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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자들, 이혼 인정안돼 재혼 어려워


사선(死線)을 넘어 한국을 찾은 탈북자들.. 한국 땅에서의 정착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안정된 가정이 필요할 텐데요. 재혼을 하려고 해도 북한의 배우자와 이혼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어려움을 겪는 탈북자들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오늘 한국의 국회도서관에서는 탈북자들의 이같은 문제를 다루는 토론회가 열렸습니다.

자세한 소식 도성민 통신원 연결해 알아보겠습니다.

문: 새로운 가정을 꾸리고 싶어도 ‘이혼’을 할 수 없어 어려움을 겪는 탈북자들이 많다구요?

답: 그렇습니다. 가정생활이 원만하고 행복해 ‘이혼’이라는 말이 필요 없다면 가장 이상적인 경우겠지만, 탈북자들의 경우는 상황이 다릅니다. 특수한 경우라는 것이 더 적합한 표현일 것 같은데요. 가족과 헤어지거나 죽을 고비를 넘겨가며 북한을 탈출한 만큼.. 한국에 잘 정착해 자유로운 생활을 하고 싶지만 가정이라는 보금자리를 꾸미기가 쉽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한 탈북자는 2년 전인 2004년 7월, 3살 된 딸과 함께 탈북해 한국으로 왔는데요. 지난해 경제적 정신적인 안정을 위해 한 남자를 만나 재혼을 결심했지만 결혼을 할 수 없었습니다. 북한에서 결혼을 했었기 때문에 이혼을 해야 재혼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문: 이 탈북여성의 남편은 함께 한국으로 오지 못했군요?

답: 그렇습니다. 이 여성의 남편도 처음에는 함께 중국으로 탈북했답니다. 하지만 중국 공안당국에 붙잡혀 북으로 송환돼 현재는 생사를 알 수 없는 상황이고, 언제 만나게 될지도 모르는 망막한 기다림보다 새로운 삶을 꾸려 안정된 정착을 하는 것이 이 탈북여성에게는 더 중요한 일입니다. 물론 북한에서 혼인한 전 남편과는 더 이상 혼인을 지속하고 싶지 않다는 것이 이 여성의 결심이구요.

문: 자, 이처럼...북한에 있는 배우자를 상대로 한 탈북자들의 이혼 신청건수가 2백 건이 넘었다구요?

답: 그렇습니다. 탈북자들의 이혼 신청은 2003년 7월이 처음이었는데요. 올해 11월말 현재, 229건에 달하고 있지만. 거의 대부분이 법원에 계류 중입니다. 한국의 경우 법률혼주의이기 때문에 지금의 법체계로는 탈북자들의 이혼은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입니다. 그래서 이혼을 하지 못한 채 한국에서 만난 새 배우자와 사실혼 관계로 살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국가정법률 상담소의 이야기를 들어 보시지요?

(조경애, 한국가정법률상담소 ) “현재 현실적으로 원하는 분들도 많으시구요. 법원에 사건이 들어가 있는 경우가 200여건이 있어요. 소송을 제기한 분들의 60%는 여자고 40% 정도는 남자거든요. 이 분들 경우는 사실혼 상태로 그냥… 어차피 그 사람이랑 혼인관계를 지속할 생각은 없으니까… 북한에 남아있는 사람하고…그러다 보니까 한국에서 새로운 생활을 해야 하는데 .. 혼인관계가 정리가 안되어서 많은 고통을 받는 경우도 많고.. 또 아이가 태어나는 경우라면.. 아이의 입적 문제 등도 복잡해지고 하니까 빨리 해결해 달라는 분들이 많으시죠”

문: 참, 안타까운 일이네요. 흔히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이라고 하지요. 집안이 편안해야 만사가 잘 풀린다.. 라는 말인데... 법적인 인정을 받을 수 없는 부부나 가정이라면... 마음도 편치는 않을 것 같습니다.

답: 그렇습니다. 가끔 금강산 대면상봉이나 화상상봉으로 만나는 이산가족들의 사연을 보면, 전쟁으로 헤어진 뒤 한평생을 홀로 살며 자식을 키웠다는 백발성성한 70~80대의 어르신들이 떠오르는 데요. 탈북자들에게도 언제 통일이 되어 만날 수나 있을지 기약 없는 일을 기다리게만 한다는 것은 또 다른 이산가족의 아픔만을 간직하라는 이야기와는 다를 것이 없는 것 같습니다.

오늘 한국의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심포지엄은 바로 이러한 문제를 다루는 논의의 장이 되었는데요. 한국가정법률 상담소에서는 창립 50주년 행사로 `북한 이탈주민의 행복추구권 보호와 법적보장 방안-이혼을 중심으로'라는 주제를 선택했습니다.

