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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 탈북 난민 미국 정착 10년] 정착 과정과 해결 과제


미국에 정착한 탈북자 조진혜 씨(오른쪽)가 지난 2013년 10월 워싱턴에서 열린 유엔 북한인권 조사위원회 청문회에서 증언하고 있다. 조 씨는 다른 탈북자들의 정착을 지원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 (자료사진)
미국에 정착한 탈북자 조진혜 씨(오른쪽)가 지난 2013년 10월 워싱턴에서 열린 유엔 북한인권 조사위원회 청문회에서 증언하고 있다. 조 씨는 다른 탈북자들의 정착을 지원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 (자료사진)

미국의 북한인권법에 근거해 탈북 난민들이 미국에 정착하기 시작한 지 오늘 (5일)로 10년이 됩니다. 저희 `VOA'는 탈북 난민 미국 정착 10년을 맞아 세 차례 특별기획을 보내 드리고 있습니다. 오늘은 두 번째 순서로 탈북 난민들의 미국 정착 과정과 해결과제를 알아봅니다. 보도에 이연철 기자입니다.

러시아에 벌목공으로 파견됐다 탈출한 앤드류 씨는 지난 2010년 5월, 난민 자격으로 미국에 입국했습니다.

[녹취: 앤드류] “2010년 처음 공항에 내린 데가 뉴욕이고요, 뉴욕공항에서 다음으로 간 곳이 조지아 주 애틀랜타였어요.”

뉴욕공항에서 앤드류 씨를 맞아 애틀랜타로 데리고 간 사람들은 민간단체인 난민 정착 지원단체 관계자들이었습니다. 미국 정부와 계약을 맺은 이 단체는 탈북자 등 난민의 입국 수속에서부터 정착에 이르는 전 과정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미국 중서부 시카고의 탈북 난민 지원단체인 ‘에녹’의 홍성환 대표는 미국 내 이런 단체들이 9 개가 있다며, 이들이 탈북 난민들의 정착지를 결정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홍성환 대표] “그 에이전시들이 매달 모여서 북한에서 온 주민들 뿐아니라 전세계에서 들어오는 난민들을 어떤 에이전시가 맡고 어디에 정착시킬지 결정하는 모임이 있어요. 본인이 특별히 이유가 있어서 어디로 가기를 원하지 않으면, 거기서 알아서 알맞는 곳에 정착을 시키고요.”

이런 과정을 통해 전혀 연고가 없는 곳에 도착한 앤드류 씨는 3개월 동안 난민 정착 지원단체 사무실에 나가 정착에 필요한 교육을 받았습니다.

[녹취: 앤드류] “처음에 석 달 간은 정착 지원 프로그램에 따라서 매일 사무실에 출근했고요, 가서 살아가는데 필요한 정보나 신분증 발급, 영어 프로그램 등에 관한 정보를 제공 받았어요.”

앤드류 씨는 이 기간 중 집세와 건강보험, 식품구입권을 지원 받았고, 2주일에 한 번씩 12 0달러 정도의 용돈도 받았습니다.

탈북 난민들에게 일시불로 거액의 정착금을 제공하는 한국 정부와는 달리, 미국 정부는 탈북 난민 등 난민들에게 직접적인 재정 지원을 제공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보다는 난민들이 빠른 시일 안에 자립할 수 있도록 돕는데 지원의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탈북 난민들은 정착하는 지역의 주 정부기금에서 제공되는 집세와 건강보험, 식품구입권 지원을 받고 있습니다. 따라서 정착 지역에 따라 지원 내용은 조금씩 다릅니다. 그러나 이 같은 지원도 길어야 8개월 정도면 중단됩니다.

앤드류 씨의 경우 3개월이 지나면서 지원이 중단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면서 걱정거리도 하나 둘 늘기 시작했습니다.

[녹취: 앤드류] “집세도 내야 되고, 여러 가지 미국에서 살아가는데 필요한 부분들, 자동차라든지 은행에 계좌를 연다거나 여러 가지 문제들에 부딪치게 되더라고요”

앤드류 씨는 애틀랜타에 정착한 지 3개월 만에 지원단체가 주선한 직장에서 일하기 시작했습니다. 미국의 유명 호텔 세탁실이 앤드류 씨의 첫 번째 일자리였습니다.

처음에는 일자리가 생겼다는 사실에 감사했지만, 시간 당 7 달러 50 센트에 불과한 임금으로는 집세를 내기에도 부족할 정도였습니다. 직장에 가기 위해 버스와 지하철을 갈아타야 하는 등 교통편도 불편했습니다.

