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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정부들, 인구조사 시민권 질문 항의 소송...전 대법관, '총기소지' 수정헌법 폐지 촉구


윌버 로스 미 상무장관. 지난 26일 윌버 로스 상무장관은 시민권 보유 여부를 묻는 질문을 2020년 인구조사에 포함한다고 발표했다.
윌버 로스 미 상무장관. 지난 26일 윌버 로스 상무장관은 시민권 보유 여부를 묻는 질문을 2020년 인구조사에 포함한다고 발표했다.

‘생방송 여기는 워싱턴입니다’ 생생한 미국 뉴스를 전해 드리는 ‘아메리카 나우’ 시간입니다. 부지영 기자 나와 있습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네. 인구조사 시민권 관련 질문과 관련해 최소한 12개 주가 연방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다고 밝혔습니다. 존 스티븐스 전 연방 대법관이 총기소지 권리를 보장하는 수정헌법 2조를 폐지하자고 촉구했습니다. 학교 인종분리 철폐 운동의 중심이었던 린다 브라운 씨가 사망한 소식, 이어서 전해 드립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첫 소식 보겠습니다. 오는 2020년 총인구조사에는 시민권 여부를 묻는 항목이 포함될 예정입니다. 지난 26일 상무부가 밝힌 내용인데요. 이 문제가 법정으로 가게 됐군요.

기자) 네, 최소한 12개 주가 연방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다고 밝혔습니다. 인구조사에서 해당 질문을 삭제하라고 요구하는 건데요. 에릭 슈나이더만 뉴욕 주 법무장관이 해당 소송을 주도합니다. 코네티컷과 델라웨어, 일리노이, 매사추세츠, 뉴저지, 뉴멕시코 등 주로 민주당이 장악하고 있는 주들이 소송에 동참했습니다. 캘리포니아주는 26일밤에 별도 소송을 냈습니다.

진행자) 이들 주가 소송을 제기하는 이유 살펴볼까요?

기자) 총인구조사는 미국에 거주하는 모든 사람을 집계해야 하는데 정확한 통계를 내기 힘들다는 겁니다. 하비에 베세라 캘리포니아 주 법무장관의 말 들어보시죠.

[녹취: 베세라 캘리포니아 주 법무장관] “But it has become clear…”

기자) 시민권 질문에 의구심을 갖는 사람들, 두려움을 느끼는 사람들이 조사에 응하지 않을 수 있다는 건데요. 베세라 주 장관은 인구조사에서 시민권자 여부를 묻는 건 좋지 않은 생각일 뿐 아니라, 불법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슈나이더만 뉴욕 주 법무장관 역시 이민자 사회에 불신과 공포를 가져올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그러니까 불법 체류자들이 혹시 추방될지 모른다는 걱정 때문에 조사에 불참할 수 있다는 얘기인데요. 총인구조사, 센서스 참여는 의무 아닙니까?

기자) 맞습니다. 시민권 보유 여부에 상관없이 10년마다 조사하도록 헌법에 규정돼 있고요, 센서스에 응하지 않는 사람은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처벌 받는 경우는 드문데요. 1970년대 이후 한 번도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진행자) 윌버 로스 상무장관은 시민권 질문 때문에 참여율이 저조할 것이란 주장을 일축하지 않았습니까?

기자) 네, 앞서 조사 결과를 보면 시민권 질문이 참여율을 낮춘다는 주장이 별로 설득력이 없다는 겁니다. 미국인들 가운데 90%가 시민권자이기 때문에 일부만 영향 받는다는 주장이고요, 일부 우려가 있지만, 시민권 질문을 통해 얻는 이득이 훨씬 크다고 설명했습니다. 로스 장관은 또 영국이나 호주 등 다른 나라에서도 센서스를 실시할 때 시민권 질문을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진행자) 미국뿐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도 정기적으로 인구조사를 하는데요. 미국에서 10년에 한 번씩 시행하는 총인구조사, 왜 필요한 건가요?

기자) 센서스는 미국 정치에 매우 중요합니다. 조사 결과에 따라서 선거구를 다시 그리고, 각 주의 연방 하원의원 수와 선거인단 수를 재조정합니다. 또 연방 기금 지원에 사용되는데요. 교육이나 기간시설 지원금 등 각 주에 대한 연방 기금 할당액이 인구조사 결과에 따라 정해집니다.

진행자) 수십 년 동안 인구조사에서 시민권 질문이 빠졌었는데, 이번에 상무부가 다시 도입하기로 한 이유가 뭔가요?

기자) 유권자 보호를 위해 필요하다는 법무부 요청에 따른 것인데요. 투표권법 위반 여부를 가리기 위해 시민권 소지자 자료가 필요하다는 겁니다. 미국에서는 시민권자만 선거에 참여할 수 있는데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16년 대통령 선거에 참정권이 없는 불법 이민자 수백만 명이 투표했다고 주장한 바 있습니다. 1965년 민권운동이 한창일 때 제정된 투표권법은 소수 인종의 투표권을 보호하기 위해 나온 법입니다.

진행자) 이렇게 여러 주가 소송을 제기한다고 나섰는데 백악관 반응은 어떻습니까?

