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결 가능 링크

[미국은 지금] 마이애미 쿠바계 주민, ‘카스트로 사망 축제’ 준비


미국 내 주요 관심사와 화제를 알아보는 ‘미국은 지금’ 시간입니다.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는 쿠바계 망명자들이 많이 살고 있습니다.

이들은 대부분 피델 카스트로의 공산 체제가 들어선 이후, 자유를 찾아 배를 타고 바다를 건너서 미국에 온 사람들입니다. 하지만 카스트로 국가평의회 의장이 병 때문에 권력을 동생에 임시 이양한지 6개월이 되가면서, 미국의 쿠바계 망명자들 사이에서도 쿠바 정국 분위기가 바뀌고, 자유가 확산되지 않겠냐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고 합니다. 오늘은 김근삼 기자와 함께 이에 관한 소식을 알아보겠습니다.

문: 최근 마이애미에서는 쿠바계 주민들이 아직 병상에 있는 카스트로 의장이 숨졌을 때를 대비해서 축제를 준비하고 있어서 논란이 되고 있다죠?

답: 그렇습니다. 마이애미에는 ‘리틀 아바나’라는 지역이 있습니다. 쿠바계 망명자들이 많이 모여사는 곳인데요, 이름도 쿠바 수도 ‘아바나’를 따라 지은 것입니다. 지난해 카스트로 의장이 병 때문에 동생 라울 카스트로에세 권력을 이양했을 때 이 곳에서는 축하 분위기가 한창이었습니다.

그런데 6개월이 넘도록 카스트로 의장이 호전됐다는 소식이 들리지 않고, 또 쿠바 정부가 카스트로 의장의 건강 상태를 철저히 비밀에 부치면서 마이애미에 있는 쿠바계 미국인들 사이에서는 80세의 고령인 카스트로 의장이 건강이 악화되고 있다는 추측이 많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일부에서는 카스트로가 사망했을 때 축제를 열자는 의견이 제시되고, 이의 준비가 실행에 옮겨지고 있다고 합니다.

마이애미 시는 이달 초 이 행사를 위한 준비위원회를 구성했구요, 카스트로가 사망하면 곧바로 마이애미를 대표하는 운동경기장인 ‘오렌지 보울 스타디움’에서 각 종 공연을 곁들인 축제를 개최한다는 계획입니다.

문: 아무리 독재자라지만 그래도 병상에 있는 카스트로 의장의 장례식도 아니고 ‘사망을 축하하는’ 축제를 시 차원에서 미리 준비한다니 좀 너무하다는 생각도 드는군요.

답: 외부에서 느끼기에는 그렇지만 마이애미 쿠바계 주민들의 분위기는 전혀 다릅니다. 오히려 시 정부가 오랜지 보울 스타디움에서 행사를 개최하기로 결정하자, 왜 축제를 특정 장소로 제한하려고 하느냐는 불만도 제기됐다고 합니다. 아무튼 조국을 떠나 미국에 온 쿠바 망명 주민들에게 50여년간 독재를 유지해온 카스트로의 죽음은 축하할 일이라는 것이지요.

오렌지 보울 스타디움에서 시 차원의 축제를 개최한다는 아이디어를 처음 제안한 사람은 토마스 레갈라도 시 위원 입니다. 레갈라도 시위원은 쿠바계 미국인으로 시 고위 정치인이 된 입지전적 인물인데요, 최근 마이애미 지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지난 48년간 쿠바인들에게 일어난 나쁜 일은 모두 카스트로 때문”이라면서 “카스트로 사후에 쿠바 정황이 어떻게 바뀔지는 예견할 수 없지만, 일단 그의 사망만으로도 축하할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병상에 누운 카스트로 의장을 바라보는 이 지역 쿠바계 주민들의 심정을 잘 나타내는 말입니다. 하지만 말씀하신대로 주민들 사이에서는 사람의 죽음을 축하한다는 것은 좀 더 신중해야 할 일이라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다고 합니다.

문: 레갈라도 시위원이 카스트로 이후 정국에 대해 언급했다고 하셨는데, 쿠바계 미국인들 사이에는 아무래도 조국의 미래에 대한 관심이 클 것 같은데요?

답: 그렇습니다. 아무래도 카스트로 의장의 공석이 장기화되면서 쿠바 주민은 물론이고 국제사회의 관심도 카스트로 의장의 건강에서 이후 정국으로 무게 중심이 옮겨지고 있습니다.

미국에 있는 쿠바계 주민들도 쿠바 정국변화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그 동안 카스트로 체제 아래서는 불가능했던 사회 경제 전반의 자유화가 현실로 나타나기를 기대하는 바람이 큽니다. 쿠바인들의 망명이 시작된지 수십년이 지난 지금 마이애미에는 사회적으로 경제적으로 성공한 쿠바계 주민들이 많습니다.

이들은 목숨을 걸고 떠났던 조국을 자유롭게 다시 방문하는 희망을 갖고 있습니다. 미국에서 쌓은 성공을 바탕으로 쿠바의 친지와 동포를 돕고 싶고, 또 변화된 쿠바에서 새로운 성공의 기회를 찾으려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문: 아무리 해외에서 성공하더라도 마음 한 구석에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 있기는 누구나 마찬가지겠지요. 향후 쿠바 정국에 대한 예측은 어떻습니까?

답: 카스트로 의장이 사망하더라도 당장 급격한 변화를 기대하기는 힘들 것이라는 것이 여러 전문가들의 전망입니다. 이미 임시 의장직을 수행하고 있는 동생 라울 카스트로가 그대로 권력을 승계할 가능성이 높고, 그렇다면 피델 카스트로 의장이 구축한 현 체재가 당분간은 지속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라울 카스트로도 쿠바계 미국인들이 미래 쿠바에 영향력을 미치는 것을 원치않는다고 봤을 때, 당장 쿠바계 미국인들에 대한 환영 분위기는 기대하기 힘들 것입니다. 하지만50년 가까이 1인 체재를 구축해온 피델 카스트로의 퇴장은 변화의 모멘텀이 될 수 있다는 분석과 기대도 큰 상황입니다.

문: 아무튼 현재 분위기 대로라면 쿠바 정국 변화에 따라 조국을 떠나서 미국으로 왔던 쿠바 망명자들의 대거 귀향을 기대할 수 있겠군요?

답: 쿠바를 방문하고, 또 쿠바에서 사회적, 경제적 활동을 하는 쿠바계 미국인들이 크게 늘어날 것입니다. 하지만 쿠바의 사회 시스템이나 경제 상황이 정상 궤도에 오르지 않는 이상 미국에서 정착하고 기반을 잡은 쿠바계 미국인들이 쿠바로 역이민 하는 현상은 거의 없을 것입니다.

미국내 주요 관심사와 화제를 전해드리는 ‘미국은 지금’, 오늘은 김근삼 기자와 함께 마이애미에 정착한 쿠바 망명자들에 대한 얘기를 들어봤습니다.

XS
SM
MD
L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