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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9 공동성명 7주년...비핵화 '역행'


지난 2005년 중국 베이징에서 9.19 공동성명을 발표한 6자회담 수석대표들.
지난 2005년 중국 베이징에서 9.19 공동성명을 발표한 6자회담 수석대표들.
북한의 핵 포기와 미-북 관계 정상화를 내용으로 하는 9.19 공동성명이 채택된 지 7주년을 맞았습니다. 이후 7년이 지난 지금은 9.19 공동성명 자체가 유명무실해진 상황인데요. 공동성명이 나오게 된 배경과 앞으로의 전망을 최원기 기자와 알아봅니다.

진행자) 9.19 공동성명이 발표된 지 벌써 7년이 됐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2005년에 합의가 이뤄졌으니까 벌써 7년이 됐는데요. 미국과 중국, 북한, 한국, 일본, 러시아 등 6자회담 당사국들은 2005년 9월 베이징에서 4차2단계 회담을 열고 북한 핵 문제 해법을 도출했는데요, 이것이 바로 9.19 공동성명입니다.

진행자) 9.19 공동성명의 핵심 내용을 좀 소개해주시죠.

기자) 네, 9.19 공동성명은 총 6개 항목으로 이뤄져 있는데요. 우선 1항에는 북한의 비핵화가 6자회담의 목표라는 것을 밝히고 있습니다. 또 북한도 모든 핵무기와 핵 프로그램을 포기할 것을 약속했구요. 이어 2항에는 미국과 북한이 상호 관계를 정상화 한다는 것을 다짐하고 있습니다. 3항에는 5개국이 북한에 에너지 지원을 한다는 것, 그리고 5항에는 6개국이 '행동 대 행동', '말 대 말' 원칙에 입각해 상호 조율된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북한의 비핵화란 6자회담의 목표와 이를 위한 원칙을 총정리해 담은 것이 9.19 공동성명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진행자)그렇지만 9.19 공동성명은 북한의 핵실험을 막는 데 실패한 것 아닌가요?

기자)사실입니다.북한 핵 문제 해결을 위한 9.19 공동성명이 채택됐지만 북한은 2006년 10월 9일 핵실험을 강행했습니다. 여기서 북한의 1차 핵실험 발표를 들어보시죠.

[녹취:조선중앙방송] “우리 과학연구 부문에서는 2006년 10월9일 지하 핵실험을 안전하게 실시하였다.”

진행자) 그 후 핵 문제는 어떻게 됐습니까?

기자) 흥미로운 점은 당시 많은 전문가들이 미-북 관계가 악화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그와 정반대로 전개됐습니다.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하자 미 국무부의 크리스토퍼 힐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와 북한의 김계관 외무성 부상은 베를린에서 직접 만났습니다. 그리고 이 자리에서 미-북 양국은 핵 문제 해법을 마련했습니다. 그 후 이 합의는 6자회담 2.13 합의로 이어졌습니다.

진행자) 9.19 공동성명과 2.13 합의는 어떤 관계가 있나요?

기자)비유적으로 말씀드리면 9.19 공동성명이 헌법이라면 2.13합의는 관련 법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9.19 공동성명은 북한을 비핵화하자는 목표와 원칙을 정한 것입니다. 반면 2.13 합의는 북한 비핵화를 어떤 단계와 시간표에 따라 해결할 것인지를 규정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9.19 공동성명이 핵 문제 해결의 총론이라면 2.13합의는 각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진행자) 그렇군요. 그렇다면 9.19 공동성명이 나오고 7년이 지난 지금, 북한의 비핵화는 어느 정도나 이뤄졌습니까?

기자)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비핵화는 거꾸로 갔습니다. 2009년 출범한 미국의 바락 오바마 행정부는 북한에 대해 핵을 비롯한 모든 문제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허심탄회하게 논의하자는 이른바 ‘포괄적 협상’ 을 제의했습니다. 하지만 북한은 그 해 4월에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한데 이어 5월에는 핵실험을 감행했습니다. 그리고는 6자회담은 끝났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북한은 2010년 11월 영변에 우라늄 농축시설을 공개했습니다. 또 북한은 영변에 경수로를 새로 짓고 있습니다. 따라서 지난 7년간 비핵화가 진전된 것이 아니라 두 차례 핵실험과 우라늄 농축시설 공개로 한층 악화됐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진행자) 6자회담은 어떻게 됐습니까?

기자)네,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하자 북 핵 문제의 초점도 자연 유엔 안보리를 통한 대북 제재 쪽으로 옮겨졌습니다. 그 결과 6자회담은 지난 2008년 12월 수석대표 회담을 끝으로 열리지 않고 있습니다.

진행자) 그러면 9.19 공동성명과 6자회담이 다시 가동되려면 어떤 조건이 갖춰져야 합니까?

기자)미국과 한국, 일본은 6자회담이 재개되려면 북한이 비핵화에 대해 진정성을 보여야 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관을 다시 영변으로 복귀시킨다든지, 영변의 우라늄 농축과 경수로 건설을 중단하는 것 등을 꼽고 있는데요. 여기서 6자회담 수석대표를 지낸 한국의 김숙 유엔주재 한국대표부 대사의 말을 들어보시죠.

[녹취: 김숙 유엔 대사] “만일이라고 말씀을 했습니다만, IAEA 사찰관을 영변으로 복귀시킨다는 것은 확실히 북한 측으로 봐서는 긍정적인 조치이기는 합니다만, 그것이 6자회담이 재개될 수 있는 충분조건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6자회담이 재개되기 위해서는 재개되기 위한 여건 조성이 필요한데 북한이 궁극적으로 비핵화를 하겠다는 진정성을 보이는 것이 필요합니다. 가장 기본적인 것이 진정성이 있는 비핵화 의지냐 아니냐 이런 것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진행자) 끝으로, 6자회담 재개와 관련한 전망은 어떤가요?

기자) 올해 안에 재개되기는 어렵다는 게 대부분 전문가들의 관측입니다. 지금 미국과 한국은 물론 중국도 정권 교체기입니다. 따라서 6자회담에 대한 각국의 입장은 아무래도 올해보다는 내년 봄 이후에나 정해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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