(신영호, 고려대 법대 교수) “여기 남한 사회의 정착하는 것 중에 아주 효과적인 것이 결혼을 통해 가정을 형성하는 것인데... 그것이 법률적인 장애로 안 되고 있으니까..안타까운 일이지요”

(조경애, 한국가정법률상담소) 한국은 법률혼주의잖아요. 혼인 신고를 해야만 법적인 부부로 보장이 되고, 그리고 친족관계가 발생하면 혼인으로서 발생할 수 있는 것도 보호받을 수 있고, 자녀에 대한 친권 양육권이라든지 상속의 문제까지 포괄이 가능한데...(한국에) 와서 혼인신고가 안 된 상태에서 불안하게 살다 보니까 가정이 파괴되는 비율도 높다고 하구요.”

오늘 심포지엄에 발표자로 나선 고려대학교 법학대학 신영호 교수는 굳이 북한이탈주민의 행복추구권이나 재판청구권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이혼을 원하는 이들에게 통일이 될 때까지 기다리라고 할 순 없지 않느냐고 이 문제의 깊이 있는 논의를 제의했습니다,

문: 그동안 법원에 접수된 탈북자들의 북한에 있는 배우자를 상대로 한 이혼 청구가 230건 가까이 된다는데.. 이 가운데 단 1건만 이혼이 성립되었다는 것.... 탈북자들이 자신의 의지대로 이혼할 수 없는.. 어떤 법적인 문제가 있다는 것이지요?

답:그렇습니다. 탈북자들의 이혼 청구소송을 판결해야 하는 법원의 입장에선 북한에 있는 배우자를 피고로 볼 수 있느냐는 문제에 직면하게 됩니다. 탈북자의 진술밖에 없어 북한의 배우자가 실존 인물인지조차 확인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구요. 또 배우자가 북한에 있다는 사실만으로 이혼 사유가 되느냐도 쟁점이 됩니다. 또 대개의 경우 소송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소송 서류나 판시를 상대에게 전해야 하는데 법원이 이혼소송 서류를 북한의 배우자에게 전달할 수 없는 것도 문제이고, 소송서류가 정확히 전달되지 못할 경우 법원은 게시판에 공시송달을 하게 되는데 탈북자의 이혼소송은 공시송달 절차를 따르는 게 옳은지도 논란거리가 되고 있습니다.

문: 그렇다면 이혼이 성립되었다는 탈북자의 이혼소송 한 건은 어떤 경우였는지요?

답: 지금 국회에 계류중인 북한이탈주민 후원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발의 되기 전이 2004년의 경우입니다. 당시 35살 탈북자 오모씨가 제기한 이혼소송이었는데요. 오씨 남편의 생사를 알 수 없게 된 지 3년이 넘었고, 남북 간 왕래가 쉽지 않아 북한의 남편과 혼인관계를 지속하게 하는 것이 가혹하다는 이유로 이혼을 인정했지만 이후 판결에 대해 찬반 논쟁이 붙으면서 더 이상 이혼을 인정하는 판결은 없었습니다.

문: 그러니까 현재 이혼소송을 신청한 탈북자들이 바라는 것은... 대한민국법상으로도 이혼이 가능할 수 있도록 해달라,... 이런 주장인가요?

답: 그렇습니다. 지금은 북한 이탈주민 후원 관련 법안 아래 특례 조항으로 다루어져 있지만... 행정법 아래 특례조항이 아닌 체계적인 민법으로 만들어 달라는 것이 이들의 주장입니다.

지금의 228건의 이혼소송이 계류 중인데... 탈북자 만명 시대. 앞으로 이러한 경우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돼 문제의 심각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오늘 심포지엄에도 탈북자가 자신의 이혼문제를 직접 이야기하는 자리도 있었습니다.

북한에서 결혼을 한 여성탈북자의 경우인데 북한에서 한 남자를 만나 혼인신고전에 아이를 낳았지만 양가의 반대가 많았고, 우여 곡절 끝에 약식 혼인신고를 하기는 했지만 남편과 사이가 좋지 않아 사실상 이혼 상태에서 혼자 탈북한 경우입니다.

(조경애, 한국가정법률상담소) “중국에서 또 다른 남자 사이의 아이를 낳았어요. 그런데 아무래도 한국에서 살고 싶은 열망이 강해서 아이와 함께 한국으로 입국을 했거든요. 자신은 아이와 아이 아버지와 함께 살고 심정이거든요... 그런데 현실적으로 혼인생활을 했다고도 할 수 없는 남자랑 혼인신고가 되어 있는 것으로 기록이 되어 있으니까 여기서 혼인신고를 하기 어렵다,,, 그래서 현재 법원에 소송이 계류 중이예요.”

