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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핵 실험 최대 피해자는 중국'


북한 핵 실험 발표의 최대 피해자는 중국이라는 분석이 제기됐습니다. 10일 미국 외교 전문가들은 워싱턴에서 열린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 브리핑에서 중국이 핵 실험으로 인해 동북아 지역에서 유지해온 외교적 입지를 크게 잃었고, 대북 외교에 있어 6자 회담의 틀 속에서 한 목소리를 냈던 미국, 일본 등 관련국들과도 상당한 견해 차이에 부딪히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들은 핵 실험으로 인해 중국과 북한의 관계도 최악으로 치달았으며, 따라서 중국은 미국이 주장하는 강한 제재와 그 동안 유지해온 신중한 대응 사이에서 갈등을 겪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보도에 김근삼 기자입니다.

커트 캠벨 전략국제문제연구소 부회장은 북한 핵 실험 발표의 최대 피해자는 미국이 아니라 중국이라는 견해를 내놨습니다.

캠밸 부회장은 “중국은 핵 실험과 관련해 동북아 내에서의 역할, 또 북한으로부터의 도전이라는 측면에서 가장 큰 변화를 겪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캠밸 부회장은 “중국으로서는 국경을 마주한 이웃이면서도 극도로 불안정한 나라인 북한의 핵 보유 자체가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며 “특히 동북아 지역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던 중국에게 동맹으로까지 보였던 북한이 반기를 든 것은 중국이 지역 내에서 유지하던 역학 구조에 큰 혼란을 가져왔다”고 말했습니다.

캠밸 부회장은 이어 “북핵 6자 회담의 리더는 미국이 아니라 중국이었으며, 미국은 지난 몇 년간 중국의 역할을 권장하는 입장이었다”며 “물론 현 사태의 가장 큰 책임은 북한에 있지만, 6자 회담이 제대로 풀리지 않은 데 대해서 중국이 받는 압박도 크다”고 말했습니다.

캠밸 부회장은 또 “중국의 가장 중요한 전략 중 하나는 미국의 아시아 지역 점유가 줄도록 하는 것이었으며,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이나 이라크를 신경 쓸 동안 아시아는 우리가 책임지겠다”는 입장이었다며 북한의 핵실험으로 인해 외교적 입지가 줄어들게 됐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이에 따라 미국 등 주변 국들이 북한 문제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게 된 것도 중국이 원하지 않던 결과라고 분석했습니다.

캠밸 부회장은 “중국과 북한이 어쨌든 이념적이나 정치적으로 가까운 관계에 있다는 것은 완전히 잘못된 판단이며 북한은 현재 다른 어떤 나라보다도 중국과 가장 큰 긴장 상태에 있다”며 “중국이 안보리에서 북한에 대한 제재 수위를 정하는 데 많은 갈등을 겪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한편 이날 브리핑에서는 전략국제문제연구소 동아시아 담당 전문가들이 북한 핵과 관련한 한반도 주변 정세에 대한 전망을 내놨습니다.

마이클 그린 일본 담당 고문은 북한의 핵 실험에도 불구하고 일본은 궁극적으로 미국의 핵 우산 아래에서 보다 안정된 안보를 유지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핵 무기 개발을 추진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데렉 미첼 선임 연구원은 남한 역시 햇볓 정책 등 꾸준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핵 실험의 시나리오를 피하지 못한 피해자라며 남한은 단기적으로는 미국의 제재에 동참하겠지만, 향후 미국과 대북 외교에 있어서 이견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미첼 선임 연구원은 “만약 북한의 핵 저지를 위한 관련국들의 외교적 노력이 실패했다고 가정했을 때, 남한은 미국과 다른 입장에 설 수 있다”며 “남한은 중국과 마찬가지로 한반도 내에서 일정한 수준의 안정을 원하고, 또 북한의 급진적 붕괴를 원하지 않기 때문에 북한과 협상을 해야 한다는 자세에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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