기자) 새라 허커비 샌더스 대변인은 어제(27일) 브리핑에서 이번 결정을 옹호했습니다. 미국 법과 절차를 따르는데 필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겁니다. 샌더스 대변인은 지난 2010년 조사만 예외였다며, 그동안 총인구조사에 시민권 질문이 포함돼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인구조사와 더불어 실시하는 미국지역사회조사(ACS)를 얘기하는 건데요. ACS는 자발적인 참여를 기반으로 하는 소수계 대상 조사입니다.

진행자) 2020년 인구조사, 질문지를 언제까지 완성해야 하나요?

기자) 상무부는 이달 말까지 연방 의회에 최종 질문 목록을 제출해야 하는데요. 여러 주가 소송을 제기한 가운데 최종적으로 어떤 결정이 내려질지 주목됩니다.

지난 24일 미국 워싱턴DC에서 총기 규제 촉구 집회 ‘우리의 생명을 위한 행진’ 참가자들이 피켓을 들고 시위하고 있다.
지난 24일 미국 워싱턴DC에서 총기 규제 촉구 집회 ‘우리의 생명을 위한 행진’ 참가자들이 피켓을 들고 시위하고 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함께 하고 계십니다. 최근 미국에서 총기 규제 강화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지난 주말 미국 전역에서 대규모 시위가 벌어지기도 했는데요. 이런 가운데 수정헌법 2조를 폐지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왔는데 자세히 알아볼까요?

기자) 네, 존 폴 스티븐스 전 연방 대법관이 27일자 뉴욕타임스 신문에 기고한 내용인데요. 학생들의 시위에 응답해야 한다며 수정헌법 2조를 폐지하자고 촉구했습니다. 전미총기협회(NRA)의 세력을 약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겁니다.

진행자) NRA, 어떤 단체죠?

기자) 총기소지는 헌법이 보장하는 권리라며 옹호하는 단체인데요. 500만 명이 넘는 회원과 막강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미국 정치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습니다. 많은 정치인, 특히 공화당 정치인들에게 선거 자금을 지원하는데요. 지난 주말 시위에 나선 학생들은 NRA의 지원을 받는 의원들을 올해 중간선거에서 낙선시키자고 촉구했습니다.

진행자) 스티븐스 전 대법관이 폐지를 촉구한 수정헌법 2조, 총기소지 권리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죠?

기자) 그렇습니다. “잘 규율된 민병대는 자유로운 주의 안보에 필수적이므로, 무기를 소장하고 휴대하는 인민의 권리는 침해될 수 없다”고 쓰여 있는데요. 스티븐스 전 대법관은 이 조항이 18세기의 낡은 유물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진행자) 지금 시대에 맞지 않는다는 뜻인가요?

기자) 그렇습니다. 이 조항은 미국 주들이 연방 군대에 제압당할지 모른다는 두려움을 없애기 위해 나왔다는 건데요. 스티븐스 전 대법관은 수정헌법 2조를 폐지한다면 미국 내 총기 판매 권리를 보호하는 유일한 법 조항이 사라지게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진행자) 연방 대법관까지 지낸 인물이 한 얘기여서 이번 기고문이 특히 관심을 끌고 있는데요. 스티븐스 전 대법관, 어떤 인물입니까?

기자) 네, 올해 97살인데요. 1975년 제럴드 포드 당시 대통령의 지명을 받아 연방 대법관 자리에 오른 뒤 지난 2010년에 은퇴했는데요. 공화당 소속이지만 총기 문제에 있어서는 상당히 진보적인 목소리를 낸 바 있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수정헌법 2조를 지지한다고 여러 차례 말하지 않았습니까?

기자) 맞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늘(28일)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수정헌법 2조는 절대 폐지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올해 선거에서 공화당 정치인들을 더 많이 당선시키고, 연방 대법원을 계속 장악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새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 역시 어제(27일), 백악관은 미국인들의 헌법상의 권리를 막기보다는 총기가 위험한 사람들의 손에 들어가는 걸 막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진행자) 미국 사회 반응은 어떤가요?

기자) 법률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스티븐스 전 대법관이 말하는 것과 달리 문제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습니다. 수정헌법 2조 폐지가 미국 총기법 개정에 그다지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란 분석인데요. 특히 총기소지 권리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는 주에서는 분위기를 바꾸기 어렵다는 겁니다.

진행자) 여기서 미국에서 헌법을 개정하려면 어떤 절차가 필요한지 알아볼까요?

기자) 네, 미국에서 헌법을 개정한다는 건 상당히 힘든 일인데요. 연방 의회에서 3분의 2이상의 지지로 승인 받아야 하고요. 그 뒤 50개 주 가운데 4분의 3, 그러니까 최소 38개 주가 비준해야 합니다.

진행자) 마지막 헌법 개정은 언제였습니까?

기자) 1992년의 일인데요. 연방 상, 하 의원의 급여를 변경하는 법은 다음 하원의원 선거가 시행될 때까지 효력을 발생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수정헌법 27조인데요. 사실 이 조항은 미국 건국 초기 1789년에 발의됐는데, 200년 넘게 지나서 비준 받은 특이한 경우였습니다.

