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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 어떤 파장 몰고오나 ? - 미국내 전문가 분석


북한이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잇따른 강력한 경고와 우려에도 불구하고 4일 오후 (한국시간 5일 오전) 대포동 2호 장거리 미사일과 로동 미사일, 단거리 스커드 미사일 등 7기의 미사일을 동해상에 시험발사했습니다. 한국 정부는 북한의 이번 미사일 발사는 `북-미 관계의 국면전환을 위한 고도의 정치적 압박행위'로 규정했습니다. 하지만 백악관은 이번 일은 `미국과 북한의 문제가 아니다'라면서 `북한의 지도자가 원하는 국면전환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북한의 이례적인 7기의 미사일 발사가 미칠 파장에 대한 미국 내 한반도 전문가들의 견해를 윤국한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미국 내 한반도 전문가들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한 부쉬 행정부의 예상되는 대응과 지난해 11월 이래 교착상태에 있는 북 핵 6자회담 전망 등을 놓고 다소 엇갈린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워싱턴 소재 맨스필드연구소의 고든 플레이크 소장은 미국은 이번 일로 북한이 원하는 북-미 직접대화의 빌미를 주지 않고 또 일본과 중국, 한국, 러시아 등 주변국들이 먼저 북한에 대한 조처를 취하도록 하기 위해 조용한 접근방식을 취할 것이라고 말합니다.

플레이크 소장은 그러나 미국은 막후에서는 북한에 대한 외교적 경제적 조처를 취하기 위해 매우 활발하게 움직일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합니다. 존 볼튼 유엔주재 미국대사는 이를 뒷받침하듯 5일 유엔 안보리 회의에서 `북한의 행태는 용납할 수 없다는 강력하고도 일치된 신호를 보내야 한다'며 상임이사국들의 공조를 촉구했습니다.

토니 스노우 백악관 대변인은 미국이 안보리에서 북한에 대해 어떤 조처를 취할 것인지를 묻는 질문에 "뭔가가 곧 나올 것이며 이는 미국만의 제안이 아닌 6자회담 당사국들의 모든 견해를 집약한 것이 될 것"이라면서도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았습니다.

부쉬 대통령의 아버지 집권 시절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비확산 담당관을 지낸 대니얼 포네먼씨는 미국이 안보리에서 어느 정도 강도로 북한을 제재하려는지 여부에 따라 다른 나라들의 반응이 다를 것이라면서도 "북한의 이번 행위로 인해 미국이 취하려는 조처에 대한 공감대가 클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지난 1994년 북-미 간 제네바 협상 당시 미 국무부 소속으로 협상에 참여했던 조엘 윌트씨는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들이 이번 일과 관련해 일치된 입장을 마련하기는 어렵다고 말합니다. 위트씨는 부쉬 행정부는 유엔 안보리에서 북한에 대한 새로운 제제 등을 추진하려 할 것이지만 실제로는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다고 지적합니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국제법이나 합의를 위반한 것이 전혀 아니며 따라서 불법이 아니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가 국제법이나 국가 간 합의 위반인지 여부에 대해서는 그동안 논란이 적지 않았습니다. 북한은 줄곧 자신들은 미사일을 시험발사할 모든 법적 권리를 갖고 있으며 이는 주권의 문제라는 입장을 밝혀 왔습니다. 북한당국의 한 관리는 발사 직후인 5일 "미국과 러시아, 프랑스 등 주권국가라고 하는 곳은 모두 다 미사일 시험발사를 하고 있다"면서 "우리의 시험발사는 누구에게 위협을 주는 그런 게 아니며 국제규정에 따라 이뤄졌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의 이같은 주장에 대해서는 북한이 스스로 미사일 시험발사 유예 조처를 취했을 당시 미국의 대북 협상창구였던 찰스 카트먼 전 국무부 한국과장도 시인하고 있습니다. 대북 강경론자인 워싱턴의 국방부 산하 국방연구소의 오공단 박사는 북한의 경우를 일반적인 다른 나라의 상황에 비교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말합니다.

