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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김일성대 학생들, 인터넷 접속도 할 줄 몰라'


지난 2013년 1월 평양 김일성종합대학에서 학생들이 컴퓨터를 사용하고 있다. (자료사진)
지난 2013년 1월 평양 김일성종합대학에서 학생들이 컴퓨터를 사용하고 있다. (자료사진)

북한 최고의 엘리트들이 다니는 김일성종합대학 학생들이 인터넷에 접속조차 할 줄 모른다고 영국 ‘BBC’ 방송이 보도했습니다. 북한은 7차 당대회 선전을 위해 100여명의 해외 취재진을 수용했지만 바깥 세계와 너무 동떨어진 이런 민낯이 취재를 통해 속속 드러나고 있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김일성종합대학을 방문한 노벨상 수상자들이 컴퓨터실을 방문합니다.

1993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인 영국인 리처드 로버츠 박사가 교직원에게 어떻게 학생들이 인터넷에 접속하는지 알고 싶다고 묻습니다.

요즘 시대에는 과학자가 인터넷에 접속하지 않고서는 제대로 연구를 할 수 없다며 직접 학생들의 사용 실태를 보고 싶다고 물은 겁니다.

하지만 좀 전까지 컴퓨터를 열심히 보고 있던 한 학생은 인터넷 연결을 하지 못한 채 매우 당황해 합니다.

담당 교원이 왔지만 결과는 마찬가지. 로버츠 박사가 교원에게 “학생이 인터넷에 스스로 접속할 줄 모르느냐?”고 묻자 교원은 “그렇지 않다”는 말만 되풀이 했습니다.

이 교원이 아무 답변도 하지 못한 채 매우 불편한 기색을 보이자 질문을 던진 로버츠 박사도 무척 당황해 했습니다.

서 너 살 어린아이에서 백발의 노인들까지 누구나 손쉽게 사용하며 21세기 지구촌 주민들의 일상이 된 인터넷을 북한 최고의 대학 학생들이 연결조차 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영국 ‘BBC’방송은 4일 김일성대학에서 발생한 이런 장면을 생생하게 보도했습니다.

로버츠 박사는 “이들이 인터넷 사용이 제한적이라고 정직하게 말하지 않고 인터넷을 무제한 사용하는 척 하는 모습이 우려스럽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는 “어리석은 짓”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북한 대학생들이 제대로 인터넷을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은 과거에도 언론들을 통해 여러 번 제기됐었습니다.

미 ‘ABC’ 방송은 지난 2008년 평양외국어대 컴퓨터실을 방문해 기자가 직접 인터넷 접속을 시도했지만 전혀 연결할 수 없었다고 전했었습니다. 특히 이 대학 학생들은 전세계 젊은이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인터넷 사회연결망인 ‘페이스북’이나 ‘트위터’에 대해 전혀 들어본 적이 없다고 말해 이 미국인 기자를 놀라게 했습니다.

이에 대해 김계관 당시 외무성 부상은 ‘ABC’ 방송에 학생들이 부패될 수 있기 때문에 북한 당국이 인터넷 접속을 위험하게 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유엔 북한인권 조사위원회(COI)는 2년 전 최종 보고서에서 “북한 주민들의 인터넷 접속이 엄격히 제한돼 있다”고 지적했었습니다. 또 북한 주민들은 독립적인 정보 접근권을 보장받지 못하며 당국의 엄격한 검열을 받은 정보만 접속이 가능하다고 밝혔었습니다.

미 국무부도 올해 연례 국제인권보고서에서 “북한의 인터넷 사용은 고위 관리와 특별히 선발된 소수 대학생 등 일부 엘리트 계층에 국한돼 허용된다”고 지적했습니다.

한편 ‘BBC’ 방송은 김일성대 학생들과 유희장을 찾은 대학생들을 인터뷰하며 핵무기 개발 의도와 외국인들에 대한 인식에 대해서도 물었습니다.

한 학생은 왜 북한이 핵무기가 필요하냐는 질문에 “미국과 한국 등 바깥 세계가 우리(북한)보다 핵무기를 더 많이 갖고 우리를 죽이려 하기 때문에 스스로 보호하기 위해 핵무기가 필요하다”고 답했습니다.

이는 사실과 다른 것으로 미 정부는 공개적으로 북한에 대한 적대정책을 갖고 있지 않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또 미국은 한국에서 1991년 핵무기를 철수했고 한국 역시 핵무기를 보유하지 않고 있습니다.

북한 정부가 이렇게 잘못된 정보를 주민들에게 주입하는 것은 외세의 공격 위협을 끊임없이 조장해 정권을 유지하기 위한 수단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BBC’ 방송은 모든 사람들이 자신의 추한 모습을 숨기고 좋은 모습만 보여주기 마련이지만 북한은 이런 측면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고 지적했습니다.

‘BBC’는 또 평양의 능라 유희장에서 활기차게 놀이기구를 즐기는 젊은이들을 보면서 “평양은 북한이 아니라”고 평했습니다. “평양은 거품”이며 평양 시민들은 지방 주민들이 받지 못하는 돌봄을 정부로부터 특별히 받고 있다는 겁니다.

하지만 한 대학생은 기자를 만난 게 외국인을 처음 접하는 것이라고 말해 평양조차 얼마나 국제사회에서 고립돼 있는지 보여줬다고 방송은 지적했습니다.

‘BBC’방송은 또 김일성종합대학 뿐아니라 평양의 한 아동병원에서 국제평화재단(IPC) 관계자들이 겪은 당황스런 일을 소개했습니다.

병원 시설이 매우 현대화돼 있고 깨끗했지만 뭔가 정상적으로 보이지 않았다는 겁니다.

국제평화재단(IPF)의 자문이사회 위원장인 리히텐슈타인 공국 알프레드 왕자는 ‘BBC’에 “진짜 의사들이 아닌 것 같다”며 의구심을 나타냈습니다.

‘BBC’기자는 병원 내 관계자들과 어떤 대화도 나눌 수 없었고 대화를 시도하려면 피했다며, 모든 게 (의도적으로) 준비돼 있는 것처럼 보였다고 지적했습니다.

국제평화재단(IPF)의 알프레드 왕자와 노벨상 수상자 3명은 지난 29일 평양에 도착해 대학들을 방문하며 학술 교류 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한편 일본 ‘NHK’ 방송 등 일본 매체들은 4일 평양발로 북한 정부가 7차 노동당 대회를 선전하기 위해 많은 외국 매체들에 취재를 허용했다고 전했습니다.

‘NHK’ 방송은 평양에는 100 명이 넘는 외국 취재진들이 있다며 이는 김정일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업적을 과시하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지적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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