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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신문들, '탕자쉬안 위원과 김정일 위원장의 면담'에 관해 일제히 보도


미국 내 화제가 되는 현안과 관심사를 살펴 보는 `미국은 지금’ 시간입니다. 이 시간에는 윤국한 기자가 함께 합니다.

문: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의 특사로 북한을 방문했던 탕자쉬안 국무위원의 김정일 국방위원장 면담결과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먼저 이와 관련해 어떤 보도가 나오고 있습니까?

답: CNN 방송과 뉴욕타임스 등 미국 언론매체들은 20일 일제히 자세한 내용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면서도 한국의 연합뉴스가 보도한 내용을 소개했습니다. 이 통신사는 이날 `중국 정부 내부사정에 정통한 베이징의 한 외교소식통’의 말이라면서 김정일 위원장이 탕자쉬안 특사에게 추가 핵실험이 없을 것음을 분명히 밝혔다고 보도했습니다. 미국 언론들은 또 한국에서 발행되는 조선일보의 보도도 인용해 보도하고 있습니다. 김 위원장이 탕자쉬안 특사에게 핵실험에 대해 유감의 뜻을 밝혔다는 내용입니다.

문: 그런데, 이같은 보도내용이 미국이나 중국 등 관련 정부들에 의해 확인이 됐는지 궁금한데요?

답: 그렇지 않습니다. 우선 김 위원장이 탕자쉬안 특사에게 핵실험에 대해 유감의 뜻을 밝혔다는 조선일보의 보도에 대해 라이스 장관은 이를 사실상 부인했습니다. 라이스 장관은 “김 위원장이 탕자쉬안 특사 면담 중 그같은 발언을 했다는 얘기를 중국 지도부 누구도 내게 한 바 없다”고 말했습니다.

김 위원장이 추가 핵실험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는 보도에 대해서도 엇갈린 후속보도가 나오고 있습니다. 일부 한국 언론들은 한국 정부 당국자들이 연합뉴스의 이같은 보도를 확인했다고 보도했습니다. 하지만 미국 언론들은 이런 분위기와는 크게 다른 내용을 전하고 있습니다.

우선 CNN 방송은 중국 정부 관리들이 이에 대해 “모르는 일”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또 라이스 장관은 북한이 탕자쉬안 특사에게 제의한 내용은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니라고 말한 것으로 뉴욕타임스는 전했습니다.

문: 결국 한국 언론들의 보도가 과장됐거나 오보일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인가요?

답: 단정적으로 말할 수는 없지만 현재로서는 그런 것 같습니다. 관측통들은 한국 언론들이 인용한 소식통들이 아마도 북한측의 전제조건은 언급하지 않은 채 추가 핵실험 중단을 거론한 부분만 언론에 밝혔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북한은 그동안 줄곧 미국이 위조달러화 제조 의혹 등과 관련해 가하고 있는 금융제재를 해제하면 6자회담에 복귀할 것이라고 밝혀왔습니다. 따라서 이같은 전제조건이 달린 것이라면 라이스 장관의 말처럼 북한측이 탕자쉬안 특사에게 밝힌 내용은 새로운 게 아닌 게 됩니다.

워싱턴 주재 한국대사관의 한 고위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핵실험에 대해 사과했다거나 추가 핵실험을 하지 않겠다고 했다는 보도에 대해 다소 회의적인 반응을 나타냈습니다. 한반도 전문가인 맨스필드재단의 고든 플레이크 소장도 전화통화에서 “김정일 위원장이 그런 말을 했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본다”고 말했습니다. 플레이스 소장은 탕자쉬안 특사의 김 위원장 면담 이후에도 북 핵 위기상황이 바뀔 것으로 생각되지 않는다고 나름대로의 분석을 밝혔습니다.

문: 하지만 탕자쉬안 특사는 라이스 장관과의 면담에서 자신의 북한 방문이 “다행스럽게도 헛되지 않았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이 말은 뭔가 사태해결을 위한 실마리가 마련된 것 같은 느낌을 주지 않았습니까?

답: 그렇습니다. 탕자쉬안 특사 뿐아니라 리자오싱 외교부장도 특사의 방문이 적어도 중국과 북한의 상호이해를 증진시켰다고 말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한국 언론들의 보도들은 모두 이런 맥락에서 나온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뉴욕타임스는 중국 정부 관계자들이 탕자쉬안 특사와 김정일 위원장의 면담에 대해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눴다”거나 “매우 중요했다”는 말 외에 실질적인 내용은 전혀 밝히지 않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CNN 방송도 김정일 위원장이 추가 핵실험을 하지 않겠다고 했다는 한국 언론 발언을 계속 전하면서도 이 보도를 아직 자체적으로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이렇게 볼 때 탕자쉬안 국무위원이나 리자오싱 외교부장의 발언은 북 핵 해결방안에 대한 중국과 미국 간의 전반적인 견해차, 혹은 북한에 대한 양쪽의 입장차이에서 비롯된 것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중국 정부는 그동안 미국에 대해 북한과 양자회담에 나설 것을 촉구해 온 반면, 미국측은 아무런 전제조건 없는 6자회담 복귀를 강조해 왔습니다.

문: 라이스 장관의 이번 중국 방문은 유엔 결의안 이행에 중국 정부가 적극 나서달라고 설득하는 것이 일차적인 목적이었던 것으로 아는데요, 이 부분에서 성과가 있었습니까?

답: 라이스 장관은 리자오싱 외교부장과의 회담에서 중국은 북한의 최대 교역국이자 원조국으로서 북한을 들어오고 나가는 물자를 통제하는 키를 쥐고 있다면서, 금수조치는 현금이 부족한 북한 정부가 테러분자들에게 핵물질이나 불법적인 무기를 팔지 못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에 대해 리자오싱 부장은 중국은 늘 그래왔던 것처럼 유엔의 회원국이자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 의무를 성실히 이행할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라이스 장관은 탕자쉬안 특사가 이번에 후진타오 주석의 `강한 메시지’를 김정일 위원장에게 전달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습니다. 이는 중국 정부가 대북한 압박과 관련해 과거와는 다른 접근을 할 것임을 내비친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물론 중국 당국이 오랜 맹방인 북한을 어느 정도 강도로 압박할지는 알 수 없지만 많은 언론들이 중국 내 북한을 보는 태도가 달라지고 있다고 전하고 있습니다.

뉴욕타임스는 이와 관련해 20일 북한의 상황에 대해 중국 지도자들과 대화를 나눠온 중국 학자들의 말이라면서 북한이 추가 핵실험을 하거나 6자회담 복귀를 계속 거부할 경우 수 주 안에 대북한 석유공급을 단계적으로 줄여나갈 것이라고 보도했습니다. 이들 학자들은 북한이 중국의 강력한 경고에도 불구하고 미사일과 핵실험을 강행한 이후 중국 내에서 북한에 대한 접근방식이 과거보다 덜 포용적이 됐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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