더 나은 일자리를 찾아야 되겠다고 생각한 앤드류 씨는 집에서 가깝고 시간 당 임금도 더 많이 주는 한인마켓에서 일하기 시작했고, 이어 한국 현대자동차 미국법인 협력업체로 직장을 옮겨 제품 검사작업을 담당하는 등 미국생활에 적응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러는 사이 미국에 정착한 지 1년이 지난 앤드류 씨는 미국에 영구적으로 거주할 수 있는 영주권을 받았습니다.

[녹취: 앤드류] “영주권은 하나의 기적이었죠. 정말 중요한. 나라는 존재를 증명할 길이 없는 그런 삶을 10년 이상을 살았으니까 영주권을 받는 순간 모든 것이 자유로워지는 느낌이었어요.”

탈북 난민들은 난민 지위를 받아 미국에 입국해 정착 생활을 시작하면 합법적으로 일을 할 수 있는 ‘노동 허가’를 받습니다. 이어 1년이 지나면 영주권을 받을 수 있고, 5년이 지나면 시민권을 신청해 미국 국적을 취득할 수 있습니다.

미국 정착 6년째를 맞은 앤드류 씨는 오랜 꿈인 대학 진학을 위해 늦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고등학교 과정을 이수하고 있습니다. 앤드류 씨는 미국은 탈북 난민들이 꿈을 이룰 수 있는 나라라고 믿고 있습니다.

[녹취: 앤드류] “미국에서 자기만 정신을 바로 잡고 어떤 목적을 가지고 살 수 있다면, 그들한테도 반드시 기회는 올 것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앤드류 씨는 미국에 입국하는 탈북 난민이 너무 적다며, 미국 정부가 더 많은 탈북 난민들에게 미국에서 꿈을 이룰 수 있는 기회를 주기를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지난 10년 간 미국에 입국한 탈북 난민은 197 명 밖에 안 되는 실정입니다. 지난 2013 회계연도를 예로 들면, 미국에 입국한 전세계 난민 7만 명 가운데 탈북자는 17 명에 불과했습니다.

민간단체인 ‘북한 난민 자유수호를 위한 미국 미네소타위원회’의 김현덕 대표는 미네소타의 예를 들었습니다.

[녹취: 김현덕 대표] “미네소타에는 소말리아 난민들이 10만 명이 넘습니다. 또 몽족이 지금 14만 명이 넘습니다. 변호사 의사 교사 엔지니어 등 1.5세들이 다 성공적으로 자리잡았거든요.”

탈북 난민들과 대북인권단체 등은 탈북자들이 제 3국 수용소에서 미국에 오는데 너무 오랜 기간이 걸리기 때문에 중도에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탈북 난민들의 미국 정착을 지원하는 단체인 ‘재미탈북민연대’의 조진혜 대표는 지난 3월 미 하원 외교위원회 청문회에서 이 문제에 관심을 가져줄 것을 호소했습니다.

[녹취: 조진혜 대표] “ 앞으로 의원님들이 가능하시다면 우리 탈북자들이 다른 나라 난민들처럼 미국에 많이 올 수 있게 노력을 해주셨으면 좋겠다는 부탁을 드리고 싶고요”

미 국무부는 특별히 탈북 난민을 차별하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입니다. 탈북자들을 포함해 모든 난민들이 미국에 들어오기 위해서는 신체검사와 신원조회 등 반드시 거쳐야 하는 절차가 있기 때문에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또 많은 탈북 난민들은 미국 정착의 가장 어려운 점 가운데 하나로 영어를 꼽고 있습니다.

탈북자 지원단체 에녹의 홍성환 대표는 영어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탈북 난민들이 미국에서 처음 만나게 되는 난민 정착 지원단체에 한국어를 할 수 있는 사람이 하나도 없는 실정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홍성환 대표] “거기에 우리 말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이 하나도 없어요. 그래서 탈북한 분들은 질문도 잘 못하고 도움을 받는 게 원활하기 않아요.”

이에 따라, 탈북 난민들은 스스로 알아서 문제를 해결해야 하거나 아니면 정착 지역의 한인교회와 탈북 난민 지원단체들의 도움을 받고 있는 실정입니다.

미국 뉴욕에 정착하는 탈북 난민들을 지원하고 있는 미주두리하나 뉴욕지부 김영란 대표의 말입니다.

[녹취: 김영란 대표] “1-2명 씩 방 하나 얻어서 같이 살게 하고 직장 잡아주고 돈 모자란다고 하면 조금씩 보태주고 영어학원에 간다고 하면 300-400 불씩 내주고, 김치 담아서 돌려 주고…"

이밖에 탈북 난민들과 지원단체 관계자들은 탈북 난민들이 정착하는데 적어도 1년 정도가 걸리는 만큼 초기 정착 지원을 1년 이상 계속해 주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VOA 뉴스 이연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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