 성공하기 전까지 언론에 모습을 드러내고 싶지 않다는 본인의 의사 때문에 자세한 내용을 전해드리지 못했습니다. 현재 시내의 한 최신식 일식당에서 주방 담당자로 일하고 있는 조씨는 일의 능력과 음식솜씨 모두를 인정 받아 이 지역 한인사회에서도 많은 호감을 받고 있다고 주위 사람들은 전하고 있습니다. 탈북자 챨리씨는 조씨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저 아줌마 젊은 아이들도 따라 가기 바빠요. 우리도 안돼요. 부지런하고 일도 열심히 하고, 장사도 잘하고 요리도 잘하고 못하는게 없어요.”

조씨는 대부분의 탈북자들과 달리 중국에서 10년 이상을 거주하며 식당까지 경영하는 등 적지 않은 돈을 벌었다고 기자에게 말했습니다. 가족 등 대부분의 친척이 이미 한국에 정착한 조씨는 본인도 더 좋은 환경에서 성공하고자 한국으로 향하던중 미국에 입국하는 첫 탈북자들 소식을 듣고 중도에 마음을 바꿔 미국행을 택했다고 말했습니다.

문: 켄터키주에 정착한 탈북자 3명의 미국 입국 경로를 다시한번 정리해 주시겠습니까?

답: 상하이와 연길 등지에 살던 이들 탈북자들은 2005년 가을 브로커에게 선금을 주고 심양에 집결한 후 여러 탈북자들과 함께 대련으로 이동, 한국국제학교에 진입했습니다. 이후 선양주재 한국 영사관으로 보내져 40여명의 탈북자들과 영사관 지하에 마련된 임시 숙소에서 생활했습니다. 그러나 대기기간이 적게는 8개월 일부는 1년을 넘기자 탈북자들 사이에 불만이 높아졌습니다.

그러던 지난해 5월 탈북자 4명은 한국위성방송을 통해 6명의 탈북자들이 북한인권법에 의해 첫 난민지위를 받고 미국에 입국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미국행을 결심했습니다. 2006년 5월 17일 밤 탈북자 4명은 영사관내 경호원을 따돌리고 담을 너머 한국 영사관 옆에 있는 미국 영사관으로 들어가는 데 성공합니다.

문: 탈북자들이 당시 한국 영사관을 떠나면서 자신들을 감호하던 중국인(조선족) 직원에 폭행을 가했다는 소식이 있지 않았습니까?

답: 그렇습니다. 하지만 찰리씨 등 탈북자들은 탈출 과정에서 자신들을 밖으로 보내달라며 중국인 직원을 위협하긴 했으나 폭행은 전혀 행사하지 않았다며 직원을 대면하면 즉시 증명해 보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탈북자들은 미국 영사관에 진입한 뒤 조사를 받았으며 4명중 한 명이 북한 보위부에 협조했다는 혐의를 받아 탈락되고 나머지 3명이 두 달여 뒤인 7월 23일 중국을 떠나 미국에 도착했습니다.

문: 탈북자 3명 모두 미국에 가면 한국보다 더 좋은 대우를 받을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갖고 미국 영사관으로 들어갔다고 말하지 않았습니까? 중국내 탈북자 가운데 일부는 아직도 그런 생각을 하시는 분들도 계실것 같은데…

이들 탈북자들이 미국 정부로부터 지원받은 내역을 구체적으로 소개해 주시죠

답: 거듭 말씀드리지만 미국은 한국처럼 탈북자들에게 상당한 규모의 정착 지원금과 취업 장려금을 지급하지 않습니다. 대신 첫 몇 달간 조기에 취업할 것을 전제로 미국내 일반 생활보호대상자 등에 지급하는 최저 생계 지원비와 식량을 구입할 수 있는 푸드 스탬프 즉 식량 구매권을 지급하며 조속한 자활을 장려합니다. 또 정부가 직접 탈북자들을 관리하고 지원금을 지급하는 한국과는 달리 미국은 40여개의 크고 작은 일반 민간 난민 단체가 정부로 부터 기금을 지원받아 지역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난민들을 돕고 관리합니다.

문: 그러니까 해마다 난민지위를 받아 미국에 입국하는 수 만명의 다른 국제 난민들과 똑 같은 대우를 받고 있다는 얘기군요.

답: 그렇습니다. 한마디로 탈북자라고 해서 특별 대우는 없다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본인이 열심히 일하면 노력한 대가를 거두는 나라가 미국이기 때문에 탈북자들은 대부분 생활에 만족해하고 있습니다. 켄터키주에 정착한 탈북자 3명이 받은 지원을 살펴보면 처음 입국한 날 현금 20불, 그리고 첫 3 달동안 최저 생계비로 매 달 3백달러와 150 달러 상당의 식량 구매권을 받았습니다.

