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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운백 의원 ‘북한 인권 협상의제로 다뤄야’


대북한 협상에는 핵위협뿐 아니라 인권도 중요한 우선순위로 다뤄져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헬싱키 협약의 근간을 동북아시아에 적용해야 한다고 샘 브라운백 미국 연방 상원의원이 말했습니다.

브라운백 의원은 26일 이곳 워싱턴의 조지타운대학교에서 열린 북한 인권과 헬싱키 협약관련 토론회에서 이같이 말하고 탈북자 인권문제와 관련해 중국내 탈북여성과 중국인 남성사이에 태어난 자녀들의 문제를 새롭게 제기했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북한 인권법 제정의 중추적 인물이자 미국 상원에서 북한 인권 문제를 가장 적극적으로 제기해온 샘 브라운백 의원은 국제사회가 공개적으로 더욱 북한의 인권문제를 제기해야만 한다며 동북아판 헬싱키 협약의 적용을 주문했습니다.

<헬싱키 프로세스>로 널리 불리는 이른바 헬싱키 협약은 지난 1975년 미국등 서방 유럽 국가들과 소련을 중심으로한 동유럽국가들이 유럽안보협력회의(CSCE)에서 맺은 협약으로 양측간의 주권존중 등 안보와 경제협력, 인권보호를 포괄적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서방세계는 헬싱키 프로세스를 근거로 동유럽 공산국가들의 인권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했으며 결국 공산주의 체제의 붕괴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많은 학자들은 평가하고 있습니다.

브라운백 의원은 26일 국제인권기구 프리덤하우스와 조지타운 대학교가 공동 주최한 토론회에서 지난 10여년간 북한주민의 10퍼센트가 기아로 죽었고 정치범 수용소가 여전히 존재하며, 수많은 탈북여성들이 중국에서 성매매로 팔려가고 있다며 인권문제가 대북 협상의 우선순위로 다뤄지지 않는것이 오히려 이상한 일이라고 반문했습니다.

브라운백 의원은 특히 이날 연설에서 중국내 탈북 여성들의 고통과 함께 이들 여성과 중국 남성사이에 태어난 자녀들의 인권문제를 새롭게 제기했습니다. 중국 정부가 이들 자녀들의 신분을 법적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어린이들이 아무런 권리도 행사하지 못하고 이방인이자 무국적자로 살아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브라운백 의원은 이 어린이들은 다른 탈북자들처럼 북한으로 돌아갈 처지도 못되고 일부는 아예 한국어를 구사하지 못하는 등 아무런 보호 혜택도 받지 못하고 있다며 이들이 인간으로서 가치를 회복하고 존중받을수 있도록 국제사회가 더욱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중국에서 탈북자들을 보호하고 있는 인권 운동가들과 기독교 선교사들은 조선족들이 다수 거주하는 길림성 등 동북 3성 지역에 중국 남성과 탈북 여성사이에서 태어난 자녀들이 수 천명 이상이 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는 탈북자인 어머니가 도망친후 아버지로부터도 버림받아 고아처럼 거리를 전전하는 어린이들이 수 백명에 달하며 학교에도 들어가지 못하고 방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브라운백 의원은 핵실험 가능성과 핵연료봉 제거 계획 등 최근 북한에서 흘러나오는 소식에 매우 실망했다며 더 이상 이러한 위협들이 발전되지 못하도록 압력을 행사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브라운백 의원은 특히 북한에 가장 중요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중국을 지적하며 미국 정부가 김정일 정권에 지렛대로 사용할 수 있는 많은 선택안을 갖고 있지 않은 만큼 중국 정부를 더욱 압박해 핵과 인권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브라운백 의원은 헬싱키 프로세스가 도출된 배경에는 장기적인 안목과 노력이 필요했다며 우선 동북아시아 국가들이 이와 관련한 정보 구축작업을 시작해야 할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브라운백 의원은 그러나 일부에서 제기해온 ‘아시아판 헬싱키 프로세스’보다는 동북아시아 국가 위주의 다자협상이 바람직 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미국과 남한의 전문가들은 헬싱키 프로세스를 북한과 동북아시아에 적용할 수 있는지의 여부를 놓고 장시간 토론을 벌였습니다.

토론에 참석한 많은 전문가들은 헬싱키 프로세스가 성공을 거둔 배경에는 미국 등 서방세계와 구 소련 등 동유럽 국가들이 모두 서로에게 원하는 것이 분명했으며 특히 소련이라는 강대국이 일관적으로 해법 도출을 요구하며 적극적인 자세를 보였으나 동북아시아에는 현재 그러한 요구나 구 소련과 같은 국가가 없다며 여러 차이점을 지적했습니다.

클린턴 행정부 시절 국무부 핵안보-폐기 담당 대사를 지냈던 제임스 굿비 부르킹스연구소 연구원은 그러나 그런 분명한 차이에도 불구하고 헬싱키 프로세스의 원칙들을 동북아시아에 적용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굿비 전 대사는 헬싱키 프로세스의 성공 배경에는 변화를 가능케 하는 요소들 즉 투명성, 자유로운 움직임과 사고의 전환, 그리고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인 요소의 원칙이 존재했으며 또한 실무차원의 진전을 위해 병행 협상을 추구했었다고 말했습니다.

굿비 대사는 이러한 원칙을 동북아시아에 적용할 수 있다고 지적하고 그 예로 6자회담의 구도를 여러개의 고위급 실무 그룹으로 변화시키는 방안을 검토해 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베이징 한 곳에서 6자회담 참가국 모두가 같은 시간에 만나는 것이 아니라 여러 곳에서 다양한 의제를 놓고 협상이 열리도록 하자는 제안입니다. 또 헬싱키 프로세스처럼 핵협상과 함께 재래식 무기의 수위를 조절하고 제한하는 고위급 협상을 병행하며, 동북아 국가들이 인권의 보편적 가치를 채택하고 이를 향상시키기 위해 역내국가들의 다양한 역사적, 문화적 배경을 논의하는 것도 바람직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한편 헝가리 주재 미국대사를 지냈던 마크 팔머 프리덤 하우스 부의장은 이른바 ‘아시아판 헬싱키 프로세스’구상을 제의하며 국가의 수에 연연하지 말고 많은 아시아 국가들이 참여하는 다자협의체의 구성을 제의했습니다

팔머 전 대사는 일부에서는 6자회담도 각국의 다양한 입장으로 의견조율이 쉽지 않은데 어떻게 많은 국가들을 추가할 수 있느냐고 반문하지만 헬싱키 프로세스를 도출한 유럽 안보 협력회의는 35개국이나 참여했었다고 지적하고

아시아에는 현재 25개의 민주주의 국가가 있는 만큼 아시아판 안보 협력 회의를 통한 북한의 인권 변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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