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결 가능 링크

볼튼대사 전격사임 - 미국 대북정책에 변화오나?


미국의 존 볼튼 유엔주재 대사가 사퇴의사를 밝혔습니다. 북한에 대한 유엔의 제재결의를 적극 주도하는 등 대북 강경파로 알려져 있는 볼튼 대사는 민주당이 장악하게 될 새 미국 의회에서 인준을 받기가 어려울 것으로 보임에 따라 물러나게 됐습니다.

이 시간에는 볼튼 대사의 사임이 미국의 한반도 정책에 미칠 영향 등을 살펴보겠습니다.

부시 대통령은 지난해 존 볼튼 유엔대사 지명자에 대한 미 상원의 인준이 불가능해지자 의회 휴회 중에 그를 대사로 임명했습니다. 이 방식은 고위 공직자 임명과 관련해 상원의 인준이 필요 없는 대신, 임기는 당해 의회 회기가 만료되는 때까지로 제한돼 있습니다. 이에 따라 볼튼 대사의 임기는 현 의회의 회기가 종료되는 올해 말로 끝납니다.

부시 대통령은 그동안 볼튼 대사 인준에 필요한 상원의원들의 지지를 확보하기 위해 몇 차례 노력했지만 일부 공화당 의원들 마저 볼튼 대사 지명에 반대하는 바람에 무산됐습니다. 볼튼 대사의 저돌적인 외교방식은 늘 논란의 대상이 됐고 이에 대한 비판은 그치지 않았습니다. 부시 대통령은 볼튼 대사의 사임을 유감스럽지만 받아들인다고 말했습니다.

부시 대통령은 볼튼 대사가 자유와 평화의 충실한 수호자였으며 인권과 인간 존엄성의 강력한 옹호자였다며 찬사를 보냈습니다.

볼튼 대사의 사임소식이 알려지자 유엔 주재 외교관들 사이에서는 엇갈리는 반응이 나오고 있습니다. 대부분은 볼튼 대사를 가리켜 유엔개혁과 핵확산 저지 등에 이르기까지 미국의 대외정책을 저돌적으로 밀어붙인 인물로 묘사하고 있습니다.

변호사 출신으로 무기통제 전문가인 볼튼 대사는 유엔주재 미국대사로 재임하면서 지난 10월 북한이 핵실험을 실시하자 신속히 북한에 대한 유엔의 제재 결의안을 이끌어냈습니다.

하지만 많은 외교관들은 볼튼 대사의 외교 수행방식을 불쾌하게 여기고 있습니다. 코피 아난 사무총장도 그 가운데 한 사람입니다. 올해 말로 임기가 만료되는 아난 사무총장은 볼튼 대사의 사임소식을 접한 뒤 마지 못해 찬사를 보냈습니다.

아난 사무총장은 볼튼 대사가 해야 할 일을 했다고 말했습니다. 개혁과 이란, 북한 문제 등 여러가지 어려운 문제들이 산적한 시기에 유엔에서 일하면서 볼튼 대사는 미국 정부의 대표로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움직였고 다른 대사들과 효율적으로 일하기 위해 가능한 한 애썼다고 아난 사무총장은 말했습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에서 종종 볼튼 대사와 반대입장에 섰던 중국의 왕광야 유엔주재 대사는 볼튼 대사의 외교방식에 의구심을 나타내면서도 볼튼 대사가 미국의 이익을 위해 열심히 일했다고 말했습니다. 러시아 외무부는 4일 볼튼 대사의 후임자는 볼튼 대사처럼 지나치게 강경한 접근태도를 보이지 않길 바란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그러나 일본의 오시마 겐조 유엔대사는 볼튼 대사의 사임소식에 실망을 나타냈습니다. 오시마 대사는 유엔이 북한과 이란 핵 문제와 같은 어려운 문제들에 직면했을 때 볼튼 대사가 뛰어난 외교력을 발휘했다고 말했습니다.

오시마 대사는 볼튼 대사가 여러가지 중요한 문제들에 맞서는 데 선봉에 섰다고 말했습니다. 지난 7월 북한이 미사일 시험발사를 단행한 이후나 10월에 핵실험을 실시한 이후 볼튼 대사는 앞장 서서 유엔 안보리의 결의안이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통과되도록 했다는 것입니다. 오시마 대사는 볼튼 대사의 외교력에 감탄한다고 말했습니다.

볼튼 대사가 물러나면서 미국의 한반도 정책에 어떤 변화가 있을지에 관해서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대북 강경파의 한 사람인 볼튼 대사가 물러남으로써 미 행정부의 대북정책이 바뀔 수 있다는 견해가 나오는 반면 그다지 큰 변화가 없으리란 의견도 나오고 있습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도널드 럼스펠드 국방장관과 함께 볼튼 대사 등 이른바 ‘네오콘’, 즉 ‘신보수주의자’들이 사임하고 민주당이 미 의회를 장악하게 되면서 미국의 대북정책도 다소 완화될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습니다.

그러나 미국의 대북정책에는 그다지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대북 압박정책과 관련한 결정권한은 볼튼 대사가 유엔으로 떠나면서 로버트 조셉 국무부 군축차관에게 넘어갔기 때문에 실질적인 변화는 없을 것이란 해석입니다.

한편 미국 백악관은 볼튼 대사의 후임 인선과 관련해 아직 공개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습니다.

XS
SM
MD
L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