450불을 주거 지원비 명목으로 받긴 했지만 이 역시 직접 받은 것이 아니라 난민단체가 이들을 위해 미리 마련한 아파트 집세로 지급했다고 탈북자들은 말했습니다. 아쉬운 것은 미국의 아파트는 계약기간이 1년이고 그 전에 이사하면 계약금을 받을 수 없기 때문에 운신의 폭이 적다는 것입니다.

탈북자들 역시 직장이 아파트에서 멀어 불가피하게 중도에 이사를 해야 했고 세 명 모두 위약금을 물어야 했다고 말했습니다. 앞으로 미국에 입국할 탈북자들이나 탈북자들을 돕는 한인분들은 이러한 애로점들을 미리 파악하셔서 준비하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문: 그러니까 탈북자들이 입국 후 지원받은 총액은 초기 단계의 생계비와 식량 구매권 등을 합해 1천 400 달러 정도 되는 셈이군요.

답: 그렇습니다. 그러나 탈북자 브라이언씨는 한 직장에서 석 달 이상 일하면 격려금으로 250 달러를 더 받는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찰리씨와 브라이언씨는 모두 미국에 입국한 뒤 지난 6개월여 동안 직장을 2 번 옮겼기 때문에 다음달쯤 이 장려금을 받을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렇게 제대로 취업하면 장려금외 모든 지원은 사라집니다. 물론 취업을 해도 한 달 수입이 1천 100불 이하면 생활보호대상자로 취급돼 미국내 저소득층을 위한 최저생계지원비를 지원 받을 수 있지만 탈북자들의 경우 수입이 이 보다 높기 때문에 해당 사항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참고로 각 주마다 지원비와 식량 구매권 액수의 차이가 있는데요. 예를 들어 뉴욕주는 석달간 매달 260 달러를 지급하고 식량구매권은 매주 40달러씩, 버지니아주는 250 달러, 캘리포니아주는 4백달러를 지급하지만 대신 식량구매권이 타주보다 매우 낮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문: 의료보험 지원은 어떻습니까?

답: 의료보험 역시 주 마다 차이가 있습니다만 켄터키주 탈북자들의 경우 입국 후 8개월동안 의료보험을 보장받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문: 탈북자들의 월 수입은 어느정도나 됩니까?

답: 아직 초기 단계라 시간당 8달러에서 10불을 받고 있는데요. 찰리와 브라이언 두 청년은 주 6일을 두 직장에서 일하며 월 2천달러에서 2천 5백달러 정도를 벌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두 청년은 현재 월세 5백불짜리 1 베드룸(방 하나 거실 하나) 아판트에서 둘이 함께 생활하고 있습니다.

문: 끝으로 켄터키주의 탈북자들을 직접 만나고 일하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봤는데 김기자가 본 탈북자에 대한 느낌은 어땠습니까?

답: 지금까지 중국과 한국, 미국에서 적지 않은 탈북자들을 만나 봤습니다만 가장 적응력이 빠른 사람들 가운데 하나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미국 입국 다음날 일을 시작하게 해 달라고 요구해 바로 취업할 정도로 집념이 강하고 북한 주민이 사회주의 체제에서 살았기때문에 게으를 수 있다는 일부의 지적을 불식시킬만큼 3명 모두 고용인들로부터 매우 부지런하다는 칭찬을 받고 있었습니다.

3명 모두 2 가지 이상의 일자리를 갖고 있는 것만 봐도 이들이 얼마나 성실히 생활하는지 짐작해 볼 수 있습니다. 일부는 운전면허증을 이미 취득해서 자가용을 구입하는가 하면 저를 처음 만나자 마자 미국의 이민법과 교육제도 등에 대해 질문할 정도로 미국내 사회변화에도 관심이 높았습니다.

문: 아쉬운 점은 없었습니까?

답: 일과 돈 버는 일에 너무 너무 집중하다 보니 영어 공부가 더디다는 점은 큰 아쉬움으로 남았습니다. 본인들도 일하면서 영어 공부의 필요성을 상당히 절감하고 있었는데요. 다행히 찰리시와 브라이언씨는 올 가을부터 낮에 일하고 밤에 영어 학원에서 공부하는 주경야독 생활을 병행할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탈북자들 뿐아니라 미국 난민단체의 영어교육에도 문제가 적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에 처음 입국한 6명의 탈북자나 켄터키주의 탈북자들 모두 미국인이 영어로만 가르치는 수업 수준이 너무 어렵다고 호소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문제들은 난민단체가 아니라 지역의 한인 사회나 종교 단체가 좀 더 관심을 갖고 지원해야 할 사안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베트남이나 쿠바계 이민 단체들이 이미 오래전부터 지원협회를 만들어 미국에 입국하는 자국 난민들에게 언어 등 문화 적응 교육을 지원하고 있다는 점은 그런 면에서 좋은 귀감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특집방송 ‘켄터키주의 탈북자들’의 탈북자들을 취재한 김영권 기자와 함께 미국정부의 탈북자 지원현황과 탈북자들이 느끼는 애로점 등 이모저모에 관해 알아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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