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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한반도 전문가 "북한 선전 문구는 시대착오"


지난해 10월 평양 거리에 선전 문구가 걸려있다. (자료사진)
지난해 10월 평양 거리에 선전 문구가 걸려있다. (자료사진)

러시아의 한반도 전문가가 북한이 사용하는 과격한 언어를 비판했습니다. 시대에 뒤쳐진 것은 물론 비논리적이어서 논점을 흐리고, 의사 전달도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함지하 기자입니다.

러시아 정부 산하 아시아극동연구소 한국학센터의 콘스탄틴 아스몰로브 선임연구원은 북한이 대외적으로 사용하는 문구가 ‘시대착오적’이라면서 변화의 필요성을 지적했습니다.

아스몰로브 선임연구원은 24일 온라인 매체 ‘뉴 이스턴 아웃룩’ (NEO)에 기고한 ‘북한의 역선전 문구는 바뀔 때가 됐다’는 제목의 글에서 이 같이 주장했습니다.

아스몰로브 선임연구원은 이 기고문에서 북한의 과격한 선전 문구와 방식에 대해 “1950년대에는 통했을지 모르고, 북한 내부에서는 잘 작동할지 모르지만 해외 수용자들에겐 시대착오적으로 받아들여지는 등 전혀 다른 효과를 내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외교적 표현과는 거리가 먼 언어와 격앙된 단어 사용은 메시지의 기본 의미 전달마저도 방해한다”면서 북한이 서울을 불바다로 만들겠다고 위협했던 발언을 예로 들었습니다. ‘불바다’란 단어가 본질을 잊게 만들어 결과적으로 북한이 누군가를 지속적으로 위협한다는 이미지만을 갖게 됐다는 겁니다.

또 “외교 성명에 사용되는 요즘 시대 언어는 변하고 있고, 균형이 잡혀 있다”면서 “북한의 스타일은 아주 극한 상황에서만 허용된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이 때문에 불쾌감과 자극을 유발하는 북한의 수사가 외교문화에 뒤쳐진 나라로 인식하게 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아스몰로브 선임연구원은 북한의 선전 방식이 가진 문제점으로 ‘불투명성’을 꼽기도 했습니다.

일례로 현송월 모란봉 악단장에 대한 처형설이 불거졌을 당시, 북한은 해당 사실을 숨길 게 아니라 즉시 텔레비전을 통해 그가 살아있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소문을 종식시킬 수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아스몰로브 선임연구원은 북한이 사실을 부정할 때 왜 그게 거짓인지에 대한 세부정보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에 논리적인 비평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그 결과 중립적인 사람들에게 북한이 막무가내로 화를 내고 있다는 인식만을 준다고 지적했습니다.

아스몰로브 선임연구원은 “언어 표현이 공격적이 아니라고 해서 입장을 약화시키는 것이 아니며, 오히려 적대적인 의도를 줄이고 합의를 이루려는 신호로 받아들여질 것"이라면서 언어에 변화를 줄 것을 촉구했습니다.

또한 “새로운 형태의 홍보 방식은 시간이 오래 걸리는 어려운 일이지만 중립적인 사람들의 마음을 얻는 전투에선 승리를 보장한다”면서 선전 방식의 변화를 통해 더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다고 조언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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