"문제는 그런 말을 하는 나라가 이제 정상적인 경제적으로나 정치적으로나 외교적으로 정상적인 나라면 글쎄 좀 고집불통의 이상한 나라이긴 하지만 내벼려둘 수 밖에 없겠다. 이렇게 얘기하겠지만 과거의 치적이라든가 테러리즘, 또 여러가지 6자회담 등에 나타난 대토 이런 것들로 봐서 전세계적으로 일종의 말하자면 북한이 깡패 불량국가로 낙인지 찍혀있지 않았습니까?"

부쉬 대통령은 지난주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와의 정상회담 직후 미사일 시험발사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북한은 더욱 고립될 것인지, 아니면 국제사회의 적극적인 참여자가 될 것인지 두 가지 선택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은 이같은 경고에도 불구하고 미사일을 시험발사한 만큼 그에 따른 불이익을 받게 될 가능성은 매우 유력해 보입니다.

미국은 당장 앞서 언급한 대로 유엔 안보리에서의 제재방안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북한의 이번 미사일 시험발사는 국제사회의 핵심적인 우려대상인 핵 개발 문제를 둘러싼 교착상태의 와중에 나온 것입니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북한 핵 문제을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 보다 구체적으로는 북한의 6자회담 복귀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미국의 소리 방송과 회견한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북한의 행동에 대해 예측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고 시인하면서도 다소 엇갈린 관측을 하고 있습니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출신인 포네먼씨는 이번 일로 국제사회가 북한에 대한 공조를 강화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북한이 6자회담에 복귀하도록 압박을 가하는 데서도 보다 효과를 발휘할 것이라고 지적합니다.

국방연구소의 오공단 박사는 북한은 위조 달러화 제조, 유통과 관련해 미국이 가하고 있는 금융제재가 풀리지 않는 한 6자회담에 참석하지 않겠다는 입장이 워낙 완강하기 때문에 6자회담 재개는 여전히 불투명하다는 입장입니다. 미국 역시 그동안 줄곧 금융제재와 6자회담은 별개의 문제라고 강조해 왔습니다.

이와 관련해 조엘 위트씨는 6자회담은 더이상 필요하지 않으며 시간낭비일 뿐이라고 주장합니다. 위트씨는 6자회담은 회담 당사국들 간의 긴장을 관리하는데는 효용이 있을지 몰라도 핵 문제를 해결하는데는 더이상 유용한 수단이 아니라면서 미국은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합니다. 전직 국무부 관리로 북한과 직접 협상에 나선 경험이 있는 위트씨는 북-미 간 양자대화가 핵을 포함한 현안문제 해결에 가장 효과적이라고 말합니다.

그동안 비공식적으로 부쉬 행정부에 북한과의 양자대화를 권고해 온 한국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대화의 필요성이 더욱 커졌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혔습니다. 한국 정부는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로 조성된 이번 사태는 `단호하고 엄정하게 대응해 나가되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이끌어 내고 외교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대화는 끊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가 그동안 대북 문제에서 적지않은 견해차를 보여온 한국과 미국의 협력관계를 일시적이나마 강화해줄 가능성은 커보입니다.

그렇지만 이 것이 북한 핵 문제 해결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될지는 여전히 불투명합니다. 북한의 대미 직접대화 요구는 그만큼 강하고 일관된 것이기 때문입니다. 미국의 뉴욕타임스는 5일자 사설에서 "북한의 이번 행동은 미국에 직접적 위협이 아닌데다 국제협약을 위반한 것이 아닌 만큼 군사적 대응을 정당화할 수는 없다"면서 "잘못은 북한에 있는 것이 분명하지만 북한을 좀더 배려하는 방식으로 대화를 되살리는 것이 미국의 이익에 부합한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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