린다 브라운(오른쪽)과 그녀의 아들, 딸이 캔자스주 토피카에 있는 자택에서 카메라를 향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린다 브라운(오른쪽)과 그녀의 아들, 딸이 캔자스주 토피카에 있는 자택에서 카메라를 향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마지막 소식입니다. 미국 민권운동 역사에서 중요한 인물이 사망했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미국의 영웅이 숨졌다”, 이런 표현이 나오고 있는데요. 1950년대 미국 공립학교 인종분리정책의 종식을 가져오는 데 이바지한 린다 브라운 씨가 지난 25일, 76살의 나이로 숨졌습니다.

진행자) 브라운 씨가 어떤 인물인지 좀 더 자세히 알아볼까요?

기자) 네, 브라운 씨는 1940년대 미국 중서부 캔자스주 토피카의 흑인 가정에서 태어났는데요. 9살 어린 나이에 전국적인 관심을 받게 됩니다. 아버지 올리버 브라운 목사가 토피카교육위원회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기 때문인데요. 브라운 목사는 딸이 가까운 백인 초등학교에 다닐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했습니다.

진행자) 당시는 흑인과 백인이 서로 다른 학교에 다니던 시절이죠?

기자) 그렇습니다. 주로 미국 남부 지역에서 그랬는데요. 1863년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의 노예해방선언으로 흑인 노예들이 자유를 찾았지만, 오랫동안 흑인들은 백인들과 같은 권리를 누리지 못했습니다. 특히 남부 주들은 1900년대 들어서도 짐크로우법에 따라 흑인들의 권리를 제한하는 곳이 많았는데요. 흑인들은 식당이나 공중화장실, 공립학교 등에서 백인들과 같은 시설을 이용하지 못했던 겁니다.

진행자) 그러니까 린다 브라운 씨도 흑인들만 다니는 학교에 가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반기를 든 거군요.

기자) 맞습니다. 하지만 브라운 씨의 아버지는 몇 분만 걸어가면 되는 가까운 백인 학교를 두고 3km 이상 떨어진 흑인 학교에 다니라고 하는 건 부당하다고 주장했습니다. 더구나 흑인 학교에 다니려면 9살 어린 아이가 혼자 철로를 건너고 버스를 타야 하는데 이는 너무 위험하다는 겁니다.

진행자) 그래서 소송 결과가 어떻게 나왔습니까?

기자) 1차 소송에서는 브라운 씨 가족이 패했습니다. 1896년 대법원 판결에 근거한 건데요. 물리적으로 시설이 동등할 경우, 인종 분리가 가능하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러니까 학교나 화장실 시설에 큰 차이가 없다면, 흑인과 백인을 분리할 수 있다는 거였죠.

진행자) 그런데 브라운 씨 가족이 판결에 굴복하지 않았나 보군요.

기자) 맞습니다. 흑인 민권단체 ‘유색인종지위향상협회(NAACP)’ 권유에 따라서 비슷한 상황의 사람들과 함께 집단 소송을 제기한 건데요. 아버지 브라운 목사의 이름을 따서 ‘브라운 대 교육위원회’ 사건으로 알려진 소송입니다. 이 소송은 연방 대법원까지 올라간 끝에 1954년 원고 승소 판결이 나왔습니다.

진행자) 대법원 판결 내용 좀 더 자세히 알아볼까요?

기자) 네, 연방 대법원은 대법관 9명의 만장일치로 브라운 씨 측의 손을 들어줬는데요. 아무리 시설이 비슷하다고 해도 인종별로 분리된 학교는 결코 동등하다고 볼 수 없다는 겁니다. 당시 브라운 씨 측을 대표한 변호사가 바로 서굿 마셜인데요. 나중에 흑인 최초로 연방 대법관 자리에 오른 인물이죠.

진행자) 그럼, 대법원 판결 이후 공립학교에서 흑백 분리 정책이 완전히 폐지됐나요?

기자) 법적으로는 그런데요. 일부 주 정부와 지방정부 당국이 판결을 따르길 거부하면서 즉각적인 변화는 일어나지 못했습니다. 린다 브라운 씨는 어린 나이에 전국적인 관심을 받는 게 무척 힘들었다고 나중에 회고했는데요. 하지만 학교 인종분리정책을 끝내기 위해 평생 계속 노력했습니다.

진행자) 그런 인물이 숨졌는데, 마지막으로 사회 각계 반응 좀 전해주시죠.

기자) 네, 제프 콜라이어 캔사스 주지사는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린다 브라운 씨의 생은 전혀 생각지 못한 사람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걸 상기시켜준다고 말했습니다. 브라운 판결은 법치를 통해 압박과 인종차별을 끝낼 수 있는 희망을 전 세계에 안겨줬다는 겁니다. 브라운 소송을 이끌었던 NAACP는 브라운 씨가 모든 미국인의 삶에 영향을 미쳤다며, 미국은 브라운 씨와 브라운 씨 가족에 빚지고 있다며 애도를 표했습니다.

진행자) 네. ‘아메리카 나우’,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지금까지 부지영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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