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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북한의 이산가족 상봉 거부 의미 - 매봉통일연구소 남광규 소장의 견해


북한이 19일 남북한 이산가족 상봉을 전격 중단하겠다고 선언한 것은 남한 정부의 대북한 쌀지원 유보 외에도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한 대응으로 “남한이 미국 과 일본과의 대북한 제재에 공조할지 모른다는 북한의 우려와 경고의 의미”가 담겨져 있다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남한의 민간 연구기관인 매봉통일연구소 소장인 남광규 박사는 VOA 한국어방송과 인터뷰에서 이 같이 밝혔습니다.

대담에 서울의 박세경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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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담 전문]

질문) 먼저 이번 사태의 발단을 설명해 달라?

남박사) 일단 표면적인 이유는 장거리 미사일(북한의) 발사 이후에 열린 남북장관급 회담에서 북한이 요구한 쌀과 비료지원을 남한정부가 거부한대 대한 반발로 보여진 다. 한편 정치적으로는 미사일 발사 이후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공통적으로 북한에 대한 우려와 비판의 목소리를 높여가고 있지 않나? 이런 상황에서 미국과 일본의 추가적인 북한 제재에 한국정부가 동참하지 말 것을 경고하는 의미도 담겨져있다고 본다. 한편으로 북한 내부에서 군부를 비롯한 보수강경파의 목소리가 그 전보다 더 강해지는 징후가 많이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인적인 남북교류에 대한 북한 내부 보수파의 불안, 혹은 체제유지에 대한 압박감이 작용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질문) 그러나 이런 논리가 남한의 정서와는 거리가 먼 것 같은데?

남박사) 그동안 한국정부가 북한과의 협력을 일관되게 추구해 왔는데 이번에 북한의 이런 처사는 민족협력에 어긋나는 상당히 반인륜적인 처사라고 할 수 있겠다. 그동안 남한이 북한에 지원한 경제지원이 도합 8조원에 달한다고 하는데 북한의 미사일 발사로 말미암아 동북아시아의 안정과 남북협력이 오히려 더 어려움에 처하고 있다. 우리(남한)의 경제지원 협력을 미사일로 응수하는 북한의 행위는 어떠한 이유로도 정당화 될 수 없다. 특히나 생존이 얼마 남지 않은 이산가족을 볼모로 하는 이같은 행동은 우리 민족의 아픔을 악화시키는 잘못된 행위라고 할 수 있다.

질문) 북한측의 이번 통보(거부)는 어떠한 의도가 있다고 보나?

남박사) 아무래도 한국정부에 대한 북한의 통제권을 더 강화시키려는 의도로 보인다. 그동안 한국정부가 물질적 지원을 하면서 북한으로부터 아무런 가시적인 결과를 받지 못했지 않았느냐는 비판이 한국내에서 있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비난을 어느 정도 완화시켜 주는 것이 바로 이산가족 상봉이었다. 그동안 남북협력의 가시적 결과라 할 수 있는 정례적인 이산가족 상봉행사마저 북한이 통제함으로써 남한정부의 대북협력 의지에 압박을 가해 결국은 북한이 원하고자 하는 바를 얻어 내려는 것으로 보여진다. 결국은 남북관계를 지속시켜야 한다는 압박을 남한정부가 갖고 있지 않나? 그런 상태를 이용해 또 하나의 요구 지렛대를 확보하는 수단으로 북한이 일방적으로 이번에 이산가족 상봉행사를 취소한 것으로 보여진다.

질문) 지금 여러가지 배경 설명을 했지만 북한의 이번 조처가 단순히 쌀지원만이 아니고 여러가지 속뜻이 있다고 그런 말이 있는데?

남박사) 그렇다 이번(부산, 제19차) 장관급회담에서 북한측 대표가 이런 말을 했다. “북한의 선군정치가 남한을 보호한다”는 망언을 하고 갔다. 그런데 이런 북한측 대표의 주장은 사실 북한체제가 한국에 대해 갖고 있는 본질적인 그들의 인식을 밝힌 것에 불과하다. 즉 북한은 대한민국을 미 제국주의, 일본 제국주의에 예속된 식민지로 보고 있다. 따라서 북한이 말하는 ‘자주혁명 노선으로 미제와 일제를 이겨내야 한다’라는 것이 그들이 갖고 있는 주체노선의 논리다. 그러니까 북한이 군사적으로 제국주의 세력으로부터 대한민국을 보호해 주니까 한국은 같은 민족으로서 북한을 지원해야 된다는 논리를 갖고 있다. 한국 입장에서는 상당히 황당한 논리지만 이것이 북한이 대한민국에 대해서 갖고 있는 공식적인 인식, 생각의 틀이기 때문에 이번에 단순히 쌀지원에 한정된 일시적인 조치가 아니라 아마 이런 인식을 바탕으로 대한민국에 대한 그들의 나름대로의 논리가 압박을 더 강화시켜 나갈 것으로 보여진다.

