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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정부, 워싱턴에서 개성공단 설명회


한국 정부는 18일 워싱턴에서 북한과 합작으로 설립한 개성공단 설명회를 열었습니다. 워싱턴 일각에서 개성공단에 대해 `남한 정부의 또다른 대북 퍼주기'라는 비판론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을 의식해 열린 이날 설명회에는 미 행정부와 의회, 싱크탱크 등의 한반도 전문가들이 대거 참석해 높은 관심을 나타냈습니다. 현장을 다녀온 윤국한 기자가 자세한 소식 전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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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부는 최근 개성공단 개설 이래 처음으로 외국언론의 현장방문을 허용한 데 이어 지난 주에는 미 의회 상하 양원의 의원보좌관 8명을 초청해 설명회를 여는 등 적극적인 홍보에 나서고 있습니다. 이번 설명회 역시 북한 핵 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이 오랫동안 교착상태에 빠진 상황에서 개성공단 사업에 대한 일각의 의구심을 해소할 목적으로 남한 정부가 주최한 것입니다.

설명회는 워싱턴의 미국기업연구소 (AEI)와 한국경제연구원 (KEI) 공동초청 형식으로 열렸습니다. 김동근 개성공단관리위원장과 고경빈 통일부 개성공단 사업지원단장은 이 자리에서 남북화해와 협력 증진, 북한의 개방 유도 등 개성공단의 정치사회적 역할 외에 경제적 기능에 대해서도 강조했습니다.

김동근 위원장은 개성공단은 남북경제협력의 메카라면서 분단 60년만에 남북한 간에 도로와 전력, 통신이 연결되고 서울에서 출퇴근 버스가 매일 운행되는가 하면 하루평균 3백명의 남한인들이 개성공단을 방문하는 것은 남북관계 역사에 큰 변화라고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개성공단이 계획대로 순조롭게 진척될 경우 개성은 동북아의 상업 중심이 되면서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밝혔습니다.

김 위원장은 특히 개성공단에서 일하는 북한 근로자들 사이에 현재 큰 의식변화가 일고 있다면서 이를 `개성드림 바람'이라고 표현했습니다. 개성에서 꿈을 이루자는 희망이 퍼져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김 위원장은 현지 북한 근로자들은 돈에 큰 관심을 기울이면서 초과근로 수당을 받기 이해 야근을 자청하고 있으며, 생산실적이 좋지 않다는 소리를 들으면 자체회의를 통해 좀더 노력하자고 다짐하는 등 점차 자본주의 원리에 눈을 떠가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이들은 또 주식과 환율 등 시장경제 작동원리에 큰 관심을 기울이는 한편 근로자들의 권리에도 민감해지고 있다고 김 위원장은 덧붙였습니다.

그는 개성공단 근로자들의 임금은 북한 근로자들의 평균임금을 크게 웃도는데다 근로환경이 좋아 많은 북한 근로자들이 개성공단 근무를 희망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북한측은 처음에는 외부인들의 개성공단 방문을 꺼렸지만 지금은 홍보에 적극 나서면서 외국인 투자 유치를 위해 열성적이라고 전했습니다. 고경빈 개성공단 사업지원단장은 개성공단에서 일하는 북한 근로자는 모두 6천7백명으로 모두 고등학교를 졸업했고, 이 중 20%는 대학을 졸업하는 등 잘 훈련된 우수한 인력이라고 말했습니다.

공단에는 39개 남한기업이 입주해 있으며 개설 이래 지금까지 1억3천3백만 달러가 투입돼 현재 매달 360만 달러 어치의 상품을 생산해 내고 있습니다. 고경빈 단장은 개성공단은 남한의 자본과 북한의 노동이 결합한 이상적 형태의 합작이라면서 남한은 이를 통해 일부 분야에서의 극심한 노동력 부족을 매꾸고, 북한은 불법활동이 아닌 정당한 노력으로 돈을 버는 일의 중요성을 깨우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고 단장은 또 개성공단은 장기적으로는 한반도 경제공동체를 조성하고 남북한의 경제협력으로 한반도 평화와 번영을 증진해 민족화해와 사실상의 통일을 이루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밝혔습니다. 고 단장은 특히 개성공단을 통해 남한이 북한과의 협력을 강화하는 시점에서 대북 압박을 가할 경우 북한의 대중국 의존도만 높이게 된다면서 대북 압박은 신중해야 하며 한국과 미국 간에 조율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이는 남한 정부가 위조지폐 문제와 관련해 북한에 제재를 가하고 있는 미 행정부와 입장을 달리 하고 있음을 내비친 것입니다.

남한 정부는 북한의 위조지폐 제조에 대한 뚜렷한 증거가 없는 상황에서 미국의 대북 제재는 핵 문제의 진전을 가로막을 뿐이라는 생각입니다. 고 단장은 `중요한 것은 북한에 대해 정상적인 경제활동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익을 가르치면서 동시에 불법활동을 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라면서 개성공단은 바로 이런 점에서 북한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미국측 참석자들은 개성공단과 관련한 남한측 관계자들의 낙관적인 전망과는 달리 대체로 회의적인 시각이 많았습니다. 워싱턴 소재 국제경제연구원의 마커스 놀랜드 연구원은 개성공단은 북한의 입장에서 보면 고도로 통제된 방식의 개방을 통해 외화를 벌어들이기 위한 수단이라면서 북한의 실질적인 개방과는 무관하다고 말했습니다. 마커스 연구원은 또 북한은 국제적으로 인정된 노동규약조차 인정하지 않고 있다면서 북한이 개성공단 내 근로자들에게 정당한 임금을 지급하는지 의문이라고 말했습니다.

미국측 참석자들은 이밖에 개성공단에서 생산되는 물품을 한국산으로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 그리고 북 핵 문제가 아무런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개성공단이 오히려 북한측을 고무하는 측면은 없는지 등에 대해 의문을 나타냈습니다. 이에 대해 고경빈 단장은 개성공단 2단계와 3 단계 사업은 북 핵 사태의 진전을 고려하면서 추진할 것이며, 다음 조처를 취하기 전에 미국과 협의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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