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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가공무역 금지조처'로 한국 기업 난항


중국 상무부가 지난해 말 ‘804개 가공무역 금지품목 리스트’를 발표하고 시행에 들어감에 따라, 중국 현지에 진출해 이들 제품을 가공·생산해온 한국 중소기업에 비상이 걸렸습니다. 자세한 내용을 베이징의 온기홍 통신원을 통해 알아봅니다.

문 : 중국 정부의 가공무역 금지 조처, 자세한 내용을 좀 소개해 주시죠.

답: 중국 상무부와 세관, 환경보호총국 등은 2004년부터 4차례에 걸쳐 341개 품목의 가공무역을 금지한 데 이어, 지난해 11월 저부가가치, 환경오염, 에너지 고소모 품목 804개를 추가했습니다. 이로써 가공무역 금지품목은 모두 1145개로 늘어났습니다.

전체 가공무역 품목 가운데 9.3%가 금지목록에 오른 셈입니다.

이번에 추가된 가공무역 금지 품목들은 대부분 석탄, 천연가스, 희소금속, 나무제품 등 자원형 제품이거나, 농약 등 유독성물질입니다.

중국 상무부는 중국 가공무역의 75%가 전기전자 등에 집중돼 있어 이번 조치가 가공무역생산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고 밝혔습니다.

문 : 가공무역 금지가 해당 업체에게는 사업중단을 의미하는 건가요?

답: 그 동안 업체가 임가공사업으로 인정받으면, 외국에서 원자재를 들여올 때 (5% 안팎인)관세(품목별 차등)를 면제받고 (일명 증치세로 불리는) 수출품 부가세 13%~17%를 납부하지 않아도 됐습니다.

이번에 중국 당국이 가공무역을 금지한다는 뜻은, 무역과 수출입을 못하게 한다는 의미가 아니고, 원자재 수입관세와 수출품 부가세를 모두 납부하고 일반사업체로 영업하라는 뜻입니다.

하지만 기업으로서는, 이렇게 되면, 생산원가가 20% 정도 상승하는데 이를 바이어에게 떠넘기지 못하면 생존하기 힘들게 됩니다. 따라서 사실상 해당 업체들에 떠나라고 통보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문: 중국 당국의 이번 조치는 전혀 예상되지 못했던 건가요?

답: 그 동안에도 중국은 환경오염제품 등을 단계적으로 가공무역 금지품목에 포함시켰습니다. 앞서 지난 2005년 말까지 516개 품목이 가공무역 금지품목으로 지정됐습니다.

또 지난해 9월 중순에는 수출품 부가세(증치세) 환급률을 조정하면서 255개 품목에 대한 가공무역 금지를 예고하기도 했다.

다만 작년 말 세부적 금지항목을 804개로 확대 발표하고 시행시기를 작년 11월말로 정함에 따라 충격이 현실화한 것입니다.

이번 조치로 가공무역 금지 품목은 모두 1300여 개로 늘어났습니다.

문: 중국 정부가 이번에 가공무역 금지 조치를 내린 배경은 무엇인가요?

답: 가공무역은 그 동안 중국에도 실질적인 혜택이 있었지만, 노동집약형 단순가공인데다 부가가치가 낮고, 기업은 가공수수료만 건질 뿐으로 대부분의 수익은 외국인 사장에게 떨어지기 때문에 외자가 쌓이고 있는 중국으로서는 더 이상 중요하게 여겨지지 않게 됐습니다.

또 일부 외국기업들은 유독성 제품 공장을 중국으로 이전해 문제를 유발하고 있습니다.

특히 중국 내 무분별한 생산확대로 원재료와 에너지 부족, 국내시장의 공급과잉 현상이 심화되면서 수출입상품의 전면적인 구조조정 필요성이 제기된 것이 이번 가공무역 금지 조치의 배경이 됐습니다.

아울러 중국에 외국인 투자가 폭증하고 있는 상황에서 단순한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외국 업체들은 중국 경제에 더 이상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해 옥석을 가리는 작업을 시작했다는 분석도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문: 이번 조치로 중국 현지에 진출해 있는 한국 기업들이 어떤 영향을 받게 될지 궁금합니다.

답: 이번에 발표된 804개 품목에 관련된 기업이 대부분 중소기업으로 파악되고 있는데요, 주중 한국대사관과 경제무역 단체에 따르면, 중국 상무부가 804개 가공무역 금지품목을 발표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생산하는 제품이 금지목록에 포함됐는지를 확인하려는 한국 중소기업들의 문의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특히 한국과 지리적으로 가장 가까운 산동성 칭다오에서는 800여 개에 이르는 한국의 비철금속 가공업체들이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번 조치로 공장을 철수해야 하는 기업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특히 최근에 공장을 신설한 기업들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중국의 국제뉴스 전문지인 환구시보는 “가공무역금지 조치가 중국에 진출해있는 한국기업들, 특히 중소기업들에는 '재난'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문: 중국 정부가 보세구역ㆍ수출가공 구역에 이미 진출해 있는 업체에는 이 조치를 적용하지 않겠다고 했다는데요, 그렇다면 기존에 중국에 진출한 한국업체에는 영향이 없는 것 아닌가요?