질문) 북한의 이번 거부 통보에 대해 남한 정부는 어떤 해법을 갖고 있나?

남박사) 현재 한국정부가 쓸 수 있는 카드가 북한에 대한 경제적 지원을 제공하는 것 말고는 달리 뾰족한 수단이 없다. 북한이 미사일 발사와 같은 무력적 시위를 중단하고 6자회담을 비롯한 협상테이블로 나와야 한다. 이 부분에 대해서도 역시 한국정부가 자체적으로 북한을 설득하고 유도할 수 있는 여지가 상당히 작다. 그런데 무엇보다도 북한이 말로는 민족협력을 마하면서도 우리 한국을 실질적으로 대화파트너로 여기지 않고 자기들이 하는대로 따라오라는 고압적인 태도이기 때문에 북한에 대한 한국정부의 영향력이 사실 한계점에 있다고 보여진다. 결국 미국 일본정부와의 공조를 통한 북한 압박이 우리 정부로서는 현실성이 있는 대응이 될 수 밖에 없다. 이렇게 될 경우 북한은 우리를 미국과 일본과 같이 반북 혹은 반민족 입장에서 보는 것으로 비판, 강조하면서 남북관계 남북협력의 파탄 원인을 우리측에 전가할 가능성이 높다. 그렇기 때문에 상당히 한국정부가 지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국제사회의 분위기에 동참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북한이 이렇게 무모한 행동을 하는 것에 대해 마냥 끌려 갈 수도 없는 진퇴가 상당히 막힌 상황에 한국정부가 놓여 있다고 본다.

질문) 이번 사태가 남북관계 전반으로 확대되는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는데이 부분은 어떻게 전망하나?

남박사) 그렇다 사실 이산가족 상봉행사는 군사적 외교적 역량을 좀 덜 받는 부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일방적으로 이산가족 상봉행사를 취소한 것으로 봐 앞으로 북한측이 한국으로부터 어떤 만족할만한 대가를 받지 않는 한 남북관계 전반이 위축되거나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

사실 북한이 국제사회의 비난과 제재 가능성을 알면서도 미사일을 발사한 이상 북한의 입장에서는 국제사회의 압박에 대해서는 스스로 감당할 자신이 있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보여진다. 그렇다고 하면 이런 국제사회로부터의 압박을 한국을 상대로 해가지고 풀어 나갈 것으로 보여진다. 북한은 이번 이산가족 상봉행사로 1차 한국정부를 압박한 상태에서 필요하다고 하면 한반도에 적절한(북한이 판단하기에) 정도의 군사적 긴장이나 위협을 가할 가능성도 지금 상당히 높아 보인다. 알다시피 북한은 미사일 발사를 자위권의 정당한 발동으로 국제사회에 대응하고 있지 않나?

그런데 이번에 북한의 입장을 두둔해 왔던 중국 러시아도 북한에 대한 우려와 비판에 동참하고 있다. 이와 같이 북한을 둘러싼 대외적 상황이 여건이 악화된 상황을 돌파하기 위해서는 북한은 한국을 압박하고 한반도에 미사일 발사보다도 더 큰 불안감을 조성함으로써 미국 일본은 물론이고 국제사회가 함부로 북한을 건드리지 못하게 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고 본다. 그리고 내년에는 한국에 대통령 선거가 있다. 북한은 최근 미사일 사태로 야기되어진 일련의 위기적인 국면을 가지고 소위 북한이 주장하는 민족공조의 논리를 활용해 대한민국내 여론 일반정서를 친미 친일 혹은 반미 반일 이런 대립 구도로 한국사회를 분열시켜서 내년에 있는 대통령 선거에 일정한 영향력을 행사하려고 하는 측면도 예상할 수 있다.

질문) 이번 사태가 주는 교훈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남박사) 역시 북한이 한국이나 국제사회에 대한 인식 자체가 상당히 위험한 인식을 갖고 있지 않나 본다. 물론 북한이 처한 여러가지 불안한 요소도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변화 가능성을 우리가 많이 믿어오지 않았나? 그런데 최근 북한의 행위 행태를 볼 때 이런 국제사회의 흐름, 또 우리가 바라는 바와 반대로 오히려 그들이 본래 갖고 있었던 그들의 목표, 목적을 강화시켜 나가는 어떻게 보면 냉전적 인식의 틀이 북한내에서는 여전히 남아있고 그들이 얘기하는 혁명노선 그런 것들이 아직 본질적으로 변화되지 않은 것으로 보여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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