문: 만약 탈북자가 아니라 한국 사람의 경우라면 어떻게 진행되는지요? 한 배우자가 소식이 끊겨 생사를 알 수 없는 상황이고, 다른 쪽 배우자로 결혼을 지속하고 싶지 않다면 말이지요?

답: 그런 경우 일정기간 동안의 연락 두절 혹은 행방불명 사실 등 몇 가지 요건이 성립되어야 합니다. 한국에서는 배우자의 사망을 인정하는 인정사망제도가 있구요. 일정기간 연락이 두절되어 행방불명 상태인 경우는 실종 선고 제도를 통해 이혼을 할 수 있도록 합니다.

고려대 신영호 교수는 이혼을 청구한 경우 한 쪽 배우자가 북한 주민일 때 한국의 법원이 이를 재판할 수 있는가에 관한 법리적인 문제가 크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탈북자들의 이혼소송에 대해 소극적 자세로 일관해선 안 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신영호, 고려대 법대 교수) “이런 소송 절차를 진행하는데 장애가 많지 않습니까...서류를 북한에 있는 사람한테 보낼 수도 없고, 그 사람들이 올 수도 없고.. 그런 상황에서 재판을 진행한다는 것은 판사들에게 상당히 부담이 되고... 소송 절차로 볼 때는 주저하게 될 수밖에 없지요. 일단은 탈북한 분들이 새로운 가정을 꾸려나가는데 길을 열어가는 것이 당면 문제이니까.. 어떻게 보면 적극성을 보여주는 사법적극주의 라고 할까요.. 아주 어려운 것은 아닌데... 분위기가 성숙되지 못한 것 같아요. 법원의 적극적이 자세변화도 촉구하고 그렇게 되기를 기대해야 겠지요”

문: 한국의 국회에서 관련 법안이 심의 중이지요? 올해 안으로 통과될 것이라는 이야기도 있던데 말이지요?

답: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한나라당 김학원 의원이 28명의 국회의원 동의를 얻어 대표발의안 법률 개정안입니다. 쉽게 말해 탈북자의 이혼을 쉽게 해주려는 법으로 공식 법안명은 '북한 이탈 주민의 보호 및 정착 지원에 관한 법' 개정안인데요. 2004년 11월에 발의한 안건이 그동안 국회에서 공전되다가.. 2년 만에 법사위 통과를 앞두고 있습니다.

(김학원, 국회 법사위 한나라당 의원) “ 호적이 옛 부부 간의 호적이 되어 있다고 해서 여기서 결혼을 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너무나 가혹한 일이다..그래서 이것을 3년 동안 경과를 해도 (북한을) 이탈하지 못하고 거주지가 불명확한 경우에는 해서 남한에서 결혼 생활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해 주는 법률안이거든요. 지금 현재 통일외교통상위원회 상임위는 통과해서 법사위에 넘어 가 있거든요. 조만간 통과 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금년 내로 잘하면 통과가 되어서 실행할 수 있지 않나 관측됩니다. ”

그러나 한편에서는 이번 법률 개정안이 통과되어 탈북자들의 이혼소송이 쉬어 질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또 다른 문제점을 들어 신중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특례법을 만들어 탈북자들의 이혼을 허용하면 뒤늦게 북한의 배우자가 한국에 오게되는 경우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의 문제입니다.

(신영호, 고려대 법대 교수) “ 북한에서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이혼이 되고 배우자가 형성했다고 하는 데에서 상황을 직면하게 되면 참 당황스럽겠지요,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여기서 형성된 과정을 뒤흔든다고 하면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하니까...그런 문제제기 자체도 할 수 없는 장치도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이 들고.... 나중에 그런 문제가 제기 되었을 때 어떻게 해결 할 것인가 그런 쪽에서 접근해야 되겠지요.”

한편 최근 탈북해 한국으로 온 남성이 있었는데요. 4년 전에 먼저 탈북한 아내를 찾아 한국에 왔지만 이미 그 아내는 다른 남성과 사실혼 관계에 있었다고 합니다 아내는 한국에서 새 호적을 받으면서 지금의 남편을 호주로 올려놓았구요. 이처럼 뒤늦게 한국을 찾은 다른 배우자가 이혼무효 소송을 내거나 국가인권위원회에 제소하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그런 경우가 발생한다 하더라도 행복을 위해 꾸린 새로운 가정을 다시 깨드릴 수는 없다면서 합법적 조치 등에 의해 이혼한 경우라면, 이들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국가차원의 중재기관이나 상담기관 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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