답: 중국에 진출한 한국 가공무역업체 중 보세구역이나 수출가공구역에서 공장을 운영하는 업체는 거의 없는 실정입니다.

임금과 땅값이 비싸고 울타리로 둘러쳐 엄격하게 관리하기 때문에 다수 노동자들을 고용해 야간작업 등 잔업을 하기가 불편해서 한국기업들은 보세구역 등에 입주를 꺼리고 있습니다.

그래서 현재 일부 고부가가치 제조업이나 무역업체만 보세구에 진입해 있을 뿐, 거의 대부분 가공생산업체는 세관이 관리하는 별도 지역에서 생산을 해왔습니다.

한국 가공생산업체 중 이번에 예외를 인정받는 사례는 5%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문: 중국 현지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이 취할 수 있는 대응책은 무엇인가요?

답: 장기적으로는 단순 가공수출형에서 벗어나 내수시장형 고부가가치 상품으로의 전환을 모색해야겠지만, 단기적으로는 가공무역 금지품목에 대해 일반무역 방식의 생산이 가능한지 여부를 검토하고 원자재 가공도가 높은 비금지 대상품목으로 전환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는 게 주중국 한국대사관 오승철 상무관의 지적입니다.

또 품목번호(HS CODE) 재분류가 가능한지 여부를 검토해 환급률 인하 및 가공무역 금지품목에 편입되는 불이익에서 벗어나려는 노력도 필요합니다.

하지만 약 20%에 이르는 생산원가 상승을 감당할 수 없다면, 제3국으로 공장을 이전해야 하는 수 밖에 없을 것으로 판단되고 있습니다.

문: 이번 가공무역 금지 조치는 한국 기업들에게만 적용이 되는 건가요?

답: 아닙니다. 이번 조치는 국적을 가리지 않고 적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한국기업에게만 해당되는 문제는 아닙니다. 중국에 진출한 다른 국가의 외자기업들 가운데 가공무역금지 해당품목에 종사해온 업체들은 물론, 중국내 업체들도 마찬가지로 제약을 받게 됩니다. 다만 한국의 경우, 가공무역 형태로 중국에 들어온 영세 중소기업들이 많다 보니, 우려가 커지고 있는 실정입니다.

문: 한국 대사관과 기업 지원 기관들은 어떤 지원책을 계획하고 있나요?

문: 코트라 중국지역본부는 얼마 전 상하이에서 중국에 진출한 한국기업들을 대상으로 중국 정부의 가공무역 금지품목 확대조치와 관련한 설명회를 가졌는데요,

주중 한국대사관은 당국 및 중국 현지 경제무역 기관들과 함께 이달 중 칭다오,광저우 등 한국 기업 집중 진출지역에 실태조사단을 파견해 대책마련에 나선다는 방침입니다.

또 지난해 말 한국 산업자원부 장관이 중국 총리를 예방한 자리에서 정책변화시 충분한 유예기간과 정보 제공을 요청하고 중국 정부도 이를 유념하겠다고 밝힌 점을 고려해 앞으로 중국 당국과 협의채널을 유지해 나간다는 방침입니다.

문: 가공무역 금지, 환경오염 단속 강화 등으로 중국 내 영업환경이 지난해부터 크게 악화되면서 잠적하는 한국 중소, 영세기업인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얘기가 들리고 있는데요? 실제로 어떻나요?

답: 네. 예전에도 그런 일이 없지는 않았지만, 최근 중국내 기업환경이 크게바뀌는 시점과 맞물려 더 부각되는 있는 모습입니다.

중국 칭다오에서 가공무역을 해온 한국 피혁업체의 임직원들이 잠적을 한 사례가 몇 차례 발생했습니다.

랴오닝성에 있는 다롄지역에서도 가공무역을 해오던 한국의 중견 봉제업체 임직원이 지난해 말 잠적했고, 중국 남동부 광저우 등 여타지역으로 유사 사례가 파악되고 있습니다.

최근 들어 나타나고 있는 심각한 문제점은 이렇게 잠적하는 한국 업체가 연간 매출액 3000만~4000만달러 규모의 중견기업으로 대형화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에 따라 한국 기업에 대한 신용도가 급격히 추락하면서 중국에 진출한 동종업계 한국 기업에 대한 한국 기업들에 대한 중국은행들의 대출금 회수, 중국 세무ㆍ세관 당국의 감시강화 등 부작용도 곧바로 현실화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습니다.

문: 끝으로, 한국과 중국 교역에서, 이번 가공무역 금지 조치로 직접 타격을 받는 교역액은 어느 정도인가요?

답: 주중국 한국대사관과 코트라 통계에 따르면, 중국이 시행하는 '804개 품목 가공무역 금지' 조치로 직접 타격을 받는 한ㆍ중 교역액은 약 1조8800억원(20억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지난 2005년 한ㆍ중 교역액 105조원과 비교하면 금액상으로 대중국 수출에서1.8%, 수입에서 7.24%에 해당합니다.

중국이 새로 가공무역을 금지한 품목 804개는 전체 가공무역 품목 수의 6.5%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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